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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닛코를 보지 않고는 일본을 봤다고 하지마라

 

 

            

 

 

일본말에 “닛코를 보지 않고는 (일본을) 봤다고 하지마라 (日光を見ずして結構と言うこと莫れ)”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닛코(日光)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관광지이다. 도쿄에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닛코는 덕천가강(德川家康)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3대 장군인 덕천가광(德川家光) 묘는 서기 2000년도에 350년 만에 일반에게 공개했는데 그때 마침 필자는 와세다대학에 있을 때여서 이곳을 찾은 적이 있다.

덕천가강의 사당인 도쇼궁(東照宮)은 지은 지 400년이 되었지만 그 때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도쇼궁의 정문인 양명문(陽明門)은 일본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문으로 일본 국보이다. 또한 도쇼궁 전체(社殿群)는 1999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될 만큼 유서 깊은 곳이다.

도쇼궁에는 신큐사라는 신위를 보관하는 건물이 있는데 이곳에 유명한 3마리 원숭이 조각상이 있다. 지붕 처마 부분에 3마리의 원숭이 상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입을 막은 모습인데 서양에도 "Three wise monkeys"라고 알려져 있을 만큼 유명하다.

봐도 보지 않은 듯, 들어도 듣지 않은 듯, 말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것은 전통시대 한국의 여성에게도 해당되던 말이지만 실제적으로 이 말은 세계각지에 존재하던 말이다. 일본의 3마리 원숭이 상은 고대 이집트로부터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에서 전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논어』에 보면 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非禮勿視、非禮勿聽、非禮勿言、非禮勿動」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예가 아니면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지말라는 뜻이다.

이러한 3마리 원숭이 상은 일본의 민간신앙인 코신신앙(庚申信仰)의 토대가 되기도 했는데 코신신앙은 일본만이 지닌 독특한 신앙으로 청면금강(靑面金剛)을 본존불로 모신다. 이 본존불 밭 밑에는 3마리의 원숭이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에도중기(江戶中期)에 출판된 ≪화한삼세도회(和漢三才圖會), 1712년, 일본백과사전≫에 ‘청면금강 그림’에 원숭이가 등장 하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에는 이미 코신신앙=원숭이가 정착 된 것으로 보인다.

사무라이 역사 700여년에 이르는 동안 일본인들은 총칼의 위압에 눌려 3마리 원숭이처럼 듣지 않고, 말 안하고, 보지도 않으며 애써 한 몸뚱이를 보존 해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선현들도 꼴 같지 않은 세상을 만나면 아예 보고, 듣고, 말하고 싶지 않아 깊은 산속이나 향리로 내려가 세상과 담 쌓고 한 세상을 산 사람들도 많다. 3마리 원숭이의 출현이 동서고금을 막론한 것을 보면 어쩜 이는 세계인의 공통된 의식인지 모르겠다.

기왕에 도쇼궁에 가는 사람들은 경내에 있는 조선종을 보고 오길 권한다. 이 종은  1642년  조선국왕이 도쇼궁에 봉납(奉納)한 것으로 조선통신사 일행이 이곳을 다녀갔을 때  기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