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2. 홍인한이 ‘궁중의 모양’이라고 한 다리 정조실록 26권, 12년(1788) 10월 3일자에는 다리 얹는 일에 대해 정조와 대신들 사이 있었던 논쟁이 소개되었습니다. “다리”는 예전에 여자의 머리숱을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덧넣었던 딴 머리를 말합니다. 사대부 여성들은 너도나도 이 다리로 어여머리를 만들어 얹어 사치가 극에 달했던 것인데 이 때문에 목이 부러졌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날 기록에 대신들은 다리를 대신할 만한 물건을 만들어 놓고 금해야 한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임금의 결단만 있으면 금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자 정조는 “다리에 대한 금령(禁令)을 중간에 철폐한 것이 본래 선왕의 뜻이 아니다. 이는 딸과 며느리의 다리에 천금의 재물을 허비하기까지 한 홍인한이 감히 ‘궁중의 모양’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어 위로는 임금을 침범하고 아래로는 사람들의 입을 막아 다른 이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탓이었다고 말합니다.
1291. 세계 최고의 여행기, 박지원 열하일기 조선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중국 사행단을 따라 가는 도중 열하(熱河)의 문인, 연경의 이름난 사람들과 사귀며 그곳 문물제도를 보고 배운 바를 기록한 “열하일기(熱河日記)”를 펴냈습니다. 그 열하일기를 연구한 고미숙 씨 등은 “세계 최고의 여행기”라고 칭찬합니다. “열하일기” 내용 가운데 ‘수레제도’ 부분에는 사람이 타는 수레인 태평차(太平車), 짐을 싣는 대차(大車), 뒤에서 한 사람이 끌채를 겨드랑이에 끼고 밀고 가는 외바퀴 수레(독륜차獨輪車)에 대해 자세히 기록해 놓았습니다. 이렇게 상세히 수레를 설명한 것은 우리 백성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런 세밀한 관찰을 위해 그는 일행보다 먼저 떠나 먼 길을 돌아가는 것을 마다치 않았습니다. 책은 중국의 문물에 대해 배울 것은 철저히 배우면서도 또 비판할 줄도 아는 자세를 가졌기에 최고의 여행기라는 칭찬을 했나 봅니다. 참고 :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고미숙 외, 그린비
1290. 평양 음식, 평양냉면과 대동강숭어국 평양 음식 하면 무엇보다 평양냉면과 대동강숭어국이 유명합니다. 평양냉면은 메밀로 만들며 고기국물에 동치미국을 섞어서 만듭니다. 평양냉면은 사리가 질기고 국물이 시원하며 달고 새큼한 배맛이 잘 어울려 뒷맛을 감치게 하는 것이 특징이지요. 또 예부터 대동강에서 많이 나는 숭어로 끓인 대동강숭어국은 맛이 각별하고 영양가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알려진 평양 음식은 평양온반, 평양쟁반, 평양어죽, 갈비국, 갈비구이, 뱀장어구이, 평양군밤, 평양백김치, 노치 따위가 알려졌습니다. 평양어죽은 민물고기로 끓이는 것이 아니고 닭고기로 끓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평양 백김치는 김칫국물이 맑고 국물이 달고 진하다고 하지요. 노치는 찹쌀이나 기장쌀, 조찹쌀 가루를 익반죽하여 엿기름가루를 넣고 삭혀서 지친 떡인데 주로 명절 때 만들어 먹습니다.
1289. 조선시대 궁에는 법궁, 이궁, 행궁, 별궁이 있었다 서울엔 경복궁 등 조선 5대 궁궐 있는데 이 궁궐은 임금이 주로 정사를 돌보며 생활하는 법궁(法宮)과 화재 등 만약을 대비해 지어 놓은 이궁(離宮)으로 나뉩니다. 임진왜란 이전엔 경복궁이 법궁, 창덕궁·창경궁이 이궁이었다가 임진왜란 이후엔 창덕궁·창경궁이 법궁이고 경희궁이 이궁이었지요. 그러다 19세기엔 경복궁이 다시 법궁, 창덕궁·창경궁·경운궁·경희궁이 이궁이 되었다가 대한제국 이후엔 다른 궁궐이 기능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경운공(현 덕수궁)만 법궁으로 남습니다. 또 임금이 되기 전 살던 궁 밖의 집(잠저,潛邸)는 별궁(別宮)이라고 하며, 왕릉에 행차할 때 중간에 묶을 곳으로 마련한 곳은 행궁(行宮)입니다. 그런가 하면 임금 아버지의 집도 운현궁처럼 궁이라 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왕비가 아니었던 임금의 생모를 모시는 사당도 궁이라고 하는데 육상궁 등 7개가 있습니다. 참고 : “방언의 미학”(이상규 국립국어원장, 살림출판사)
1288. 꽹말타기, 딩각, 콩나물히찝을 아시나요? 영남지방에는 일제의 강압으로 맥이 끊겼던 “꽹말타기(호미씻이)”라는 민속놀이가 있었습니다. 이 꽹말타기는 ‘징, 장구, 북, 꽹과리’ 외에 “딩각”을 보태 ‘오물놀이’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 꽹말타기가 사라지면서 “딩각”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또 경북 상주에는 콩나물을 삶아 콩가루에 버무려 만든 “콩나물히찝”이란 음식이 있는데 그것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우리 문화 그리고 아름다운 말들은 없어집니다. 특히 군사정권 이래 사투리를 몰아내는 국어정책을 펴 많은 아름다운 말들이 사라졌습니다. ‘판소리’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 잔치입니다. 중요한 구성 요소인 ‘추임새’도 잘헌다, 아먼, 으이 따위의 사투리들입니다. 만일 판소리에서 사투리를 없앤다면 그 맛은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지방의 아름다운 토박이말들을 사투리라고 푸대접할 때 우리 문화는 그만큼 위축될 것입니다. 참고 : “방언의 미학”(이상규 국립국어원장, 살림출판사)
1287.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들 우리 겨레는 지역에 따라 서낭당, 산신당, 풍어당 등 마을을 보살펴 주는 당신을 모셨고, 마을 들머리에는 장승, 솟대 따위를 세웠습니다. 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나 한 해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때에는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제사를 지냈지요. 이 제사는 뱃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잡기 위함과 안전을 비손하는 풍어제, 가뭄이 들 때 비가 내리기를 비손하는 기우제, 집안의 편안함을 비손하는 안택 고사 따위가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풍어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로 지정된 것들이 있는데 바로 동해안 별신굿(제82-1호), 서해안 배연신굿·대동굿(제82호-2), 위도 띠뱃놀이(제82-3호), 남해안 별신굿(제82-4호)들이 그것입니다. 또 집안굿 가운데 장독굿은 된장, 고추장, 간장을 잘 보살펴 주고 음식 맛을 좋게 해 달라고 비는 굿이지요.
토박이말 사랑, 문학은 '말꽃'이다 [서평] 김수업의 우리말 사랑 이야기 ▲ 책 표지 김수업의 책 "말꽃타령" 표지 ⓒ 김영조 “옛날 어느 마을에 문자 쓰기를 몹시 좋아하는 선비가 살았다. 어느 날 처가에 가서 자는데 밤중에 범이 와서 장인을 물어 갔다. 집안에 사람이라고는 장모와 내외뿐인 터이라, 어쩔 수 없이 선비가 지붕에 올라가 소리쳐 마을 사람을 불러 모았다. '원산대호가 근산 래하야 오지장인을 칙거 남산 식하니 지총지자는 지총 래하고 지창지자는 지창 래하소! 속래 속래요!'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 '먼 산 큰 범이 와서 우리 장인을 앞산으로 물고 갔으니 총을 가진 사람은 총을 들고 나오고 창을 가진 사람은 창을 들고 나오십시오! 어서요. 어서!' 뜻인즉 이렇지만 알아들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누가 총이며 창을 들고 뛰어나올 것인가?”위 글은 에 나오는 대목이다. “범이오 범! 범이 우리 장인을 물어갔오! 어서 나와 보시오”라고 하면 될 것을 문자를 좋아하는 선비가 잘난 체 하는 것을 비꼰 말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을 지냈고, 지금 우리말교육대학원장,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를 하는 김수업이 쓰고, 지식산업사가 펴낸 이 책의 내용은 바로 “토박
1286. 세종임금, 과로로 쓰러지면 소금국을 먹었다 많은 일을 해낸 세종 임금은 종종 과로에 쓰러지곤 했는데 그때마다 소금국을 마셨습니다. 요즘도 사람이 아프면 먼저 링거주사액(생리식염수)을 맞는 것과 같은데 세종이 마셨던 소금국도 생리식염수와 같은 소금기(염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 겨레는 육백여 년 전에도 지금 의학과 같은 슬기로움이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짠 음식 때문에 각종 성인병에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천일염에서 염화나트륨(NaCl)만 뽑아 표백과 코팅을 한 정제염을 음식에 쓰는 것이 문제이지 천일염이 원인은 아닙니다. 우리 겨레는 예전 그 천일염보다 더 좋은 “자염(煮鹽)”을 만들어 써왔습니다. 자염은 말린 갯벌 흙을 깨끗한 바닷물에 걸러서 10시간 동안 은근한 불로 끓여 만드는 것으로 입자가 고우며 염도가 낮고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입니다. 또 끓이는 동안 거품(불순물)을 걷어내기 때문에 쓴맛과 떫은맛이 없는 것입니다.
1285. 우리나라가 제안한 온돌 안, 국제표준 길 열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최근 우리나라가 제안한 7건의 온돌 관련 신규 국제표준안이 국제표준기구 기술위원회(ISO/TC) 회원국 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 국제표준안으로 채택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안은 앞으로 ISO 기술위원회 산하 워킹그룹(working group)에서 최종안으로 확정돼 다시 한 번 회원국 투표를 거쳐 통과하면 국제표준으로 제정됩니다. 지난해에는 온돌 파이프 관련한 4건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나라 밖에서 온돌은 집 난방뿐 아니라 체육관 등 큰 규모 공간의 난방에도 사용되고 있는데 현재 서유럽에서는 50% 이상의 새집에 온돌이 설치되고 있으며, 미국 내 온돌시장도 매년 20% 이상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온돌이 우리 겨레의 슬기로움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과학적인 난방방법이라고 말하는데 이제 세계가 그것을 인정하고 있음입니다.
1284. 박연, 세종에게 상소를 450번이나 올리다 우리나라의 3대 악성으로 우리는 왕산악, 우륵 그리고 박연을 꼽습니다. 그 가운데 박연은 세종임금 때 종묘 아악에 쓸 악기를 만들어 종묘악을 완성하였습니다. 그 제례악은 오늘날까지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쓰이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의 기본음을 맞출 때 쓰는 율관을 중국과 다른 우리에게 맞는 소리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박연은 우리 고유의 음악을 발전시키려고, 세종에게 무려 450번이나 상소를 올렸고 1450년, 세종이 세상을 떠나자 박연은 며칠 동안 통곡을 하였다고 합니다. 박연은 예문관 대제학의 벼슬까지 올랐고 오로지 음악 생각밖에 하지 않았던 예술가였지만 1456년 '사육신 사건'에 막내아들인 박계우가 연루되어 죽임을 당하자 아들을 잃은 슬픔을 피리로 달래다 81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 얼레빗이 연합뉴스에 속한 “한민족센터” 누리집에 연재됩니다. “한민족센터” 보러 가기 : www.koreancent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