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천, 보허자, 여민락 따위의 궁중음악이나 종묘제례악, 문묘제례악 등의 대편성 음악에서 쓰는 ‘박’이란 타악기가 있습니다. 박은 여섯 개의 단단한 나무조각을 엮어서 만들었는데 한쪽 끝을 가죽 끈으로 묶여 놓고, 반대쪽을 잡고 부채를 펴는 것처럼 벌렸다가 닫으면서 치는 악기입니다. 이 악기는 음악의 시작과 끝, 그리고 음악상의 중요한 변화가 있을 때 치는데 음악을 시작할 때나 중요한 변화를 알릴 때는 한번, 끝날 때는 세 번 칩니다.
궁중음악의 연주에서 지휘자를 '집박'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 집박이 박을 잡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보통 음악의 내용과 진행을 잘 아는 원로악사가 맡게 되며, 음악연주에서 실질적인 지휘와 감독의 임무를 맡습니다. 박을 치는 집박의 옷은 초록색으로 일반 연주자의 붉은색 홍주의(紅紬衣)와 다르며, 무대 한쪽에 서서 박을 손에 들고 지휘를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