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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명차(名茶)의 고장 우지(宇治)에 가시렵니까?

 
 
 
           
 
 
경주라고 하면 불국사를 떠올리듯 우지차 (宇治茶)로 유명한 우지시(宇治市)의 명소를 꼽으라면 단연 평등원(平等院, 뵤도인)을 들 수 있다. 평등원은 부처님을 모시는 절인데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는 봉황당(鳳凰堂) 건물은 1,000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교토의 문화재 (古都京都の文化財)로 세계유산에 등록되어 있으며 일본의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양식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한다.

봉황당 앞에 파 놓은 아담한 연못이 마치 거울같이 투명하여 물 위에 비친 봉황당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은데 봉황당 주변의 정원 역시 잘 꾸며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봉황당은 원래부터 절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당시 권력자인 후지와라 (藤原道長)씨의 별장이었던 것을 1052년에 절로 쓰면서 평등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평등원이 지어질 무렵의 일본은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92) 말기로 정국은 혼란하였고 귀족들 사이에서는 말법사상이 자리하여 극락왕생과 정토신앙이 확산되던 때이다.

말법사상(末法思想)이란 석가모니 부처님의 바른법(正法)이 행해지는 시대를 지나 껍데기로만 수행자의 모습을 하고 깨달음이 없는 시대인 상법(像法) 시대를 지나 찾아온다는 말법시대를 말하며 이 시기에는 온갖 사악함이 세상을 뒤덮어 정법이 통하지 않는 시대를 말한다. 이러한 혼란스럽고 희망이 없는 시기에는 이 세상에서의 행복을 꿈꾸기 보다는 내세를 기대하는 신앙이 유행하는데 평등원은 바로 그런 내세에 극락왕생을 빌어주는 아미타불을 조성하여 봉황당에 모시고 아미타신앙이 성행하던 곳이다.

우지시(宇治市)는 예로부터 교통의 요충지로 천년 고도인 교토와 붙어 있으며 귀족들이 별장을 지어 놓고 지낼 만큼 산자수려한 곳이다. 일본의 10엔짜리 동전에 평등원의 봉황당 모습이 새겨져 있을 만큼 일본인들에게 사랑 받는 곳인 우지시는 일본 최고의 고전작품으로 꼽히는 왕조문화시대의 궁정귀족들의 이야기인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의 우지십첩(宇治十帖) 무대이기도 하다.

평등원으로 가는 길에는 우지천(宇治川)이 있는데 여기에 놓인 우지교(宇治橋)라는 다리는 백제계 도쇼(道昭 629-700)스님이 놓은 다리로 일본 법상종의 시조로 알려진 분이다. 도쇼스님은 일본 각지에 우물을 파고 다리를 놓는 등 사회사업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일본에 처음으로 화장(火葬)을 도입한 스님으로 일본인이면 누구나 아는 행기(行基,668-749) 스님의 스승이기도 하다. (일설에는 우지교를 놓은 사람이 고구려에 유학한 도등(道登)스님이라는 설도 있다)

대도시 교토와는 달리 인구 19만의 번잡스럽지 않은 우지시로 가는 도로변은 논밭으로 이어지는 정경이 서울근교를 달리는 기분이다. 오사카나 교토 여행을 가는 사람이라면 명차(名茶)의 고장 우지시에 들러 차 한 잔을 마시며 평등원을 둘러보고 우지천변을 거닐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교토비행장 건설공사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의 삶의 터전인 우토로마을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리라. 우토로마을은 우지시 이세다쵸 51번지 (宇治市 伊勢田町 51番地)에 있다.

참고로 평등원 봉황당은 2012년 9월 3일부터 2014년 3월 31일 까지 공사 중이라 입장은 불가하지만 그 밖의 경내는 들어갈 수 있다.  

* 평등원 가는 길 : 교토나 오사카 등에서 JR서일본(JR西日本)나라선(奈良線)을 타고 우지역(宇治)에서 내려 10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