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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은 러시아-프랑스 전투와 관련된 “general frost” 나온 말


“동장군”은 러시아-프랑스 전투와 관련된 “general frost” 나온 말

 

지역발전을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귀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격려로 제7회 포천 동장군 축제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포천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마을 주민들의 땀과 열정을 담아 이동면민 전체가 단합된 마음으로 함께 함은 물론 포천시와 경기도의 대표축제로 손색이 없도록 하기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하시어 동장군 축제가 더욱 발전하길 기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길 바랍니다. -포천 동장군 축제조직위원회 누리집-

바야흐로 동장군의 계절이다. 경기도 포천에서는 동장군 잔치(축제)를 어느새 7회째나 열고 있다. 한겨울 몹시 추울 때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다’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한자로는 ‘冬将軍’이라고 쓰는 이 말은 대체 어디서 온 말 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동장군(冬將軍): 겨울 장군이라는 뜻으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짧은 설명이 전부다.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말은 일본에서 쓰이기 시작한 말을 들여 온 것으로 일본국어사전 다이지센<大辞泉>에는 “ふゆ‐しょうぐん【冬将軍】:《モスクワに遠征したナポレオンが、冬の寒さと雪が原因で敗れたところから》冬の厳しい寒さをいう語。また、寒くて厳しい冬のこと。”로 되어 있는데 번역하면 “후유쇼군, 모스크바를 정복(원정)하러 간 나폴레옹이 겨울 혹한과 눈으로 실패한데서 유래한 말로 겨울 혹한을 이르는 말. 심한 겨울 추위 그 자체.”로 번역 된다.

우리사전과 차이를 독자들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백과사전인 <후레쉬아이피디어>에는 이 말의 유래를 ‘해설, 어원, 역사’라는 3항목으로 자세히 설명해 두고 있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일본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동장군’에 대한 의문쯤은 간단히 풀 수 있다.

사전이란 국민이 궁금한 것을 풀어줘야 하는 것임에도 국립국어원의 “동장군은 겨울장군이다”라는 식은 우습다 못해 창피스럽기까지 하다. 다른 말들은 착실히 잘 베끼면서 동장군은 왜 베끼다 말았을까?

일본판 <후레쉬아이피디어사전>을 좀 더 보자. “일본에서는 동장군이 도래하면 일본해 쪽으로 심한 폭설이 내리며 태평양 쪽에서는 건조한 북서풍이 불어온다. 도쿄 쪽은 표고가 높아 폭설이 내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태평양과 일본해가 맞닿은 나고야~스루가 지역은 길게 복도식 지형으로 이부키산지(伊吹山地)가 통로가 되어 이 지역에 폭설을 뿌린다. 동장군이 도래하면 기온은 10도 이하로 내려가며 차가운 북극기단(北極気団)을 직격으로 맞는 곳이 이 지역이다.”라는 해설과 함께 유래도 자세히 나와 있다.

“러시아는 많은 나라로부터 군사적 공격을 받았는데 러시아의 겨울 추위로 인해 과거 여러 번 외국 군대가 실패한 역사가 있다. 동장군의 어원은 1812년 러시아 전투에서 프랑스군이 패퇴한 것을 보고 영국기자가 <general frost>라고 말 한데서 유래한다. 러시아는 기후의 이점을 살려 18세기 대북방전쟁, 19세기 나폴레옹전쟁, 20세기에 들어 독일과의 전쟁 등에서 승리한 전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13세기 때 몽골군 침략 때는 모스크바와 키예프가 몽골에 점령당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러시아 추위보다 몽골 추위가 더 컸던 모양이다.” 이쯤 해두지만 사전을 읽고 있다 보면 무슨 역사책이라도 있는 듯 흥미롭다. 말의 어원 설명이 이렇게 자세하다면 국어 사랑도 깊어 질 것이다.

1812년 영국기자가 말한 ‘general frost’에서 ‘general’은 일반적인 이란 뜻도 있지만 ‘미육군·공군·해병대,영국 육군’의 대장(大將), 장군(將軍)을 뜻하며, ‘frost’는 서리나 추위를 뜻하므로 ‘추위대장’ 쯤으로 번역해도 될 법한데 ‘장군(쇼군, 사무라이)'문화 700년간을 거친 일본인들의 이미지에는 대장보다는 장군의 이미지화가 훨씬 빨리 와 닿았을 것이다.

선비문화 600년을 거친 조선인들에게 ‘general frost’를 번역하라 했으면 ‘대감추위’ 정도로 붙였을 텐데 말이다. 새로운 말의 탄생이란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깔고 생겨남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선시대에는 지구온난화란 말도 없을 때로 지금보다 더 추웠을 텐데 이 괴상한 말 ‘동장군’이 뭐라 쓰였을까 궁금하다. 조선 중기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 중 한 사람인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 선생의 시문집 《계곡집(谿谷集)》에 ‘차운한 시[次韻]’가 나오는데 먼저 추위를 노래한 시 한 편을 감상해 보자.

현명의 포악함을 막을 수 있나 / 不奈玄㝠虐
손이까지 게걸스레 덤벼드누나 / 仍愁巽二饕
가난한 집안 살림 아내 그저 말라가고 / 家貧妻只瘦
떨어진 옷 입혔다고 딸년 내내 눈물 짜네 / 衣弊女長號
수북이 쌓인 눈에 울타리 훨씬 낮아지고 / 積雪籬根短
가지 끝에 높이 달려 빛나는 아침햇살 / 晨曦樹杪高
고약한 운자(韻字) 달아 화답하느라 / 和詩拈惡韻
꼼짝없이 앉아서 머리 쥐어 짜냈노라 / 凝坐費搜牢

*손이:바람귀신

위는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의 “계곡집”국역이다. 여기서 ‘현명’이란 말뜻을 독자가 모를까봐 염려한 것인지 ‘현명: 형살(刑殺)을 담당하는 북방의 신(神)으로 동장군(冬將軍)을 말한다.’라고 설명해두고 있다. 국역본은 동장군이란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1812년 이후 글이다. 따라서 한시가 쓰인 당시 사람들에게 동장군의식이 있을 수 없다. 대신 16세기 조선인들은 북쪽지방의 살인 담당 신(神)인 ‘현명’을 들어 살인적인 추위를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인되는 ‘동장군’의 이른 기사로는 1948년 10월 15일 동아일보에 ‘冬將軍이 門 앞에 二週日 빠른 서울의 冷氣’라는 글을 시작으로 1962년 11월 23일자 ‘怒한 얼굴 내민 冬將軍 寒氣든 서울의 體溫 氷點下 6度 6分 ’라는 기사 등 28건이다.

여기에 나오는 ‘동장군’ 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일본처럼 영하 10도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10월 9일부터 2월 26일까지 사이의 추위를 ‘동장군’이라 부르는 게 흥미롭다.

요즈음 한국에서 쓰이는 일본에서 온 말 후유쇼군<동장군>을 빼놓고 달리 겨울 추위를 말 할 단어가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고쳐 쓸 말이 없으면 쓰더라도 유래나 알고 쓰면 좋겠다. 한 가지 바람은 국립국어원이 ‘동장군=겨울장군’이란 웃지 못 할 해석을 좀 고쳐서 ‘1812년 러시아 군에 패한 프랑스 군대를 두고 영국기자가 한 말 “general frost” 를 일본이 ‘후유쇼군, 冬將軍’으로 쓴 것을 우리가 들여다 지금 쓰고 있다’ 라고 정의해주면 속이 후련 할 것 같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이윤옥 (59yoon@hanmail.net)

*앞으로 펴낼 <사쿠라훈민정음> 2탄 원고임. 1탄은 <아래 책 참 조>
*글을 옮길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