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다음 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K 교수는 S전문대학에 근무하는 대학 후배 라 교수와 미녀식당에서 불고기 스파게티를 먹게 되었다. 식사가 끝나고 미스 K가 자리를 함께하여 커피를 마시는데, 라교 수가 미스 K에게 말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여성잡지 Queen 6월 호에 나왔다던데요.”
“네, 맞아요.” 미스 K가 대수롭지 않다는 어투로 말했다.
“아, 그래요? 잡지를 구할 수 있나요?” K 교수가 약간 놀라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저기 한 권 있는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가더니 두툼한 여성잡지 한 권을 가져왔다.
K 교수가 잡지를 받아 목차를 살펴보았다. 미용 섹션에 그녀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
페이지를 찾아가 보니 그녀의 예쁜 사진 몇 컷과 함께 그녀에 관한 여러 가지 새로운 정보가 실려 있었다. 그 기사는 미스 K가 40대인데도 불구하고 20대의 몸매를 가졌다는 소문을 듣고 잡지 기자가 취재를 나와서 쓴 기사였다.
기사 내용을 읽어 보니 얼마 전에 미스 K는 먹는 화장품인 이메딘(IMEDEEN)의 광고 모델로 뽑혀서 파스타 밸리에서 사진까지 찍었다고 한다. 미스 K가 고운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은 먹는 화장품에 있었다는 것이다. ‘먹는 화장품’이라는 말은 K 교수에게는 금시초문이었다.
먹는 화장품인 ‘이메딘’을 파는 훼로산(Ferrosan) 회사는 덴마크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70여 나라에 판매망을 가지고 있는 전문 화장품ㆍ건강돌봄 회사다. ‘이메딘’은 크림과 로션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진피 내부에서 작용하여 기미, 주근깨, 검버섯 등을 없애고 피부의 보습 기능을 개선하여 탄력과 윤기를 유지해 준다고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잔주름을 없애 준다고 소문이 나서 많이 팔린다고 했다. 나오미 켐벨, 리시 발버시아, 엠마 샴므 등 세계 유명 배우들이 이미딘의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는데, 미스 K도 어떤 사람이 소개해서 오래전부터 이메딘을 먹는다고 한다.
잡지 기사를 계속해서 읽어 보니 미스 K는 발레리나, 연극배우, 잡지 리포터, 작가, 영화사 사장 등의 경력을 가진 다재다능한 미녀로 소개되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미스 K가 K리조트 감사라는 직함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S대학을 운영하는 재단 쪽 인사와 무슨 연줄이 있나 보다.
잡지 기사에는 K교수가 오랫동안 궁금해하던 그녀의 남편에 관해서도 기록되어 있었다. 남편은 김00라고 실명까지 나왔는데, 작가이자 홍보 전문가라고 소개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1998년에 <캘리포니아 좋은 날씨>라는 제목의 자전적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렇지만 잡지 기사에서 미스 K가 남편과 이혼했다는 말은 없었다. 여성잡지에 기록된 기사를 다 읽고서 K 교수가 말했다.
“와, 대단하네요. 잡지에 나온 사진을 보고서 누가 40대 여인이라고 생각하겠어요? 20대가 뭐에요. 내가 보니 10대 소녀 같은데. 하하하.”
“아이, 교수님도... 호호호. 과장법이 심하네요. 사진은 실물보다 잘 나오잖아요.”
“그런데, 먹는 화장품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화장품을 먹을 수가 있어요? 정말로 미용에 효과가 있습니까?”
“아는 사람이 소개해서 5년 전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먹으면 효과가 있을까요? 우리 집사람은 은정 씨보다 2살이나 더 많은데...”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닐 거예요.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면 마음가짐도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이 중요하다고요?”
“요즘 저는 매일 숲을 바라보면서 새롭게 감동하고 자유를 느끼면서 살거든요. K리조트에서 살면서 몸과 마음이 더 젊어지는 느낌이에요.”
“은정 씨가 부럽습니다. 요즘 학교에 가면 저는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교수라는 직업이 은정 씨가 생각하듯이 쉽지 않습니다. 교수는 매년 연말에 업적평가 심사를 받아야 하거든요. 저는 아직 부교수인데 정교수로 승진해야 65살까지 정년이 보장됩니다. 정교수 승진 심사가 내년인데, 요즘 논문 쓰느라고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고 있어요. 게다가 교무처에서는 연구비 많이 따와서 학교에 기부금 많이 내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고... 스파게티 팔아서 돈 벌기도 어렵지만 해마다 연구비를 따는 일도 그에 못지 않게 어렵답니다.”
라 교수와 헤어져 학교로 돌아오면서 K 교수는 이전보다 더 궁금해졌다. 과연 그녀의 정체는 무엇인가? 잡지 기사를 보면 남편과 이혼한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면 별거 중일까? K리조트 감사라니, S대학 재단과는 무슨 관계일까? S대 총장님의 아들이 키도 크고 인물도 잘생기고 언변도 뛰어나고 매너가 좋아서 주변에 여자가 많다는데, 혹시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언젠가 밤에 K 교수가 미녀식당에 들어가는데, 저쪽에서 K리조트 쪽으로 걸어가는 어느 남자의 뒷모습이 S대 총장님 아들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고...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