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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나는 까닭

전쟁의 비극을 멈출 수 있는 열쇠는 인간의 도덕적 용기와 지혜에
[정운복의 아침시평 30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류의 시원부터 폭력은 늘 존재해 왔습니다.

그 원시적인 폭력이 집단화되고 거대화될 때, 우리는 그것을 전쟁이라 부릅니다. 구석기 시대의 폭력은 전쟁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충돌이었습니다. 인구 밀도가 낮아 마주칠 일조차 드물었으나, 기후 변화로 사냥감이 줄거나 안락한 동굴을 지켜야 할 때면 인간은 생존을 걸고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고 정착하면서 전쟁은 비로소 조직화합니다.

정착은 곧 소유의 탄생을 의미했습니다.

비축된 식량과 비옥한 토지는 타 집단에게 매력적인 약탈 대상이 되었고,

신석기 유적에서 발견되는 깊은 해자와 단단한 성벽은

당시 외부의 침략이 얼마나 일상적이고 위협적이었는지를 증명하는 서글픈 흉터입니다.

 

석기시대 후기로 갈수록 전쟁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을 넘어, 명예와 복수, 그리고 상징으로 대변되는 종교와 이데올로기의 영역으로 진입합니다. "조상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라거나 "우리의 신이 이 땅을 허락했다"라는 명분은 전쟁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전사 계급이 생겨나고 전문적인 살인 무기가 등장하며, 전쟁은 하나의 견고한 사회적 구조로 자리 잡게 됩니다.

 

수만 년이 흐른 지금, 인류는 돌도끼 대신 미사일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의 본질적 원인은 여전히 자원의 결핍과 상대에 대한 불신이라는 석기시대의 굴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토지와 물을 위해 싸웠다면, 현대에는 석유와 희토류, 그리고 경제적 패권을 위해 총성을 울립니다. 내 집단의 풍요가 타 집단의 결핍을 전제로 할 때, 인간은 너무도 쉽게 공존 대신 탈취를 선택해 왔습니다.

 

전쟁은 종종 평범한 개인들의 의지가 아닌, 권력자들의 야망과 오판 때문에 점화됩니다. 지지율 회복, 역사적 업적에 대한 욕구, 군수 산업의 이익 등이 전쟁이라는 수단을 빌려 분출됩니다. 정작 전장에서 피를 흘리는 이들은 전쟁을 결정한 주체가 아니라는 사실은 전쟁이 가진 가장 잔혹한 모순입니다. 또한, 상대가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먼저 방아쇠를 당기게 만드는 안보 딜레마는 현대 사회를 여전히 전쟁의 위협 속에 가두어 둡니다.

 

인간에게 파괴적인 본능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공감하고 협력하며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숭고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전쟁이 남기는 것은 승리의 영광이 아니라 씻을 수 없는 상처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라는 범위를 내 가족과 민족을 넘어

인류 전체로 넓히는 인식의 확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무력이 아닌 대화와 법치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국제적 신뢰를 쌓아가야 합니다.

결국 전쟁은 인간의 가장 어두운 본성이 만든 비극이지만,

그 비극을 멈출 수 있는 열쇠 또한 인간의 도덕적 용기와 지혜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파괴하는 존재인 동시에,

무너진 폐허 위에서 끝내 다시 꽃을 피워내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