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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 / 영자꽃을 찾으러 왔단다….” 어렸을 적에 누이동생은 집 앞마당에서 동네 또래 아이들과 이런 노래를 부르며 놀곤 했습니다. 무슨 꽃? 이라고 물으면 ‘영자’라든지 ‘민숙이’라든지 반대편 아이들 이름을 불러 세워 놓고 뭐가 그리 재미나는지 까르르 웃으며 뛰어놀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렸을 때 놀던 쎄쎄쎄, 여우야여우야 뭐하니? 똑똑똑 누구십니까? 같은 숱한 노래가 일제의 잔재라고 노동은 교수는 ‘우리 동요와 일본동요의 유사성’에서 밝혔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스스로 노래를 지어 부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동요작가가 만들어 준 노래를 부르며 커 나가지요.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이들에게 곱고 아름다운 노랫말과 곡을 붙여 주지 못하고 일본제국주의 아래서 음악교육을 받은 이들이 일본어린이와 조선어린이를 구별 못 한 채 동요랍시고 일본 곡과 가사를 들여다 확산시킨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어른들의 노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즐겨 부르던 가곡을 지은 홍난파, 김성태, 이흥렬, 조두남 등의 작곡가들 그리고 남인수, 반야월, 백년설 등의 대중가요가수와 애국가를 지은 안익태에 이르기까지 ‘조선인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천황의 나라’를 위한 음악 세계를 구가하다 간 사람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음악가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 채로 지내오다가 2009년에 가서야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서 이들의 전모가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이는 광복을 맞이한 지 64해째의 일입니다.
이를 잊지 않고 널리 알리고자 빛고을 광주에서는 해마다 친일음악회를 엽니다. 친일파들이 일제를 찬양하며 만든 노래를 소개하는 음악회이지요. 올해도 어김없이 국치일을 하루 앞둔 2011년 8월 28일 저녁 ‘제국주의 천황을 위해 노래를 만든 음악가’들을 낱낱이 밝혀냈습니다. 나라를 빼앗긴 부끄러운 치욕의 역사는 이렇게 음악의 세계에도 꼭꼭 숨어 있어 그를 알리려는 작업은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101번째 맞는 국치일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사당동 평창묵은지에서 ‘국치일과 항일여성독립운동’을 주제로 이윤옥 시인의 조촐한 이야기 자리가 마련됩니다. 시간을 내서 함께 국치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참고]
1) 친일파 음악인에 대한 자료는 ≪친일인명사전, 민족문제연구소, 2009≫를
보시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http://www.minjok.or.kr>
2) 국치일에 읽는 ≪서간도에 들꽃 피다, 도서출판 얼레빗, 2011≫ 모임
‘사당역 13번 출구 평창묵은지 저녁 7시’(문의 02-588-1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