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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조광조와 함께 척결 대상에 오른 신항서원의 김정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48]

[그린경제/얼레빗=양승국 변호사]  신항서원에 배향된 또 다른 인물에 충암 김정(1486-1521) 선생이 있습니다. 충암은 제주 오현단의 시초가 되었던 인물입니다. 1578(선조 11) 판관 조인후가 충암 김정 선생을 모시는 충암묘를 제주시에 지은 것이 시초가 되어 1682(숙종 8) 귤림서원으로 사액(賜額)을 받고, 1695(숙종 21) 송시열 선생이 여기에 배향됨으로써 5현단이 된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제주 오현단의 다섯 현인중 3(송인수, 김정, 송시열)이 청주 지역 사람이네요. 참 제주의 명문고등학교 오현고등학교의 이름이 바로 이 오현단에서 유래된 것은 제주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충암은 중종 때 조광조를 도와 훈구파의 척결에 앞장섰는데, 그렇기에 기묘사화가 일어나자 조광조와 함께 척결 대상에 올랐지요. 다행히 영의정 정굉필의 옹호로 죽음만은 면하고 금산에 유배되었다가 진도를 거쳐 제주도로 유배되었습니다 


   
▲ 대전 동구 신하동에 있는 충암 김정 무덤 옆의 사당. 사당에는 부인 송 씨의 부인의 정려각이 있다.(문화재청 제공)

진도 벽파진에 있는 정자 벽파정의 현판에는 충암의 시 벽파를 떠나며(渡碧波口號)가 걸려있답니다. 벽파를 떠나 제주로 가면서 느낀 인생의 소회를 시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宇宙由來遠 우주는 예로부터 심원하나
人生本自浮 인생은 원래부터 떠다니는 삶이라네.
扁舟從此去 작은 배 한 척에 몸을 싣고 이제 떠나면
回首政悠悠 고개를 돌려 보아도 아주 아득하겠지 

그런데 얼마 전에 말씀드린 규암 송인수도 여기 벽파정에 시를 하나 남겼습니다. 바로 충암이 남긴 시를 보고 비감(悲感)에 젖어 시를 하나 남긴 것이지요. 

孤忠輕性明 외로운 충성은 달처럼 밝고 가벼워
端棹任沈浮 노 끝에서 가라앉았다 떴다 하는구나.
日落芳洲遠 해는 지고 멀리 모래밭이 너무나 아름다워
招魂意轉悠 가신 임의 혼을 부르며 몹시도 그리워하네
 


   
▲ 송인수, 박훈, 경연 등 15-17세기 청주 지역을 대표하는 성리학자들을 배향한 신항서원(문화재청 제공)

이렇게 제주에 유배된 충암은 결국 제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152110월 또다시 신사무옥에 연루되어 사약을 받습니다. 김정의 부인 송씨는 남편이 36살로 죽자 자기도 따라 죽으려했으나 시부모님 때문에 참다가, 결국 시부모가 돌아가시자 8일 동안 음식을 모두 끊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연히 이런 부인을 위해서 정려문을 세워주었겠지요? 

표충사에 배향된 비장 홍림 옆에는 기생 해월의 열녀문이 있는데, 신항서원에 배향된 충암 김정 옆에는 부인의 열녀문은 없습니다. 기생의 열녀문도 세워주었는데, 양반 여인네의 열녀문을 안 세워줄 리 없겠지요? 부인 송씨의 열녀문은 충암의 묘소 앞에 있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한 번 충암의 묘소를 찾아보고, 부인 송씨의 열녀문 앞에도 서봐야겠네요.

 

   
▲ 송인수 등 유배된 다섯 사람을 배향한 제주 오현단(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1호,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