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어른을 모시고 술을 마실 때는 특히 행동을 삼갔는데, 먼저 어른에게
술잔을 올리고 어른이 술잔을 주시면 반드시 두 손으로 받았습니다. 또 어른이 마신
뒤에야 비로소 잔을 비우며, 어른 앞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이므로 돌아앉거나
윗몸을 뒤로 돌려 마시기도 했습니다. 술잔을 어른께 드리고 술을 따를 때 도포의
배래(소매 아랫부분)가 음식물에 닿을까 봐 왼손으로 옷을 쥐고 오른손으로 술을
따르는 풍속이 생겼지요. 이런 예법은 현대에 와서 소매가 넓지 않은 양복을 입고
살면서도 왼손을 오른팔 아래에 대고 술을 따르는 풍습으로 지금껏 남아 있습니다.
술은 임금에서부터 천민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겨 마셨기 때문에
주례는 술과 함께 매우 일찍부터 있었는데 <고려도경(高麗圖經)>의 '향음조
(鄕飮條)'에 따르면, 고려에서는 이 주례를 매우 중하게 여겼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