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 = 이윤옥 문화전문기자]
독립운동가 3대 지켜 낸 어머니 '김락'
나라의 녹을 먹고도 을미년 변란 때 죽지 못하고
을사년 강제 조약 체결을 막아 내지 못했다며
스무나흘 곡기를 끊고 자결하신 시아버님
아버님 태운 상여 하계마을 당도할 때
마을 아낙 슬피 울며
하루 낮밤 곡기 끊어 가시는 길 위로 했네
사람 천석 글 천석 밥 천석의 삼천 석 댁
친정 큰 오라버니
백하구려 모여든 젊은이들 우국 청년 만들어
빼앗긴 나라 찾아 문전옥답 처분하여
서간도로 떠나던 날
내앞 마을 흐르던 물 멈추어 오열했네
의성 김 씨 김진린의 귀한 딸 시집와서
남편 이중업과 두 아들 동흠 중흠 사위마저
왜놈 칼 맞고 비명에 보낸 세월
쉰일곱 늘그막에 기미년 안동 예안 만세운동 나간 것이
무슨 그리 큰 죄런가
갖은 고문으로 두 눈 찔려 봉사 된 몸
두 번이나 끊으려 한 모진 목숨 11년 세월
그 누가 있어 한 맺힌 양가(兩家)의 한을 풀까
향산 고택 툇마루에 걸터앉아
흘러가는 흰 구름에 말 걸어본다
머무는 하늘가 그 어디에 김락 여사 보거들랑
봉화 재산 바드실 어르신과 기쁜 해후 하시라고
해거름 바삐 가는 구름에게 말 걸어본다.
김락(金洛,1863.1.21~1929.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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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5월 23일~24일 안동 임청각에서는 "민족의 여인 락"이라는 주제로 김락애국지사의 뮤지컬이 있었다. |
3·1만세운동 당시 김락은 쉰여섯이었다. 우국지사 시아버지의 단식과 남편의 순국에 이은 두 아들의 독립운동을 몸소 겪은 김락은 친정 집안 역시 대단한 독립운동가 집안이다. 1911년 1월 전 가족을 이끌고 서간도 유하현(柳河縣)으로 망명한 친정 오라버니 김대락은 이상룡·이동녕·이시영 등과 뜻을 같이하여 항일투쟁을 전개한 인물이다.
김대락 독립지사는 만삭의 손자며느리까지 모두 데리고 망명길에 올랐는데 며느리가 망명길에 산기를 느끼자 일제가 짓밟은 땅에서 출산할 수 없다 하여 압록강을 넘어 출산하도록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투철한 양가의 절절한 독립운동사를 몸소 겪으며 본인 스스로 일제의 고문으로 눈이 먼 채 한 많은 삶을 살다간 애국지사 김락은 안타깝게도 안동 밖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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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의 독립운동 발상지 김대락 지사 집에서 |
*김락 애국지사의 자세한 이야기는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린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에 나와 있다.
** 이 윤 옥 시인 :
왜 우리는 여성독립운동가라고 하면 유관순 열사 밖에 모르고 있나? 라는 소박한 의문으로 시작하여 항일독립운동가를 찾아 공부하면서 일제의 암흑기에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눈부신 활약이 있음에도 이를 알리려는 사회적 노력이 부족한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시인으로 이분들의 삶을 추적하여 헌시를 쓰기로 결심하고 그 어디든 나라 안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 등지를 찾아다니며 현장을 확인하고 자료를 찾아 시를 쓰고 있다.
시집으로는 친일문학인 풍자 시집《 사쿠라불나방》<1>, 항일 여성독립운동가를 다룬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1><2><3>권을 펴냈으며 2012년 8·15 광복절과 2013년 3·1절에 국내최초로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시화전을 한국화가 이무성 화백과 함께 열었다. ≪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문학세계문인회. 세계문인협회 정회원. 한국외대 연수평가원 교수,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국립국어원 국어 순화위원 역임. 현,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의 잔 다르크를 알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는 미국 보스턴에서 박혜성 박사를 중심으로 영문 번역 되어 2013년 5월 16일, createspace 출판사에서 《41 Heroines: Flowers of the Morning Calm 》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지금 아마존 서점 (http://www.amazon.com/41-Heroines-Flowers-Morning-Calm/dp/1484987535/ref=sr_1_4?ie=UTF8&qid=1368822830&sr=8-4&keywords=41+heroines)에서 판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