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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육아일기 쓰며 독립의 횃불 든 ‘최선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육아일기 쓰며 독립의 횃불 든 ‘최선화’
                                             
                                이윤옥

 중일 전쟁 쏟아지는 포탄 속

숨어든 방공호에서

철없이 보채는 아이

보듬으며 가슴 졸였지

 

나라 잃고 동굴 집 삼아

떠돌던 통한의 세월

 

사랑스런 아이들이

장차 살아갈 나라

기필코 되찾으리라

굳은 각오 새기며

 

상해에서 중경까지

칠천 리 고단한 길

이 악물고

광복의 그날까지

뛰고 또 뛴 항일투사여

    

   
▲ 최선화 ․ 양우조 부부 독립운동가(1937.3.22 사진 독립기념관 제공)

최선화(崔善嬅, 1911. 6.20 ~ 2003.4.19)

 “아침 열시쯤 되어 공습경보가 울렸다. 유주의 하북은 유주시(柳州市)였고 하남은 새로 개척하고 있는 지대라 가옥과 상점이 별로 많지 않았다. 유주시를 북으로 하고 흘러가고 있는 강의 남쪽엔 병풍 모양으로 길게 산이 연결되어 있는데 천연동굴이 99개나 뚫려 있다고 한다.
 

이곳이 임시 방공호로 이용되고 있는 굴이다. 하지만 이 천연동굴의 단점은 입구에 작탄을 맞으면 그대로 무덤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공습이 울리고 나면 피난민들에겐 다른 선택이 없었다. (가운데 줄임) 동굴에 들어가자마자 일본 비행기가 작탄을 수없이 떨어뜨리는 모양이었다.

석굴이 심히 흔들리며 당장 무너지는 듯하고 동굴 안의 상태는 천둥번개 치듯 불빛이 번쩍이며 천장이 내려앉는 듯 작은 돌 부스러기가 자꾸 떨어져 나는 허리를 구부려 제시의 몸을 방어하며 폭탄 투하가 멈춰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몇 십 분이 지나자 폭파하는 소리가 끊어지더니 십여 분후 해제되었다. 겁에 질린 일행이 머뭇거리며 굴 밖으로 나와 보니 처참한 광경이었다. 우리가 들어있었던 집 앞뒤, 오른쪽, 왼쪽이 불바다를 이루었고 동굴문 밖의 넓은 밭에는 작탄이 떨어져 패인 웅덩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참혹하게 된 시신도 많이 눈에 띄었다.” -1938년 12월 5일 중국 유주에서 《제시의 일기》-

  최선화 애국지사는 당시 중국 유주 생활을 그렇게 적었다. 그가 《제시의 일기》를 쓴 시기는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8년 7월부터 1946년 4월까지로 이 무렵은 나라 잃고 세운 상해임시정부마저 유주, 광주, 기강, 중경 등 떠돌이 생활을 하던 때다.

 인천이 고향인 최선화 애국지사는 1931년 이화여전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1936년 상해로 건너갔다. 이곳에서 간호대학을 다니다 중퇴하고 흥사단에 가입하였으며 임시정부 재무차장이던 양우조 애국지사를 만나 함께 독립운동의 길을 걸었다.

 1940년에 한국독립당이 창립되자 이에 가담하여 임시정부를 적극 뒷바라지하였으며, 같은 해 6월 임시정부가 광서성 유주에서 사천성 기강으로 이전한 뒤에는 교포 부인들을 단합시켜 한국혁명여성동맹(韓國革命女性同盟)위원으로 활동하였다.

1943년 2월에는 다시 임시정부를 쫓아 중경으로 옮겨 가, 기미년 3·1독립운동 직후에 조직되었던 애국부인회의 재건운동에 착수하여 조국과 민족의 자주독립을 지향하는 한국애국부인회의 재건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여기서 최선화 애국지사는 서무부장에 선출되었으며, 회장에는 김순애 애국지사가 추대되었다.

애국부인회는 임시정부를 도와 각 방면에서 눈부신 활동을 벌였는데, 방송을 통하여 국내외 여성들에게 각성과 분발을 촉구하기도 하였으며, 위문품을 거두어 항일전선에서 활동하는 광복군을 위문하는 한편 여성과 청소년들의 계몽과 교육에 온 힘을 쏟았다.

정부에서는 그의 공적을 인정하여 1991년에 건국훈장 애국장(1977년 대통령표창)을 수여하였다.

 

*최선화 애국지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 4권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