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이나미 기자]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관장 이인숙)이 잠실 올림픽공원 내에 있는 몽촌토성(夢村土城, 사적 제297호) 발굴조사 현장에서 백제 주거지·도로 유구, 통일신라 집자리·우물 등 지난 2천여 년의 역사흔적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시대별 유구와 유물을 다수 발견했다.
몽촌토성 발굴조사는 한성백제박물관이 한성기 백제왕도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몽촌토성 북문 내부 내성농장 일대 3,500㎡를 대상으로, 지난 해 11월부터 진행해 왔다.
특히, 토성 북문지 안쪽에서 발견된 백제 한성기의 수레바퀴 자국이 선명한 도로유구 2기는 몽촌토성에 계획적으로 도로가 만들어졌음을 증명해, 왕도유적임을 재확인 시켜주는 유구로 주목된다.
▲ 백제 도로유구 및 수레바퀴 자국 모습
백제 한성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로 유구는 북문지 바로 안쪽 지역에서 2기(1·3호)가 확인되었는데, 도로면의 수레바퀴 자국이 모두 북문지 쪽을 향해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는 2기 모두 노면(路面)과 양쪽의 측구(側溝)로 이루어졌다. 도로의 축조는 기반토를 이루고 있는 황갈색 점질토와 잡석부스러기를 단단하게 다져서 노면을 조성했으며, 도로 양쪽에 조성된 측구는 단면 ‘U’자형으로 굴착해 조성했다. 도로의 현재 확인된 길이는 1호가 600㎝, 3호가 800㎝정도로 확인됐고, 노면의 너비는 290~310㎝, 측구는 너비가 160~290㎝, 깊이 40~80㎝이다.
1호 도로 측구 바닥면에는 전체적으로 숯이 깔려 있고 3호 도로의 측구는 완경사면을 이루고 있는데, 이들 도로 노면에 남겨진 뚜렷한 수레바퀴 자국으로 백제시대 교통·운송수단으로 수레가 많이 사용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 석축우물 내부 모습
또한 3호 도로의 남동쪽 측구의 바닥면에 도로의 진행방향과 직교하게 석축의 배수시설을 축조(길이 390㎝, 너비 60㎝ 내외)하였다는 점이 주목되며, 출토유물은 백제 고배(굽다리접시)편, 단경호(짧은목단지)편, 뚜껑편 등 백제토기편들이다.
백제토기 등이 출토된 백제 주거지는 통일신라 문화층 바로 아래에서 수혈유구(구덩이 모양의 집터)와 중복된 상태로 확인됐다.
평면형은 장방형으로 추정되며, 내부시설로는 벽구(壁溝)와 벽구 내에 작은 주혈(柱穴, 기둥구덩)이 부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주거지의 잔존규모는 잔존길이 440㎝, 잔존너비 240㎝, 잔존깊이 11㎝ 정도이다.
주거지 내부의 출토유물은 중국(동진∼육조시대) 청자사이호(靑磁四耳壺, 청자항아리)편과 완(盌, 사발)·전달린토기·삼족반(三足盤, 세발토기)·기대(器臺, 그릇받침)편·뚜껑편 등의 백제 토기류, 그리고 그물추, 구슬(1점) 등이다.
▲ 통일신라 주거지 출토유물
또한 백제문화층 위로 다수 확인된 통일신라시대 집자리(23기)와 우물(1기), 도로유구(1기) 등으로 이루어진 마을유적을 통해 통일신라시대 생활양상과 취락의 경관을 잘 알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한다. 이외에 굴립주(堀立柱) 건물지 2개소가 확인됐다.
20기가 넘는 주거지가 밀집 중첩돼 확인된 통일신라시대 마을의 집자리는 평면 장방형의 형태를 띠고 있다. 내부에서는 온돌시설, 기둥구덩, 부석(敷石, 돌을 1~2겹 깔음)시설 등이 확인되며, 출토유물은 토기류가 주를 이루며 완(盌), 대부완(臺附盌, 굽달린 사발) 뚜껑, 호(壺, 항아리), 가락바퀴, 원판형 토제품 등이 있다.
석축우물은 직경 240~250㎝의 원형구덩이를 굴착한 후 그 내부에 할석을 이용해 축조했는데, 석축 우물의 평면형은 8각형에 가깝다. 우물의 바닥면은 진한 회색 뻘층이 단단하게 형성되어 있고 석축 우물의 규모는 안쪽 지름이 58~60㎝이고 현존 깊이는 210㎝이다. 우물 내에서는 나무 기둥 등의 목재들과 집선문 기와편들이 다수 출토됐다.
도로는 백제시기에 조성된 3호 도로의 북서쪽에 인접해 확인됐다. 도로 조성은 (암)황갈색 사질점토층을 도랑(溝)처럼 판 바닥면이 노면을 이루고 있고 노면의 양쪽 가장자리에 측구를 만들었는데, 측구 내에는 할석과 자갈이 부분적으로 들어가 있다. 현재 확인된 도로의 길이는 1100㎝이며, 너비는 측구를 포함해 340㎝ 내외이다.
▲ 발굴현장 전경
한편, 사적 제297호인 몽촌토성은 성벽둘레 약2.3km, 면적 약52만7천㎡의 규모로 현재는 잘 정비된 산책로와 체육시설 등이 조성된 근린생활공간으로 알려져 있어 토성의 문화재적 가치가 잘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몽촌토성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공원 조성을 위해 1983년부터 1989년까지 서울대박물관을 중심으로 숭실대박물관, 한양대박물관, 단국대박물관이 연합 발굴조사를 벌여 한성백제기 중요 유적임이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발굴조사 결과로는 몽촌토성의 성격을 충분히 규명하기가 어렵고 토성 내의 건물 배치 등의 정형을 파악하는 것이 힘들어 그동안 체계적 학술발굴의 필요성이 학계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지난 2012년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의 개관으로 한성백제 500년을 포함한 ‘2천년 왕도(王都) 서울’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연구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몽촌토성 발굴을 30년 만에 재개하게 됐다.
이번 몽촌토성 발굴조사는 8월 초까지 진행될 계획이며, 한성백제박물관은 2천 년 전 왕도 서울의 백제 역사 복원과 조명을 위해 장기적인 발굴조사 계획을 마련하고 연차적으로 지속적 연구와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성백제박물관은 29일(화) 전문가 현장설명회에 이어, 30일(수)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두차례 관심있는 시민들에게 현장투어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