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6. 선비의 벗, 그리고 상징 사군자 예부터 한국화에는 매화ㆍ난초ㆍ국화ㆍ대나무를 소재로 하여 수묵으로 그린 사군자(四君子)라는 그림이 유난히 많습니다. 이는 수많은 식물들 중에서도 이 매난국죽(梅蘭菊竹)의 의미가 남다르며, 그 생태적 특성이 모두 고결한 선비의 인품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매화는 눈 속에서 맑은 향기와 함께 봄을 제일 먼저 알리고, 난초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홀로 은은한 향기를 퍼뜨리며, 국화는 늦가을 찬서리를 맞으면서 깨끗한 꽃을 피우고, 대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푸른잎을 계속 유지하는 등입니다. 이 사군자는 그림뿐 아니라 글에도 수없이 등장하는 선비의 벗이고 목표였습니다. 지금이야 꽃 가운데서 일시에 폈다가 일시에 지고 마는 벚꽃놀이에 푹 빠진 사람들 천지이지만 예전 우리 겨레에게 벚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데도 정체성이 있다면 지나칠까요?
1055. 고조선 때 이미 비단과 면섬유를 생산했다. 한복 복식의 연구자들은 우리 옷의 기원을 한결같이 중국이나 북방지역 등에서 비롯되었다 합니다. 물론 우리 문화 가운데는 명백히 중국이나 북방지역에서 온 문화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명대 박선희 교수는 고대 우리 옷이 중국이나 북방지역의 복식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여러 가지 사료가 있는데도 중국이나 북방지역 기원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문익점이 우리 겨레에게 옷의 혁명을 일으켰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박선희 교수는 이미 고조선 시대에 금(錦, 비단)과 면섬유를 생산했고, 동아시아 최고의 직조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증언합니다. 문익점의 목화는 인도산이지만, 고조선 때의 목화는 그와 다른 야생초면이며, 불순물이 없고, 품질이 뛰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문화에는 아직 많은 왜곡이 남아있는데 이를 빨리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우리에게는 있습니다.
1054 ‘노크’ 대신 ’손기척‘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우리는 다름 사람의 문 앞에 서면 들어가도 좋은지를 묻는 ‘노크’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옛 사람들은 ‘노크’를 알지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일상의 삶의 공간이 열려 있었고, 살로 이루어진 데다 창호지를 붙인 문은 노크를 할 수도 없었던 까닭입니다. 신분에 따라서는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하지만, 그럴 말한 지위가 못 되면 공손히 말로 아뢰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활공간이 꽁꽁 막힌 구조로 되어 있어서 헛기침으로는 안 되고, 노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노크 대신 토박이말 ‘손기침’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글에서는 이렇게 씁니다. “저 인간은 든버릇(고치기 어려운 고질적인 버릇이나 습관)처럼 손기척도 없이 내 방문을 벌컥 열어젖힌다. 나는 번번이 그에게 나비눈(못마땅해서 사르르 눈을 굴려 못 본 체하는 눈짓)을 흘기지만 손기척에 인색한 그의 버릇은 여전하다.” 참고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서해문집
1053. 밀가루 음식이 아닌 쌀밥이 건강을 담보한다. 현대 한국인들은 밥량이 줄면서 대장암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의 장이 서양인들의 것에 비해 80센티미터 가량 더 긴 데, 이는 주로 쌀과 보리를 먹어오던 오랜 식습관에 의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 신체구조에 맞지 않는 서구식 식습관으로 바뀌면서 육류를 소화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만큼 장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이 노폐물이 종양을 만들며 종양이 암으로 변질한다고 학자들의 진단합니다.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면 신진대사가 빨라지고, 독성물질이 배설되어 대장암 발생률이 낮아집니다. 쌀의 섬유질(식이섬유)은 밀가루의 4배이며, 이 식이섬유는 배부른 느낌을 줄뿐 흡수되지 않아서 비만에도 좋은 것은 물론 음식물의 장내 통과시간을 줄여 각종 독성물질과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끌고나갑니다. 밀가루 음식이 아닌 전통적으로 먹어오던 쌀밥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1052 세종임금은 절대음감의 소유자 세종실록 59권, 1433년 1월 1일의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중국의 경(磬)은 화하고 합하지 아니한데 지금 만든 경(磬)이 옳게 된 것 같다. 경석(磬石)을 얻는 것은 다행인데, 지금 소리를 들으니 또한 매우 맑고 아름다운 것은 물론 율(律)을 만들어 음(音)을 비교한 것은 뜻하지 아니한 데서 나왔기에, 매우 기뻐하노라. 다만 이칙 1매(枚)가 그 소리가 약간 높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세종은 박연에게 모든 악기의 기본음 곧 황종음을 내는 세로 관대인 황종율관을 새로 만들어 설날 아침 회례음악에 연주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연주를 마치자 세종은 동양음악 십이율(十二律) 가운데 아홉째 음인 이칙(夷則) 하나가 다른 소리가 난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이는 도공이 가늠하는 먹을 다 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회례연에 참석한 사람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세종임금은 이를 확인한 절대음감의 소유자였습니다.
1051. 오늘은 망종, 농촌은 가장 바쁠 때 오늘은 24절기의 아홉 번째인 망종(芒種)입니다. 망종은 벼, 보리 등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芒) 곡식의 종자(種)를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이지요. 농사력에서는 보리베기와 모내기를 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속담에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오."라는 속담이 있고, 남쪽에서는 '발등에 오줌싼다'고 할 만큼 1년 중 제일 바쁜 때였습니다. 망종날 풋보리 이삭을 뜯어 와서 손으로 비빈 다음 솥에 볶아서 맷돌에 갈아 채로 쳐 그 보릿가루로 죽을 끓여 먹는 풍습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여름에 보리밥을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는 믿은 것입니다. 모내기가 한창일 이 때 오랜 가뭄이 들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습니다. 민간의 풍습에서는 피를 뿌려 더럽혀 놓으면 그것을 씻기 위해 비를 내린다는 생각해서 개를 잡아 그 피를 산봉우리에 뿌려 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1050. 한복의 여밈은 오른쪽과 왼쪽이 같이 나타납니다. 어떤 사람은 제게 물었습니다. “한복은 원래 왼쪽 여밈 아닌가요?” 한복 저고리를 입을 때 오른쪽으로 여미는 경우와 왼쪽으로 여미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복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어떻게 여몄는지 묻는 것입니다. 단군학회 학술회의에서 상명대 박선희 교수는 “고대 동아시아 복식비교에 의한 고조선 복식의 전통‘이란 발표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오른쪽으로 여미고, 북방계는 왼쪽으로 여밉니다. 하지만, 고구려 벽화를 보면 우리의 저고리는 오른쪽, 왼쪽 여밈이 함께 나타납니다.“ 여밈의 문제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텐데 오른쪽 여밈이냐 왼쪽 여밈이냐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한복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보다는 옷을 지을 때 평면재단으로 하여 넓은 옷에 몸을 맞추는 것입니다. 그래서 몸을 조이지 않고 자유로움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1049. 장군, 무엇을 하는 물건인고? 이 사진의 그릇은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요? 이 그릇은 백자로 만든 장군입니다. 장군은 옛날 물·술·간장·똥오줌 등 액체를 담던 그릇입니다. 간장, 술, 김치 따위를 담가 두는 데에 쓰는 큰 오지그릇이나 질그릇인 독보다 조금 작고 배가 부른 중두리를 뉘어 놓은 것과 비슷한 데, 보통은 한쪽 마구리(길쭉한 토막, 상자 따위의 양쪽 머리 면)는 평평하고 다른 한쪽 마구리는 둥그런 모양이며 배때기에는 좁은 주둥이가 나 있습니다. 크기도 다양하고, 사기로 만든 조그만 장군은 술·간장 등을 넣어 나르며, 질그릇으로 크게 구워 만든 것은 똥오줌을 지어 나르는 데 쓰고, 나뭇조각으로 통을 메우듯이 짜서 만든 나무장군은 물을 져 나르는 데 썼습니다. 이 사진의 백자장군은 프랑스 세브르 국립도자박물관에 소장된 것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펴낸 해외소재문화재조사보고서에 실린 것입니다.
1048. 가야금 합주 공연장의 비보이 얼마 전 한 가야금 합주단 공연장에 갔더니 느닷없이 비보이가 출연합니다. 그러자 공연장은 온통 젊은이들의 환호성에 묻혀버립니다. 가야금 소리를 들으러 갔던 많은 사람은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가야금이 비보이의 열정적인 춤과 청중들의 환호에 자취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이를 걱정한 사람들은 뜻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호흡이 맞지 않는 장르를 섞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우리는 연암 박지원의 '법고창신(法古創新)'론을 들어봅니다. 그가 볼 때 '법고'란 옛것을 본받는 것으로서 옛 자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고 '창신'이란 옛것을 버리고 새로이 창조하는 것으로서 정상적인 법도를 벗어나기 쉬운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예 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화할 줄을 알고 새로이 창조하면서도 법을 지킬 줄 안다면, 곧 법고와 창신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1047. 한의학의 기본치료는 자연치유능력 높이기 사람의 몸이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정상이며, 기질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이상이 없이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상태를 '건강'이라 하며, 그렇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생체 반응을 나타낼 때가 병입니다. 이 때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만을 일시적으로 없애주거나 줄여주는 대증 요법은 자칫 병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병이 낫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이 지니고 있는 자연 치유 능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며, 이것이 병의 약 75%를 고친다고 합니다. 한의학에서의 기본치료는 바로 이러한 자연 치유 능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자연치유능력은 천지 만물을 생성하는 원천이 되는 기운 곧 정기(正氣)를 말하는데, 정기가 충만할 때에는 병의 원인만 없애면 되지만, 병이 깊어 정기가 쇠약해진 상태라면 정기를 북돋우고 아울러 질병의 원인을 없애주는 치료를 동시에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