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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여의도는 너벌섬, 반포는 쪽개, 마포는 삼개

일제 잔재 땅이름과 말밑 풀이 1

[그림경제=반재원 소장]   일반적인 어원 변화는 주로 그 발음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곶의 바깥 지역을 뜻하는 곶밖꽂밭으로 음이 변하여 불리다가 나중에는 원래의 뜻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화전동(花田洞)’이 되어버리는 식이다. 곶의 안은 곶안인데 고잔으로 변하여 고잔동(高殘洞)’이 되었다. ‘꽃메마을이라는 이름도 곶뫼에서 온 말이다. 

몽촌토성을 보자. ‘몽촌(夢村)’은 글자 그대로 꿈마을이다. 그러나 그 동네 역시 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이다. 원 발음은 신성한 터라는 의미인 검마을이던 것이 경음화 현상에 의하여 그만 꿈마을이 되었고 그것이 몽촌(夢村)’으로 바뀌어진 것이다. 그야 말로 꿈같은 이야기이다.  

낙화유의(落花有意), 수류수(隨流水), 유수무심(流水無心), 송낙화(送落花)’라고 하였다. 떨어진 꽃잎은 뜻이 있어 흐르는 물을 따라 가지만 흐르는 물은 무심히 그 꽃잎을 흘려보낼 뿐이듯이 세월 따라 이렇게 무상하게 변하는 것이 땅이름이다. 그러나 발음이 변천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인간이 살아온 진솔한 역사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 또한 땅 이름이다.  

땅이름은 그곳의 역사와 문화의 이동과정을 간단명료하게 밝혀 준다는 점에서, 또 말이 곧 사상의 표현이라는 점에서도 토박이 땅이름을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유물이 침묵의 화석이라면 땅이름은 그곳의 변천 경로를 명료하게 알려주는 살아있는 화석이다. 그러므로 여의도는 너벌섬으로(넓은 섬), 내일은 올제로(지난 날은 어제, 다가올 날은 올제), 반포는 쪽개(쪽은 절반, 개는 개펄), 마포는 삼개(는 삼, 개는 개펄), 마니산은 머리산으로(마리는 머리, 즉 우두머리, 두악(頭岳)에 참성단을 세우다) 다시 살려 쓸 수 있다.  

또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말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것도 많은데, 예를 들면 트럭을 짐수레, 화이트를 물 지우개등으로 고쳐 쓸 수 있다. 지운다고 지우개’, 턴다고 털이개’, 돛을 단 배라서 돛단배’, 여는 쇠라서 열쇠’, 잠그는 쇠라서 잠을쇠자물쇠’, 열고 닫는다고 해서 여닫이’, 밀고 닫는다고 하여 미닫이’, 빼고 닫는다고 하여 빼닫이라고 하듯이 핸드폰은 손전화또는 손말틀들이 그것이다. (이제는 전화의 단순 기능을 벗어 도깨비 방망이의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뱃사공은 나루치현찰을 맞돈로 해서 안 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도 새끼 꼬는 기구를 새끼틀재봉기계를 재봉틀이라고 쓰고 있다. 또 동거하는 남녀를 뜨게부부라고 하고(뜨게는 흉내 내는 것) 유부남은 남진 아비또는 핫아비라 하고, 나이차가 조금 나도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를 자치동갑겨우 얼굴을 아는 정도의 사이를 풋낯’, 서로 허물없이 너 나하면서 지낸 사이를 너나들이매우 친하고 가까운 사이를 옴살부부를 겸손하게 낮추어 가시버시라고 한다.  

아울러 관광은 볼거리’, 여행은 나들이’, 안내는 길잡이’, 강사는 이끌어주므로 이끔이’, 헌금연보보시금복전은 드리는 돈또는 올리는 돈’, 두부는 콩묵’, 기자는 알고집이’, 아나운서는 알림이’, 간장을 뺀 되직한 장이 된장이라면 청국장은 띄운장또는 단박에 서둘러 만드는 장이라서 단박장’ ‘담복장’ ‘담뿍장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각종 사회 조직의 직책과 업무부서의 명칭도 우리말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것이 많이 있다. 지도하고 보살피는 보모나 대모의 직책은 보듬빛회장은 모임의 으뜸이므로 으뜸빛부회장은 다음이므로 버금빛고문은 그 단체의 어른으로 모시는 사람이므로 모심빛자문은 그 단체의 임원이 아닌 외부인사로서 기관 대 기관의 궁금한 질문에 답하므로 도움빛감사는 단체의 살림구조를 살피므로 살핌빛이사는 그 단체의 일을 구분 짓고 다스리므로 다스림빛부장이나 팀장은 딸림빛총무는 그 단체의 살림을 맡고 있으므로 살림꾼또는 살림을 두루 맡으므로 살림맡으로 바꾸어 봄직하다.  

또 일등상은 으뜸기림’ 2등상은 버금기림’ 3등상은 딸림기림장려상은 추킴기림입선은 뽑힘기림등으로 해서 안 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반재원 : 훈민정음 연구소장 
    
     땅이름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