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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가 아닐 수 있다

[수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15] 황희 정승과 수학의 상대적 진리

[그린경제/얼레빗=이규봉 교수]  조선시대 청백리의 대명사인 황희 정승에게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황희 정승이 사랑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밖에서 계집종 둘이 악을 쓰고 다투고 있었다. 황희가 밖으로 내다보자 원체 마음이 너그러운 주인인지라 다투던 계집종 중 예쁜이가 쪼르르 달려가 사실을 일러바치며 자신이 옳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황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네가 옳다고 답을 했다. 그러자 다른 계집종 곱단이가 다시 그에게 달려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황희는 또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너 역시 옳구나했다. 그러자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황희 정승의 부인이 어처구니가 없어 한 쪽이 옳으면 다른 한 쪽이 그른 일이 아닙니까? 나라 정치도 그와 같이 하면 어떻게 되옵니까?’하니 황희 정승은 또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 말도 옳소라고 대답했다. 


   
▲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이와 같은 황희 정승의 말을 이도저도 아닌 말장난일 뿐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황희 정승의 대응은 다툼을 피해가는 매우 현명한 일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잘 이해하면 그가 특별히 나쁜 사람이 아닌 한 그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역지사지(易地思之)라 한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또는 틀리다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황희 정승의 어법을 닮으면 오해에서 오는 많은 다툼이 사라질 것이다.  

수학의 결과를 마치 절대적인 진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1+1=2는 절대적으로 옳은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수학의 결과들은 상대적인 진리이다. 수학적인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어진 가정이 있다. 다시 말하면 주어진 가정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단위를 방울로 하면 물 한 방울 더하기 물 한 방울은 물 한 방울이 된다. 1+1=1이 될 수도 있다. 이때의 주어진 가정은 크기라든가 무게라든가 개수가 아닌 모양이다. 물 한 방울에 물 한 방울을 더하면 역시 물 한 방울이다. 그래서 수학은 상대적인 진리이다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인가? 

우리는 삼각형에 있는 세 내각의 합은 180도라고 배웠다. 아무런 배경 설명도 없이 학교에서는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라고 가르쳤고 그렇게 배워왔다. 그래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리로 알고 있다. 정말 삼각형을 구성하는 내각의 합은 180도일까? 같은 이유에서 주어진 직선에 있지 않은 한 점을 지나고 그 직선과 평행인 직선은 단 하나 있다.’라고 배웠다. 주로 철로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하지만 이 역시 주어진 조건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  

동그란 공 위에 삼각형을 그리고 그 내각의 합이 정말 180도인지 살펴보라. 이번엔 공 위가 아닌 공 안이라고 생각하고 삼각형을 그려봐라. 아니면 나팔의 겉면에 그려보는 것도 좋다. 그 내각의 합이 정말 180도인지 살펴보라. 평면 위에 그려진 삼각형과 같이 그 내각의 합이 1800일까? 또한 동그란 공 위에 한 직선을 긋고, 그 직선 위에 있지 않은 한 점을 지나면서 그 직선과 나란한 선을 그어봐라. 그러한 직선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엔 공 위가 아닌 공 안에 들어가 있다고 가정하고 천정에 주어진 직선과 평행한 선을 찾아 봐라. 의외로 평행선이 너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이고, 주어진 직선에 있지 않은 한 점을 지나고 그 직선과 평행인 직선은 단 하나 있다는 것은 옳다는 것인가 틀리다는 것인가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이다. 

직각을 90도라고 할 때 직선을 이루는 평각 AOB2직각이므로 180도가 된다. 여기서 기호 은 각을 나타낸다. 

아래 그림과 같이 삼각형 ABC의 꼭지점 B를 지나고 선분 AC에 평행한 직선을 긋고 그 위에 점을 DH라 하자. 그러면 CHBC, AABD와 엇각으로 같다. 그러므로 삼각형 ABC의 내각의 합은 A+B+C=ABD+B+HBC로 평각이 되어 180도가 된다.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임을 설명하면서 한 점 B를 지나고 주어진 직선 AC에 평행한 직선 DH는 단 하나밖에 없음을 묵인했다. 이러한 평행선이 여러 개 있다거나 또는 하나도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는가? 그럴 수는 없다고? 그러면 그러한 평행선이 단 하나 뿐이라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지금껏 우리가 배워온 기하학은 유클리드가 저술한 <원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리가 <원론>을 그대로 읽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을 배웠으니 <원론>은 성경 다음으로 세계 사람에게 많이 읽힌 책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껏 배워온 기하학을 유클리드 기하학이라고 한다. 이 기하학은 다음과 같은 5가지의 가정(또는 공준) 아래에서 시작한 것이다.  

(1) 한 점으로부터 또 다른 한 점으로 직선을 그을 수 있다.
(2) 유한직선은 무한히 연장할 수 있다.
(3) 임의의 점을 중심으로 다른 임의의 점을 통과하는 원을 그릴 수 있다.
(4) 모든 직각은 서로 같다.
(5) 한 직선과 두 직선이 만날 때 어느 한 쪽의 두 내각의 합이 2직각보다 작으면, 이 두 직선을 무한히 연장할 때, 2직각보다 작은 각이 이루어지는 쪽에서 두 직선은 반 드시 만난다.

 

여기서 공준이라 함은 그것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모든 명제에 어떠한 모순도 나지 않도록 처음에 내세우는 것으로 증명 없이 인정하는 명제라 할 수 있다. 다섯 번째 가정을 평행공준이라 하며 플레이페어는 이를 좀 더 쉽게 풀이하여 직선 위에 있지 않은 점이 있을 때, 그 직선과 평행하면서 그 점을 지나는 직선은 오직 한 개만 존재한다.’는 명제를 만들고 평행공준과 동치임을 증명하였다. 평행공준을 대신하여 우리가 배워온 것이 이 명제이다. 마치 기독교에서 하느님은 존재한다는 것을 믿듯이, 예수는 동정녀가 낳았다는 것을 믿듯이 유클리드 기하학은 위 다섯 명제를 인정하고 그 위에 세워진 학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것은 평행공준을 인정해야만 성립된다. 주어진 직선 위에 있지 않은 한 점을 지나고 주어진 직선에 평행한 직선은 단 하나 있다.”라고 가정하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이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따라서 평행공준을 인정하지 않으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가 아닐 수도 있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직선이란 점이 그 위에 균등하게 놓인 선이다.”로 정의되어 있으나 아르키메데스가 직선은 두 점을 연결하는 최단의 선이다.”로 다시 정의하였다. 유클리드는 평면이란 직선이 그 위에 균등하게 놓인 면이다.”로 정의하였다. 즉 평면은 그 위의 임의의 두 점을 지나는 직선이 그 위에 놓여있어야 한다. 즉 우리가 지금껏 배운 그대로 직선과 평면을 생각하면 된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다음 각 명제는 모두 같은 뜻이다.  

(1) 한 직선이 평행인 두 직선의 하나와 만나면 반드시 다른 평행선과도 만난다.
(2) 평행선은 어디서나 거리가 똑같다.
(3) 주어진 선 위에 있지 않는 한 점을 지나는 평행선은 오직 하나뿐이다.
(4)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실만이 옳은 것이라고 지금까지 배워왔다. 그러나 가정이 달라지면 결론도 달라진다. 다음 편에는 삼각형이 내각이 180도가 아닐 수도 있음을 보인다. 

(*)수학과 교육2014104호에 실린 내용을 재구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