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조선 후기 상장례(喪葬禮)의 전 과정을 담은 ‘국립민속박물관 일기류 소장품 총서 제4권 《상장례ㆍ제례 일기》’를 펴냈다. 이번 총서는 18~19세기 사족 사회에서 부모와 조상을 떠나보내며 남긴 상장례ㆍ제례 관련 일기 8건 8점을 골라 탈초ㆍ번역하고, 고화질 영인 이미지를 함께 수록한 소장품 자료집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22년부터 일기류 소장품에 담긴 연속 기록의 가치를 발굴하고, 시기별·주제별 생활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탈초·번역 및 총서 발간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제1~3권이 조선 후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가계의 대소사와 개인의 일상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제4권은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기록된 ‘주제별 일기’라는 점에서 그 성격과 의의가 더욱 두드러진다.
슬픔 속에서도 예를 다하려 했던 조상들의 삶을 엿보다
《상장례ㆍ제례 일기》에는 초혼에서 탈상에 이르기까지의 상장례 절차와 함께, 제향 운영, 묘지 개장 등 조상을 기리는 다양한 실천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각 일기에는 의례의 절차뿐 아니라 장례와 제례에 들어간 비용과 물품 내역, 인력 동원과 역할 분담, 조문객 명단까지 빠짐없이 담겨 있어, 당시 상장례가 개인이나 한 가정의 일이 아니라 가족과 종중, 지역 공동체가 함께 감당한 사회적 과정이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망극록(罔極錄)>은 아들이 어머니의 삼년상을 치르며 기록한 일기로, 문헌의 예법을 따르려다 겪은 실수나 어려운 가세로 인해 절차를 간소화해야 했던 사정까지 기록해 18세기 후반 무관 가문의 상장례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충남 금산 세거 파평윤씨 집안에서 남긴 장사일기(葬事日記)는 <초종록(初終錄)> 등 4건의 일기류 소장품으로 구성된 자료다. 서울에서 세상을 뜬 사람을 고향으로 운구해 장례를 치르는 전 과정을 담은 이 자료들은 19세기 중반 사족 가문의 장례 문화와 경제적 부담, 인적 연결망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이 밖에도 《상장례ㆍ제례 일기》에서는 묘막 건축, 묘지 개장, 비석 개축을 기록한 일기 등 장례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조상을 기억하고 예를 다하기 위한 노력이 장기간에 걸쳐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들을 소개한다.

현대 사회에 전하는 효와 추모의 의미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장례는 점차 간소화되고 개인화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죽음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관계의 의미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는 여전히 우리가 모두 마주한 과제다. 《상장례ㆍ제례 일기》에 담긴 기록들은 삶의 끝에서 드러나는 가족과 공동체의 책임, 그리고 기억을 남기려는 인간의 보편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효(孝)와 추모의 의미를 되새기고 오늘의 장례 문화와 애도의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소장품 가치 발굴과 공유… 민속 연구 활성화 기대
《상장례ㆍ제례 일기》는 민속학을 비롯해 역사학, 경제사, 생활사 연구 전반에 활용될 수 있는 기초 문헌 자료다. 접근이 어려웠던 한문 필사본 자료를 전문가뿐만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읽고 활용할 수 있도록 탈초와 현대어 번역을 추진하고, 고화질 원문 이미지를 함께 수록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앞으로도 소장품에 담긴 삶의 기록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공개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잇는 민속문화 연구와 전시, 연구,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소장품 기반 콘텐츠 확산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일기류 소장품 총서 제4권 《상장례ㆍ제례 일기》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