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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백년 가약에 웬 오리??? / 정인갑

백년 가약에 웬 오리??? 오리인가? 원앙인가? 필자는 1989년 12월 말에 치러진 탁구선수 쟈우쯔민(焦志敏)과 안 재형의 혼례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혼례에 참석한 사람은 일반 관중4.000여명, 기자100여명, 장 차관급 관료 10여 명이나 되며, 대통령의 금일봉도 전달되였다.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됐으며, 전통 혼례의 동작을 익히느라 신부 쟈우쯔민은 2개월 간의 훈련(?)을 받아야 했다. 이만한 규모에 이렇듯 긴 훈련을 받은 혼례라면 격식에 맞는 전통 혼례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는 한국인도 참가해보기 어려운 그 혼례에 참석한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하며, 지금도 가끔 그 혼례식을 담은 비디오를 보곤 한다. 그런데 혼례 과정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나무로 깎은 새를 주고받는 장면이 있어서 물어보니 바로 오리라는 것이 아닌가! "오리가 왜 등장할까?원앙(鴛鴦)이면 모르겠지만"이라는 필자의 물음에 "오리다", "원앙이다" 해석하는 자들의 견해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후에 필자가 얻은 답안에 따르면 ,그새는 오리도, 원앙도 아니라 기러기였다.<의례儀禮. 사혼례 士婚禮>의 기재에 따르면 , 전통 혼례는 납채 納采 문명問名 납길納吉,납징納徵 청기請期 친영親迎등 여섯 가지 절차로 진행되는데, 그중 납징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러기가 등장한다. 그중 납채는 "선물을 하달하되 기러기를 쓴다 (下達 納采用雁)"라고 돼있다. 기러기는 남과 북을 내왕함에 정확하게 시긴을 지킨다. 남자는 양 陽, 여자는 陰에 속하는데 ,기러기가 남에서 북으로 날아가는 것은 양-음에 맞으며, 이로서 남녀간 음양이 조화됨을 상징한다. 기러기는 암놈과 수놈이 일부일처제를 이루며, 심지어 상대가 죽어도 다시 배우자를 찾지 않으므로 이로서 정조를 지키는 애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위에서 말한 기러기의 모든 것은 인간의 윤리 도덕과 부합된다고 하여 기러기 雁자가 厂안(발음)+人인+佳추(날 짐승)으로 되였다. 약혼때 중매인이 기러기를 신부의 부친에게 주어야 한다. 결혼 날 신부를 데리려 간 신랑은 먼저 기러기를 준 후에야 신부를 데려 올 수 있다. 필자가 본 것이 바로 이 장면이다. 이상은 중국 유학 儒學 경전의 기재에 따른 이해지만, 그뿌리를 유학에둔 한국의 전통 문화에도 적용될 것이라는생각이 든다. 정인갑 교수 / 중화서국(中華書局), 사전부(辭典部) 주임, 청화 대학중문학과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