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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성탄절,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

여러가지 경축일의 연원

[그린경제/얼레빗 = 반재원 소장]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는 밸런타인데이가 보편화되어 사랑하는 이에게 초콜릿이나 꽃을 선물로 준다. 이러한 풍습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최근에는 화이트데이, 로즈데이, 빼빼로데이, 블랙데이, 포도데이, 와인데이에다가 심지어는 포옹데이, 키스데이에 이르기까지 정체불명의 기념일들이 생겨났으며, 제품 생산업체는 그때마다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여 톡톡히 매출을 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대부분 상술로 만들어낸 것인데 젊은 층 사이에 잠깐의 유행이 아니라 어느덧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북부여기》나 《조대기》의 기록에 따르면 4월 초파일은 해모수가 나라를 세운 날로 고구려 소수림왕 이전부터 온 백성이 제등(提燈) 잔치를 벌였던 날이다. 그런데 지금의 4월 초파일은 불교잔치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석가의 입멸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세일론에서는 기원전 543년 설, 태국과 미얀마에서는 기원전 544년 설, 투르노(Turnour)의 기원전 458년 설, ‘중성기’에 의한 기원설에는 485년 설, 커닝햄(Cunnungham)의 기원전 477년 설, 그가 후에 말한 기원전 478년 설, 막스 밀러 (Max Miller)의 기원전 477년 설, 플리트(Fleet)의 기원전 483년 설, V.스미스의 기원전 487년 설 등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들보다 500여 년 앞선 기원전 1027년 갑인년 4월 8일에 탄생하여 기원전 949년 임신년 2월 15일에 입멸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나라 태상(太常)이었던 하성식 이나 또 청나라 장계(종張繼)宗 은 ‘가빌라국 정반왕의 왕비 마야부인이 아이를 낳지 못하다가 22년만인 계축년에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꾼 날이 음력 4월 8일이라고 하였다.’ 그 꿈의 내용이 흰 코끼리의 이빨 16개가 입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삼켰는데 왼손을 든 어린아이가 오른쪽 갈비뼈를 가르고 나타나더니 일곱 발자국을 걸으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외치는 태몽 꿈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네팔 룸비니동산 석가 탄생지에 가보면 일곱 발자국을 걸었다는 발자국을 만들어 놓은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 육당 최남선은 ‘예부터 명절은 대개 어른들을 위하는 날이었으나 4월 8일은 어린이를 위하는 유일한 명절날이었다.’라고 하였다. 이로 미루어 보아 4월 초파일은 불교와 관계없이 옛적부터 있어온 우리의 전통명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어쨌든 1956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5월 15일로 정해 놓은 석탄일을 어기고 해모수의 건국 기념 축제 분위기에 편성하면서부터 우리나라는 4월 8일이 석가탄신일이 되고 말았다. 

   
▲ 우리 겨레의 명절 삼짇날 세시풍속 제비맞이

   
▲ 우리 겨레의 명절 중양절(중구절) 세시풍속, 국화전 부쳐 먹고 시회 하고

3월 삼짇(三辰)날은 김수로왕의 탄생일이며, 5월 단오날은 고주몽의 탄강일(기원전 79년)이며, 6월 유두는 왕건의 건국 기념일이며, 7월 백중날은 25세 솔나 단군(39년 기원전 1112년)이 국자가(國子街, 중국 연길)에서 영고탑으로 천도한 날이며, 한가위는 마지막 단군 47세 고열가가(기원전 295년) 해성(海城)으로 천도하여 등극한 날이다. 4월 5일 청명 식목일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날(음력 2월 25일)이며 1343년 조선 성종(成宗)이 지금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선농단(先農壇)에서 처음으로 직접 논을 일군 날이다.  

오늘날 크리스마스라고 하여 세계적인 잔칫날이 된 12월 25일은 일양이시생(一陽以始生)하여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로, 이 날을 동지(冬至)라 하여 팥죽을 쑤어 먹던 우리 겨레의 명절이었다. 초대 교회에서는 예수의 탄생 기념행사가 없었다. 나중에 이집트에서 1월 6일로 탄생일을 정하여 동방 교회에서 4세기까지 관습으로 행하여 오다가 4세기 초에 서방 교회들이 12월 25일로 결정하자 동방교회가 이를 수용하였다.  

그 까닭은 그 당시 고대 로마역인 쥴리안 달력으로 12월 25일이 양의 기운이 처음 생겨나는 동지로 되어 있어서 이 날을 기점으로 해가 길어지기 시작한다고 하여 태양의 탄생일인 이 날을 예수의 탄생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쥴리안 달력으로 12월 25일이 지금의 12월 22일 동지이다. 

   
▲ 우리겨레의 명절 동지 세시풍속 / 동지헌말, 팥죽 나누기, 달력 선물하기(왼쪽부터)

이렇듯 예수나 석가의 탄신일과 달리 단군왕검의 탄신일은 정확하다. 무진년 음력 5월 2일 인(寅)시라고 《한단고기》와 《단군세기》에 태어난 시간까지 알려져 있는데도 이를 신화라고들 한다. 성인들의 경사스러운 탄생일을 기념하는 것은 더없이 좋은 일이다. 그 자체를 가지고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그 연원은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새해의 광명을 알리는 정월 대보름의 잔치부터 시작하여 우리의 오랜 전통적인 명절로 향취가 서리어 있는 2월 영동, 3월 삼짇, 4월 초파일, 5월 단오, 6월 유두, 7월 칠석, 8월 한가위, 9월 9일 중구절(重九節), 10월 3일 상달 개천절, 11월 동지, 12월 납일(섣달그믐) 등의 명절은 우리 겨레의 독특한 문화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우리의 유구한 전통 문화를 즐기던 겨레였는데, 요즘의 젊은이들은 밸런타인데이에 열광하며 남의 문화에 휘말려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온고지신의 정신이 아쉽기만 하다.


1) 하성식. ‘유양잡조전집酉陽雜俎前集’과 ‘정이교론正二敎論’.
2) 청나라 장계종張繼宗. 역대신선통감歷代神仙通鑑.
3)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 역사일감歷史日鑑. 1947. 종교신문. 김주호의 종교칼럼.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