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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981. 이승에서 다시 못 볼 고려불화대전


지난 10월 12일부터 11월 2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고려 불화 대전-700년 만의 해후》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2년이 넘는 준비 과정 끝에 열게 되었는데, 국내, 일본,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 총 44군데에 있던 고려불화가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이었습니다. 한 점 보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한꺼번에 볼 기회는 아마 이승에는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들 했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물방울 모양 광배를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을 한 일본 센소지의 수월관음도는 압권이었습니다. 이 수월관음도는 작품 오른쪽에 “해동 승려 혜허가 그렸다.”는 글씨가 있어서 작가를 알 수 있는 불화로, 뛰어난 조형성과 균형잡힌 신체 비례, 정교하고 치밀한 붓놀림 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지요.

그러나 진정으로 이 작품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넘쳐나는 손끝의 기교에 부림을 당하지 않고 무심한 상태에서 붓을 들었기 때문에 감동적이라고 합니다. 미술사학자 조정육 선생은 “잘 그려야 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두드러진 재주를 자랑하고 싶다는 마지막 바람까지 덜어낸 후 돌탑을 쌓는 마음으로 칠한 붓질이다. 또 작가로서의 모든 것을 버린 작품이기에 작가로서 모든 것을 얻은 작품이다. 수월관음도를 그린 화공은 단지 그 아름다움만 보여 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인생의 자세까지 가르쳐준다.”라고 말합니다. 수월관음도 외에도 700여 년 전 부처의 세계를 그린 화공들의 섬세하고도 신심 넘치는 불화들은 전시 후 안타깝게 소장하던 곳으로 돌아갔지만 오래도록 우리 마음속을 환하게 비춰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