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우리 겨레가 옷 위에 찼던 토시와 행전 우리 겨레는 팔뚝에 토시를, 정강이에 행전을 찼습니다. 행전(行纏)은 헝겁으로 만들어 바지, 고의를 입을 때 정강이에 꿰어 무릎 아래에 매는 것입니다. 바지 아래를 가뜬하게 하기 위하여 발목에서 장딴지까지 바지 위에 눌러치는 것인데 소맷부리처럼 만들고 위쪽에 끈을 달아서 돌려 매었으며, 각반 대용이었습니다. 토시는 저고리 소매 비슷하게 생겼는데 한쪽 끝은 좁고 다른 한쪽 끝은 넓지요. 토시는 추위를 막거나 일을 할 때 팔목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끼는 도구입니다. 토시는 겨울에 끼는 털토시, 누비토시, 솜토시 따위가 있었고, 여름철에는 적삼 속에 땀이 배지 않고 시원하게 하기 위하여 등나무로 만든 등토시와 대나무토시, 말총토시가 있었습니다. 이 토시는 갑오개혁(1894) 이후 외래문화가 들어오면서 차차 밀려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722. 늙은 뱃사람과의 문답 - 늘 경계하는 마음 “인간의 마음이란 간사하기 짝이 없소. 사람이란 평탄한 길만 걷다 보면 방자해지고, 위험한 곳에 가면 두려워 어쩔 줄 모르는 것이오, 두려움을 느끼면 경계하는 마음이 생겨 자신의 존재를 튼튼히 하려고 노력하지만, 반대로 편안한 생활 속에 방자한 마음이 생기면 결국에는 생활이 방탕해져서 자신을 망치게 되는 것이오. 그러므로 나는 차라리 위험한 처지에 있으면서 늘 경계하는 마음을 가질지언정 편안한 생활에 빠져 자신을 망치고 싶지 않소.”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으로 문장에 뛰어났으며, 경학에도 밝았던 학자 권근(權近, 1352~1409)의 양촌집(陽村集)에는 있는 ‘늙은 뱃사람과의 문답(舟翁說)“이란 글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편안한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에게 채찍질하는 권근의 마음을 우리 모두 가슴 속에 담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글 백가지”, 조면희, 현암사
721. 정조의 백성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화성 장안문 화성 축성을 총괄하는 총리대신 채제공과 화성유수 조심태는 애초 정약용이 계획한 대로 성곽의 길이를 4.2킬로미터(현재 5.7킬로미터)로 만들기 위해 화서문, 장안문, 북수문인 화홍문 등을 일직선으로 만들기로 추진합니다. 수원으로 행차한 정조는 팔달산 꼭대기에 올라 성터 전체를 내려보고 성문과 각종 시설물 등이 들어설 자리들을 확인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정조는 북쪽의 많은 백성의 집을 헐고 장안문을 지을 것이란 채제공의 대답에 “저 백성은 과거 예전 고을에서 살다 옮겨 온 사람들인데 또 집이 허물어지고 이사를 가야한다면 백성을 위해 성을 쌓고자 하는 나의 본뜻과 다르다. 세 번 구부렸다 폈다 해서라도 저 백성의 집 밖으로 성문을 쌓으라”라고 명했지요. 이러한 정조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장안문 터는 원래의 위치가 아닌 민가 밖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720.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넋을 위로한 절, 용주사 720.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넋을 위로한 절, 용주사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의 화산 기슭에는 용주사(龍珠寺)라는 절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는 31본산(本山)의 하나였는데, 조선 제22대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顯隆園)을 화산으로 옮긴 후, 1790년 용주사를 세우고 부친의 명복을 빌었다고 합니다. 당시 이 절을 짓기 위해 온 나라에서 8만 7천 냥의 시주를 거두어 4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했는데, 낙성식 전날 밤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꿈을 꾸었기에 용주사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또 여기엔 절을 지을 때 정조가 보경스님을 시켜 만든 ‘불설부모은중경판(佛說父母恩重經板)‘이 있습니다. 이는 부모가 자식을 잉태하여 낳고 기르기까지의 은혜와 그 은혜를 갚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불교경전으로 자식에게 효를 강조하는 것만 아니라 부모의 구실까지 생각해 보게 하는 효에 관한 경전입니다.
719. 이제마의 사상의학이란 무엇일까? 한방 치료는 음양오행을 그 바탕으로 합니다. 그리고 사상의학이 그 기초가 된다고 합니다. 그 사상의학은 무엇일까요? 사상의학은 장기기능의 강함과 약함, 허하고 실함에 따라 사람의 체질을 태양(太陽), 태음(太陰), 소양(小陽), 소음(小陰)의 넷으로 나누어 치료하는 동무 이제마 선생의 이론입니다. 태양인은 폐대간소(肺大肝小), 즉 폐는 크고, 간이 작은 체질, 태음인은 간대폐소(肝大肺小), 즉 간은 크고, 폐가 작은 체질, 소양인은 비대신소(脾大腎小), 즉 비장은 크고 신장이 작은 체질, 소음인은 반대로 신대비소(腎大脾小), 즉 신장은 크지만 비장은 작은 체질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크고 작음은 단순한 외형적인 크기가 아니라 ‘기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폐, 간, 콩팥(신장), 지라(비장)의 균형과 상관관계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과 능력, 외모, 취약한 질병 따위가 결정된다는 이론입니다.
718. 우리 전통주의 종류들 우리 겨레가 빚어온 전통주는 쌀, 찹쌀, 보리, 밀, 조, 수수, 기장, 옥수수 따위의 곡류가 주재료입니다. 전통주의 종류는 빚고 마시는 시기에 따라 설날에 마시는 세주(歲酒)를 비롯하여 귀밝이술, 삼해주, 삼오주, 사오주, 청명주, 신도주 따위가 있으며, 술을 익히는 기간에 따라 일야주(一夜酒)를 비롯하여 삼일주, 칠일주, 십일주, 스무주, 백일주, 일년주, 천일주로 이름이 달라집니다. 각 지방의 유명한 술들을 보면 우선 서울, 경기에는 향온주, 삼해주, 문배주, 송절주, 계명주(남양주) 따위가 있으며, 충청도는 두견주(면천). 소곡주(한산), 송순주(대전) 등이 있습니다. 또 강원도에는 옥선주(홍천), 전라도에는 이강주(전주), 홍주(진도), 송화백일주(완주)가 있으며, 경상도는 교동법주(경주), 호산춘(문경), 안동소주가 있습니다. 이밖에 제주도의 오메기술, 북한지방의 감홍로, 벽향주, 개성소주 등이 있다고 합니다.
717. 서양에 축구, 동양엔 축국 지금은 세계인이 열광하는 월드컵이 한창입니다. 서양에 축구가 있다면 동양은 축국이 있었습니다. 축국은 중국 고대의 황제(黃帝) 임금이 군인을 훈련하기 위한 놀이로 축국을 시작했다고 하며, 당(唐)나라 때 고구려, 백제, 신라에 전해져 일본까지 퍼졌습니다. 당서(唐書)에는 고구려 사람들이 축국을 잘한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김춘추와 김유신이 축국을 했다는 기록이 있지요. 축국에서 쓰는 공은 가죽주머니 속에 동물의 털을 넣어서 둥글게 만들거나, 돼지나 소의 오줌통에 바람을 넣어서 찼습니다. 왕운정의 ‘축국도보(蹴鞠圖譜)’에 의하면, 구장(球場)에서 하는 것과 구장이 없이 하는 것, 그리고 양쪽에 골문을 설치한 경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또 이 축국이 제기차기의 유래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716. 오늘은 하지, 이후 김매기를 하는 때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 번째인 하지로 북반구에서는 1년 중 낮이 가장 깁니다. 북극 가까운 곳에서는 하루종일 해가 지지 않으며, 남극에서는 수평선 위에 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때 강원도에서는 햇감자를 캐어 쪄먹거나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 먹지요. 농촌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이전이면 모두 끝나고, 벼가 패기까지 두세 번에 걸쳐 김매기가 이어집니다. 그러나 요즘은 유기농법으로 농사짓는 논 외에는 김매기를 하지 않고, 제초제로 대신합니다. 일손이 모자란 탓과 사람의 이기심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제초제로 범벅된 쌀이 생산되고, 이 쌀을 먹는 사람들에게 제초제가 체내에 축적되어 각종 암이나 질병을 일으킨다는 염려가 생기게 됩니다. 김매기를 두레로 하고, 각종 벌레와 함께 살던 ‘더불어 정신’의 회복이 간절합니다.
715. 생활한복 입으면 도사(?)나 역학자(?) 저는 14년째 생활한복을 입고 있는데 가끔 듣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슨 종교이세요?”입니다. 혹 불교를 믿거나 도사이거나 역학자가 아닌지 묻는 것입니다. 특히 제 아내는 그런 말을 많이 듣는데 여름이 되면 더욱 그렇다고 합니다. 늘 긴소매 한복을 입는 까닭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전혀 종교와는 관계가 없다고 하면 놀라는 눈치입니다. 한복은 겨레의 자존심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대인의 화두인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옷이라는 것입니다. 서양옷처럼 몸을 조이는 것이 아닌 몸에 여유를 주는 것과 더불어 한방에서 말하는 ‘가슴 위를 차게 하고 배꼽 아래를 따뜻하게(두한족열:頭寒足熱)“하는 것에 잘 맞으며, 음양오행을 적용한 옷이라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생활한복은 도사나 역학자가 입는 옷이 아니라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면 입어야 하는 옷입니다.
714. 하던 대로 하고, 임시변통으로 때우기 “하던 대로 따라하고, 잠시의 편안함을 취하며, 구차하게 놀고, 임시변통으로 때운다. 세상의 온갖 일이 이 때문에 허물어지고 만다.” - 박종채(연암 박지원의 둘째 아들) ‘過庭錄’ ‘인순고식(因循姑息)’은 예전 해오던 대로 따라하고, 제 몸 편한 것만 생각하여 바꿀 생각이 없고, 늘 어떤 욕심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저 세 끼 밥이 입에 들어가니 살고, 등 따스며, 배부르면 그만이라는는 마음입니다. ‘구차미봉(苟且彌縫)’은 그러다가 일이 생기면 정면으로 돌파할 생각은 않고, 어찌어찌 술수를 부려 적당히 넘어갈 궁리만 하며, 대충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는 태도입니다. 인순고식도 나쁘지만 구차미봉은 더 나쁩니다. 대충 꿰맨 자리는 언젠가는 다시 터지고, 구차하게 술수 부려 넘어간 일은 그 다음엔 통하지 않지요. 변할 줄 모르고, 늘 거부만 하는 삶은 밥벌레의 삶일 것입니다. ‘죽비소리’(나를 깨우는 우리 문장 120) 정민, 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