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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오늘은 소한, 구구소한도를 그려가자

[한국문화 재발견]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물셋째 절기로 작은 추위라는 뜻의 소한(小寒)이다. 이름으로 보자면 물론 대한(大寒)이 더 추울 것 같지만 보통은 대한보다는 소한이 더 춥다. 절기를 중국 화북지방에 맞추어 만든 것이라 우리나라와 약간 다른 면도 있는 탓이다. 그래서 이때 전해지는 속담을 보면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 같은 것들이 있다. 

   
▲ 소한 추위 /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예전 이때쯤이면 추위가 절정에 달했다. 아침에 세수하고 방에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당기면 손에 문고리가 짝 달라붙어 손이 찢어지는 듯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뿐만 아니다. 저녁에 구들장이 설설 끓을 정도로 아궁이에 불을 때두었지만 새벽이면 구들장이 싸늘하게 식는다. 그러면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고 자게 된다. 이때 일어나 보면 자릿끼로 떠다 놓은 물사발이 꽁꽁 얼어있고 윗목에 있던 걸레는 돌덩이처럼 굳어있었다.  

그렇게 추운 겨울. 지금이야 난방이 잘돼 어려움이 적지만 예전 사람들은 어떻게 견뎠을까? 조선시대 선비들은 동지가 되면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그리기 시작한다. <구구소한도>란 종이에 9개의 칸을 그려놓고 한 칸에 9개씩 81개의 매화를 그린 다음 하루에 하나씩 매화에 붉은빛을 칠해나가게 한 것을 이른다. 그런데 붉은빛을 칠해가는 방법을 보면 흐린 날은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에는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칠한다 

   
▲ 옛 선비들은 동지가 되면 "구구소한도"를 채워가면서 봄을 기다렸다.

그렇게 하여 81일이 지나면 모두 81개의 홍매화가 생기고 그러면 입춘 곧 봄이 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다른 구구소한도는 9개의 꽃잎이 달린 매화 9개를 그려놓은 것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한 자에 9획으로 된 글자 9개를 써서 모두 81획을 만든 것도 있다. 이렇게 선비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방법으로 홍매화를 만들어가거나 글자를 써나가 81일이 되는 날 봄이 왔다고 반겼다.  

지금쯤 추위로 떠는 세상은 모든 생물이 다 죽은 것으로 느껴진다. 더구나 흰눈이 내려 쌓이면 아무 것도 없는 세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선비들은 매화가 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살다보면 어언 구구소한도는 모두 채워지고, 훈훈한 봄바람이 세상을 감싸는 봄이 오게 된다. 지금보다 더 환경이 열악했던 조선시대 사람들도 저렇게 희망을 가지고 살았는데 우리가 희망이 없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이제 그런 추위도 없고, 완벽한 난방에 소한인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직도 어려운 이들이 있음을 잊어서도 안 된다.

   
▲ 추울 땐 뜨거운 국물과 함께 어묵을 먹는 게 제격이다.(왼쪽), 밖에서는 나무가 눈을 껴안고 추위에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