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 = 전수희 기자]
<만두법>
▲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만두법을 읽다보면 장씨부인의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장계향 음식디미방 영인본)
모밀 쟝만기마치 조면치 모시예나 깁의 뇌여 그 더러 플의이 쥭치어 그 푸릐 눅게 라 개곰낫마곰 예비라 만도쏘 쟝만키 무을 장 무마낫업시 사치무 즈쳐 지령기의 봇가 와 호쵸 쳔쵸 약념야 녀허 비저 몰 제 새용의 쟉쟉 녀허분게 잡오되식 마초지령의 강즙야 잡 오라 치 업거든 황육을 힘줄 업을 지령기의 니겨 아 녀허도 죠니라. 황육을 아니 니겨 으면 한엉긔여 못라 만도의 녹도 너흐면 죠치 아니니라. 소만도무을 그리 마 표고 숑이 셩이 버게 아기을 두은이 녀허 두려 지령의 봇가 녀허도 죠니라. 밀로도 정히 상화 상화치 지허 모밀 만도소 치 쟝만하야 초지령 각즙면죠니라. 강이 업면 마도죠만은 내 나모 강만 못다니라.
<현대어역>
메밀가루 장만하기를 마치 깨끗한 면가루 같이 가는 모시나 비단(으로 만든 체)에 쳐서 그 가루를 덜어(내어) 풀을 쑤되 율무죽 같이 쑤어 그 풀에 눅게 마라. 개금낟알만큼 떼어 빚어라. 만두소 장만하기는 무를 매우 무르게 삶아 덩어리 없이 짓이겨 꿩의 무른 살을 찢어 간장에 볶아 白芷와 胡椒(후추), 川椒가루를 양념하여 넣어 빚어 삶을 때 솥에 작작 넣어 한 사람이 먹을 만큼 씩 삶아 초간장에 생강즙하여 먹어라.
꿩고기 없거든 쇠고기의 힘줄 없는 살을 간장기름에 이겨 쪼아 넣어도 좋으니라. 쇠고기를 아니 이겨 쪼으면 한데 엉겨 못하느니라. 만두에 녹두가루를 넣으면 좋지 아니 하니라. 소만두는 무를 그렇게 삶아 표고, 송이, 성이 버섯을 잘게 쪼아 기름을 두르고 잣을 두드려 간장에 볶아 넣어도 좋으니라. 밀로도 가루를 깨끗이 상화가루 같이 찧어 메밀 만두소 같이 장만하여 초간장, 생강즙을 하면 좋으니라. 생강이 없으면 마늘도 좋은데, 마늘은 냄새가 나므로 생강만 못하니라.
* 장계향 선생은 누구인가?
▲ 장계향 선생 영정, 《음식디미방》표지, 남편 이시명 선생이 격을 높이기 위해 "규곤시의방"이라고 붙여줬다.
조선시대 여성 가운데 유일하게 군자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선생은 1598년 경상도 안동부에서 퇴계학통을 이어받은 성리학자 장흥효의 딸로 태어났다. 흔히 정부인 인동 장씨로 알려졌는데 아들 이현일이 정2품에 오르면서 정부인에 추증되었기 때문이다. 1616년 서계 이시명과 혼인하여 슬하에 6남 2녀를 두었다. 퇴계학통을 계승한 학자 이휘일과, 숙종 때의 남인의 이론가의 한사람인 갈암 이현일(李玄逸)이 그의 아들들이다.
특히 장계향 선생은 동아시아 최초이며, 맨 처음 순한글로 쓴 조리서 《음식디미방》의 지은이이다. 《음식디미방》은 예부터 전해오거나 선생이 스스로 개발한 음식 등 양반가에서 먹는 각종 특별한 음식들의 조리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가루음식 조리법과 떡 빚기 그리고 어육류, 각종 술 담그기도 자세히 기록해두었는데 특히 146가지 음식의 요리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은 본격 요리서로서 3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을 따라서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다.
요리는 식품화학을 이해한 바탕 위에서 하는 과학의 영역이라고 한다. 특히 요리 전문가들이 평하길 《음식디미방》은 조선시대 중기 요리과학의 수준을 가늠케 해주는 소중한 책이며, 상당히 과학적인 조리법에 따라 씌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이 소개한 주요 음식들을 보면 석류탕, 연근채, 대구껍질누르미, 꿩지히, 상화편, 빙사과 등 요즈음 들어보지 못하는 음식 이름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밖에도 이 책의 특징은 《음식디미방 주해》를 쓴 경북대 백두현 교수에 따르면 17세기 국어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어서 당시의 한국어, 특히 경상북도 북부 방언의 음운, 문법, 어휘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특히 선생은 병자호란 등 난리통에 늘어만 가던 가난한 이들을 구휼하는데 온 정성을 쏟은 이로 존경을 받는다. 시아버지의 엄청난 재산 상속을 받지 않고 도토리숲을 만들어 이 숲에서 주운 도토리로 죽을 쑤어 수많은 이들을 구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