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100년 편지에 대하여..... 100년 편지는 대한민국임시정부 100년(2019년)을 맞아 쓰는 편지입니다. 내가 안중근의사에게 편지를 쓰거나 내가 김구가 되어 편지를 쓸 수 있습니다. 100년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역사와 상상이 조우하고 회동하는 100년 편지는 편지이자 편지로 쓰는 칼럼입니다. 100년 편지는 2010년 4월 13일에 시작해서 2019년 4월 13일까지 계속됩니다. 독자 여러분도 100년 편지에 동참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매주 화요일 100년 편지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문의: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02-3210-0411 |
안녕하세요. 저는 아이들과 더불어 꿈과 희망을 틔워가며 지내고 있는 교사입니다. 사실 선생님께 편지를 띄우면서 참 여러 생각이 깃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말씀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아라. 긴 역사를 볼 때 진리, 정의, 선은 반드시 승리한다.”
발 딛고 선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솔직히 먹먹하고 비통한 마음을 크게 느끼고 있던 터였습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안타까운 일과 또 그 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비롯해서 무한경쟁과 돈이 모든 가치의 우선으로 여겨지는 모습들이 지금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살천스러운 지금 여기에서 과연 어떤 희망을 모색할 것인지 주저하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 남기신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역사를 통해 현실을 다시 살펴볼 것을 권해주셨습니다. 이는 단순히 현실을 외면하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아픔에 공감하며 ‘진리, 정의, 선’ 이라는 기본적 가치를 통해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가라는 말씀이시겠지요. 그 덕분에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는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다시금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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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광복군 OSS대원 노능서, 김준엽, 장준하 |
사실 제가 선생님을 처음 뵙게 된 것은 교과서 속 사진을 통해서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강제 징집된 학병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해 광복군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결기를 다지신 20대 청년의 형형한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사진 속 주인공들은 과연 누구일까 궁금해 하던 터에 우연히 장준하 선생의 “돌베개”를 만났습니다. 이를 계기로 선생님의 “장정”을 읽으면서 벅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역사적 사실이지만 너무나 드라마틱한 상황들이 온 몸으로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 동지들과 함께 사선을 넘나들며 뚜벅뚜벅 걸어가셨던 발걸음들은 바로 독립의 밑거름이자 지금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건네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아이들과 역사 수업을 나눌 때 늘 이 한 장의 사진을 두고서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습니다. 빛바랜 이 한 장의 사진 속 주인공들의 삶을 비추면서 선생님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꿈꿨던 독립된 나라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를 함께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진 속 인물들이 치열하게 꿈꿨던 세상을 오늘날 자라나는 아이들도 더불어 모색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건져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선생님의 사진을 통해 아이들과 희망을 나누다가 우연히 새로운 선생님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자로서 선생님의 삶을 다룬 지식채널e의 “총장의 변” 이라는 영상이었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자들을 위해 기꺼이 서슬 퍼런 독재 정권의 위협도 마다하지 않으셨던 선생님의 기개와 교육자로서의 한결같은 자세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교육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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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준엽 전 고려대학교 총장 |
선생님께서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또 장관 및 국무총리 등 정부 요직의 자리를 거부하시며 교육자로서의 소신을 말씀하셨던 것은 오늘날 세태에서는 더 빛나고 소중한 죽비의 가르침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끄럽고 치사한 행적들도 현실이었다는 이름으로 무마하면서 그저 높은 자리에 올라 더 많은 권력과 명예를 탐하려는 이들이 떵떵거리는 모습이 넘쳐나는 시점에서 "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아라."를 남기신 선생님의 말씀은 죽비처럼 다가옵니다.
비록 지금 우리 여건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여러모로 위태위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라는 말씀을 되새기면서 새로운 희망을 모색하는 것이 지금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각자 발 딛고 선 자리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선생님의 뜻을 따르는 길이 아닌가 감히 헤아려봅니다.
선생님께서 올 곧은 삶으로 몸소 걸어오시며 나누신 깊고 큰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아이들과 함께 희망을 모색하면서 선생님과 같은 교육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쓴이 배성호 -
서울 수송초등학교 교사
역사교육연구소 연구원,
초등 사회교과서 편찬위원, 집필위원,
"얘들아 대한민국 임시정부 이야기를 들어 볼래?" 공저자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 갈 수 있도록 배움터를 교실로 한정하지 않고 세상을 배움터 삼아 아이들과 더불어 성장하고 있는 선생님입니다.
《우리아이들》에 사회와 역사를 즐겁고 알차게 배울 수 있는 수업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연구하고 집필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우리나라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더불어 사는 행복한 경제》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