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왈칵 치밀었다. 생전에 고운 옷 한 벌 입지
않으시던 어머님, 설날 아침이 되면 겨우 하얀 외씨버선을 신고 절을 받으시며
세뱃돈을 나누어 주시던 어머님께 꽃버선을 사드리고 싶어서였다.” 이 글은 서상옥
씨 수필 중 일부입니다. 버선은 무명·광목 등으로 만들어 발에 꿰어 신는 것으로
한복엔 꼭 필요한 것이지요.
1527년(조선 중종 22) 최세진이 쓴 《훈몽자회(訓蒙字會)》에는 “보션말”이라고
씌어 있고, 중국 사전 《설문해자》는 발옷이란 뜻으로 “족의(足衣)”라고 했지요.
또 말(襪)·족건(足件)이라고도 합니다. 동지부터 섣달 그믐까지는 시어머니 등
시집의 기혼녀들에게 버선을 지어 바치려고 며느리들의 일손이 바빠지는데 이를
‘동지헌말’ 또는 풍년을 빌고 다산을 드린다는 뜻인 ‘풍정(豊呈)’이라고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