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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초상과 장막 사이로 흘러나오는 형상ㆍ소리

옵스큐라, <도깨비집-경계의 날개>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서울시 성북구 23길 164. 옵스큐라에서는 오는 8월 29일부터 9월 13일까지 안상수의 개인전 《도깨비집 - 경계의 날개》를 연다. 안상수는 시인 이상(李箱)의 실험적 문학에서 출발해 한글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전통 도깨비를 현대적 메타포(은유)로 불러내어 현실과 비현실, 가시와 불가시가 교차하는 임계의 장을 직조한다.

 

도깨비는 인간과 신의 문턱을 넘나들며 욕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존재다. 안상수는 이러한 양가성을 ‘형태와 비형태 사이’의 미학으로 전환한다. 굿판의 날서고 역동적인 몸짓은 검은 음과 흰 양의 붓획으로 환생하고, 그 긴장 속에서 보이지 않는 기(氣)는 시각적 파동으로 나타난다.

 

 

성북동 성곽 아래 자리잡은 전시장 역시 전시 서사와 맞물린다. 낡은 벽돌과 좁은 계단은 관람자를 ‘경계의 길’로 이끌고, 내부에 드리운 빛과 어둠은 안상수의 메타포를 가시화하는 무대가 된다. 달빛이 스미는 순간, 《도깨비집》의 벽면을 타고 흐르는 춤과 노래의 잔상은 실재와 환상의 겹치는 체험을 선사한다. 통로를 지나는 동안 관객은 의례적 이동을 경험하며, 공간 곳곳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는 도깨비의 초상과 장막 사이로 흘러나오는 형상ㆍ소리를 마주하게 된다.

 

《도깨비집》은 임시적 존재의 순간과 세계의 전체성을 연결하는 리미널(liminal) 장치다. 흑연의 붓질은 시간의 도착과 출발이 중첩된 흔적이 되고 벽에 드리운 저승사자의 그림자는 지나감과 머묾이 포개진 형상이 된다. 도깨비가 경계를 흔들어 새로운 층위를 열어젖힌다면, 저승사자는 그 가장자리를 봉합해 영원의 균형을 복원한다. 관객은 두 힘

 

이 교차하는 진동 속에서 ‘경계의 규칙’과 ‘경계의 파괴’를 동시 체험한다.

 

결국 《도깨비집》은 최저의 경계를 넘어서는 행위에서 태어나는 경계의 미를 탐구하는 전시다. 암흑의 통로를 지나 플라톤적 동굴의 형상을 떠올리며, 관객은 진정한 형상(Εἶδος) 앞에서 인식의 한계를 자각하고 주체와 대상의 자리를 바꾸는 임계공간으로 진입한다. 경계는 끝이 아니라 도착과 출발이 무한히 접히는 원천이며, 그 틈새에서만 빛나는 진리의 섬광이 관객의 시야에 포착된다.

 

이번 전시는 안상수가 오랜 시간 추구해온 언어ㆍ기호ㆍ형상의 실험을 이어가며,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독창적 시각 언어 작품 25여 점을 선보인다.

 

입장료는 없으며, 기타 전시에 관한 문의는 전화(0507-1374-0407)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