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는 예전부터 흰빛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장터에서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백성에게 먹물을 뿌려댔어도 백의민족의 흰빛 사랑은 식을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런 흰빛 사랑을 두고 염색할 돈이 없었던 탓이라고도
얘기하며, 일본 강점기 때 일본인 미술 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는 슬픈 민족이라
흰색을 좋아했다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 겨레의 개국신화를 보면 흰빛은 하늘과 닿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몽 신화에서 나오는 백록(白鹿, 흰사슴), 박혁거세 신화에 나오는 백마(白馬,
흰말), 김알지 신화의 백계(白鷄) 곧 흰닭은 모두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동물이거나 하늘에 기도드릴 때 쓰이는 주술적인 동물로 보았습니다. 이를 보면
한갓 색소 결핍증이 생긴 희귀한 동물쯤이 아니라 흰빛은 하늘을 숭상하는 것으로
우리 겨레가 좋아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