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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옹기에서 노다지를 캐는 음식점들

옹기에서 노다지를 캐는 음식점들 음식점의 생명은 맛이 가장 먼저이다. 그래서 모든 음식점 주인장들은 맛을 위해 별별 방법을 동원하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뭔가 차별화 된 음식점에는 손님들이 줄을 잇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한국방송(KBS) 제2 텔레비전의 ‘브이제이(VJ)특공대’에서는 옹기를 이용하여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점들이 몇 군데 소개되었다. 옹기수제비, 항아리삼겹살, 옹기에서 숙성시키는 막걸리, 항아리치킨,옹기 황토오리가마구이 등이 그것이다. 그 음식점들은 혹시 옹기에서 노다지를 캐고 있을까? 음식점 주인뿐 아니라 손님들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옹기수제비는 점심만 200그릇을 판다고 하며, 400도 고온의 옹기 안에서 삼겹살과 오리를 구워내고, 옹기에 황토물을 가라앉힌 지장수물도 손님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숨쉬는 옹기가 맛을 살린다고 이구동성 말하고 있다. 정말 옹기가 그렇게 좋은 것인가? 옹기(甕器)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였으며, ‘사람의 손길조차 닿지 않았던 것 같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성이 있다’라는 덧붙임 설명이 있다. 옹기는 깨지면 바로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에 가까운 그릇’이라는 점에서 그런 느낌이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삼국시대 이전부터 만들어 쓴 것으로 짐작되는 옹기는 우리 배달겨레만이 가지는 독특한 그릇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람은 옹기를 술을 발효시키는 그릇부터 간장, 된장을 담는 장독, 김치독, 물독, 떡시루 따위의 커다란 그릇은 물론 뚝배기, 종지 등의 작은 그릇, 굴뚝, 촛병, 등잔, 기와, 소줏고리(소주를 내리는 데 쓰는 재래식 증류기), 주전자, 장군(물, 술, 간장, 똥오줌 따위의 액체를 담아서 옮길 때에 쓰는 그릇) 등으로 다양하게 써왔다. 이렇게 우리 겨레가 옹기를 즐겨 썼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김치와 각종 장 등의 발효음식을 발달시킨 겨레의 슬기로움에서 나오는 것이라 짐작된다. 한 예로 김치의 저장방법과 옹기의 궁합을 보자. 김치의 저장방법 중 김치 위에 덮어두어 밖의 차가움을 막고, 잡균을 막는 역할을 하는 시래기와 소금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결정적인 것은 지극히 과학적이라고 말하는 옹기다. 옹기를 플라스틱, 유리와 비교한 국립중앙과학관의 에스이엠(SEM)현미경 촬영사진을 보면 플라스틱은 물결 모양의 치밀한 조직을 가졌고, 유리는 표면조직이 빈틈없이 매끄럽지만, 옹기는 곳곳에 동그란 조직이 보였다. 이 숨구멍 역할을 하는 원형조직이 공기 중에서 젖산균(유산균)이나 대장균을 억제시키는 기공을 끌어들여 김치를 오래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김치의 상큼한 맛은 젖산과 탄산에 때문에 생기는데 이 미생물들을 적당히 억제시켜야 만이 시지 않도록 오래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기막힌 과학 작품인가? 옹기의 쇠퇴와 새로운 발전 하지만 이렇게 우리 겨레의 생활에서 아주 중요하게 쓰였던 옹기는 잘 깨지지 않고, 쓰기 편하며, 대량생산이 되는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그릇이 나오면서 1960년대 말부터 점점 쇠퇴하여 질그릇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문화부에서는 우리 전통문화의 하나인 옹기를 살리기 위하여 1990년 옹기장(옹기 만드는 기술자)을 중요무형문화재 제96호로 지정하였다. 또 다행스러운 것은 요즈음 전통 옹기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보존,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다시 우리 생활 속의 그릇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옹기의 실용성을 더욱 살려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그릇보다 더욱 쓸모있는 그릇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음이다. 뿐만 아니라 건축과 실내장식 분야에서 옹기를 활용하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깨진 옹기 조각으로 한껏 멋을 살린 지붕이며, 전통음식점 벽의 장식, 식탁과 의자, 촛대 장식 따위로 그 범위는 더욱 넓어지는 추세이다. 다시 복고풍 그리고 전통을 중시하는 흐름이 일고 있는 것이 옹기의 쓰임을 더욱 부추기고 있음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음식점의 생명은 맛에서 온다. 음식점이 잘 안 보이는 후미진 자리에 있어도 기막힌 맛이 있고, 덤으로 분위기까지 보태는 주인장의 정성이 있다면 손님들은 물어물어 찾아들지 않을까? 지금 경기가 사상 최악이어서 음식점들의 어려움은 차라리 고통이라고 해야 할 정도인데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 이런 전통적인 그릇이나 분위기를 담보하여 노다지를 캐듯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 "뚝배기(한국음식업중앙회 사보)" 2005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