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할머니가 손자를 안고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옛날이야기의 시작은 으레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때…”였지요. 그런데 조선시대만
해도 호랑이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숙종임금 때는 호랑이 피해로 한
마을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일도 있었으며, 경기도 지방에서 한 달에 무려 120여
명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무서운 호랑이를 우리 겨레는 토끼에게 골탕먹는 어수룩한 동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또 ‘까치호랑이’라는 그림 속의 호랑이는 날카로운 발톱도 없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져 그야말로 종이호랑이 꼴이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
산신도에는 ‘담배 피우는 호랑이’가 보입니다. 그렇게 우리 겨레는 공포의 대상
호랑이도 어수룩하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는데 그것은 삶이 고달프더라도 익살로
여유롭게 살려 한 철학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