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은 어제보다 더 차갑습니다.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요즘 거리에 울려 퍼지는 자선냄비 종소리마저 움츠러들었나 봅니다. 들려오는 기별을 보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몬값(물가)과 팍팍한 살림살이 탓에 이웃을 돕는 손길이 여느해만 못하다고 합니다. 나눔의 따스함을 나타내는 탑의 눈금이 더디게 오르고 있다는 기별에, 몸보다 마음이 먼저 시려오는 아침입니다.
이렇게 모두가 어렵다고 말하는 때,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은 바로 '까치밥*입니다.
'까치밥'이라는 말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참 살갑고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이 말의 짜임은 아주 쉽고도 뚜렷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새인 '까치'와 먹거리인 '밥'을 더해 만든 말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은 그렇게 가볍지 않습니다.

말집(사전)에서는 이 말을 '까치 따위의 날짐승이 먹으라고 따지 않고 몇 개 남겨 두는 감'이라고 풀이합니다. 늦가을, 사람 먹을 감을 거두어들이면서도 저 높은 가지 끝에 달린 감 몇 알은 날개 달린 짐승들을 생각해 기꺼이 남겨두었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넉넉한 마음씨가 깃든 말이지요.
이 말은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아름다운 나눔의 얼로 빛을 냅니다. 송수권 님의 가락글(시) <까치밥>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 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가락글(시) 속의 말하는 이는 조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감이라 할지라도, 겨울을 나야 하는 배고픈 새들을 생각해 그것만은 건드리지 못하게 막아섭니다. 내가 다 가질 수 있음에도, 더 여린 숨탄것(생명)에게 기꺼이 남겨두는 그 마음. 그것이 바로 '까치밥'에 서린 참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름다운 말을 우리 나날살이에서는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먼저, 꽁꽁 얼어붙은 기부 소식을 이어주는 딱딱한 기별부터 토박이말로 부드럽게 다듬어 보고 싶습니다. "경기 침체로 기부 심리가 위축되었다"는 메마른 말 대신, "살림이 팍팍할수록 우리 마음속 '까치밥' 하나는 남겨두는 능(여유)을 가집시다"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마주이야기에서도 이 말을 써보세요. 사는 게 힘들어 주위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동무에게 이렇게 건네는 겁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보릿고개 때에도 높은 가지 끝 감 하나는 '까치밥'으로 남겨두었다고 하잖아. 넉넉해서가 아니라 더불어 살려는 마음이었을 거야. 우리도 딱 그만큼만 마음을 내어보는 게 어때?"
또, 파란 겨울 하늘에 붉은 감이 매달린 모습을 찍어 누리어울림마당(에스엔에스)에 올리면서 이렇게 남겨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빈 가지가 앙상한 감나무가 아름다운 건, 홀로 붉게 빛나는 '까치밥'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겨울이 춥다고 남의 겨울을 모른 척하지 않는 마음, 그 붉고도 따스한 마음을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말이지요.
'까치밥'은 가진 것이 넘쳐나서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나 또한 춥고 배고프지만, 나보다 더 힘겨울 이웃에게 내 몫의 아주 작은 조각을 떼어 놓는 '함께살기의 슬기'라고 생각합니다. 온겨울달 12월의 첫머리, 여러분의 마음 나무에는 어떤 열매가 달려 있나요? 쓸쓸한 누리(세상) 탓만 하며 문을 걸어 잠그기보다, 그 누군가를 생각하며 붉은 마음 한 조각 남겨두는 '까치밥' 같은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