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1. 정구지와 소풀, 쉐우리와 염지 막걸리 한 잔과 정구지적 한 장 어떠십니까? 입에서 군침이 돌지요? 특히 봄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막걸리와 정구지로 부친 적 한 장은 정말 기막힙니다. 정구지는 경상도 사람들이 말하는 부추입니다. 표준어는 부추이지만 전북과 충남지역에서는 부초와 부추, 경북 북부와 강원도, 충북에서는 분추와 분초, 경남 서부지역과 전남 동부지역은 소풀, 전라도 대부분은 솔, 충남에서는 졸, 제주도에서는 쉐우리, 함경도에서는 염지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 가지 사물을 놓고도 좁은 한반도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말들이 쓰입니다. 예전엔 표준말을 쓰는 것이 부끄럽다고 하여 지방 사람들이 서울에만 오면 사투리를 잊으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말들은 우리의 말글살이를 풍부하게 합니다. 절대 부끄러운 모습이 아닌 것입니다. 참고 : , 백두현, 커뮤니케이션북스
660. 입으로 전하고 입으로 받는다. 살아있는 차의 성인이라 불리는 순천 금둔사 주지 지허스님은 말합니다. “차에 대한 공부를 할 때 초의스님이나 다산선생도 좋지만 진정한 차의 성인이라 불릴 수 있는 당나라 육우(陸羽, 727-803)가 쓴 '다경(茶經)'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해야 합니다. 그 책에 보면 ‘차는 구전구수(口傳口受)이다’ 즉 ‘차는 입으로 전하고 입으로 받는다’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이는 아주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그 뜻은 ‘사람은 고정시켜놓으면 관념이 생긴다. 고정관념은 위험하다’라는 것입니다.” 스님은 한 사람에게 “도둑놈이다”라는 말을 계속하게 되면 결국 도둑이 되어버리게 된다는 말을 강조하십니다. 이 말은 역으로 아이들에게 “착하다”나 “예쁘다”라는 말을 자주 들려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될 것입니다. 사람을 볼 때도 사물을 볼 때도 고정관념으로 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659. 우리나라에도 여전사가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는 아마존(Amazon) 여전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마존 여전사들의 전투력이 매우 뛰어나 위험한 존재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여전사가 있었습니다. 김해 대성동 고분군 무덤에서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세 구의 여성 인골이 나왔는데 이를 한국방송 역사스페셜에서는 여전사로 보았습니다. 가야는 한반도 남부에 자리 잡은 열두 개의 작은 나라들이었고 쇠의 왕국이었습니다. 그런데 낙랑과 대방을 병합한 동아시아 최강의 고구려군대가 쳐들어오자 이를 맞서기 위해서는 부족한 병력이 가장 큰 문제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왜국의 용병을 들여오기도 했고, 여성들도 싸움에 나서야 했습니다. 아마존부족처럼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것은 물론 아니었지만 나라가 위기에 빠지자 여성들도 전투에 참가한 것입니다.
658. 한글로 쓰는 이메일주소를 아세요? 현대인은 컴퓨터 없이 못살고, 아침에 누리편지(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하면 하루가 찜찜하다지요? 이젠 나라밖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안부를 묻고, 사진과 자료를 보낼 수 있는 편리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영문으로 된 메일주소를 쓰니 여간 불편하지 않습니다. 주소를 잘못 쓰고는 답장이 안 온다고 섭섭해 하기도 하고, 중요한 내용을 보냈는데 잘못 가서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 영문이 아닌 한글로 이메일 주소를 써서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포털사이트의 메일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주소창에서 “김영조@한국”이라고 치면 바로 누리편지를 보낼 수 있어서 정말 편합니다. 메일주소를 불러줄 때 잘못 주고받을 까닭이 없어진 것이지요. 네이버나 다음에서 “한글이메일”을 치면 카페가 나오는데 여기서 쓰는 방법을 알아보세요.
657. 오늘은 나무에 물이 오르는 곡우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여섯째인 곡우(穀雨)입니다. 봄비(雨)가 내려 온갖 곡식(穀)을 기름지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말인데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내린 봄비가 반가울 수도 있는데 삼국시대의 기록에도 있는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지는 흙’이라는 뜻의 흑비였습니다. 곡우 무렵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릅니다. 그래서 이름난 산으로 '곡우물'을 마시러 가는데 곡우 물은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 상처 내서 흘러내리는 수액입니다. 경칩의 고로쇠 물은 여자 물이라 해서 남자에게 좋고, 곡우물은 남자 물이어서 여자들에게 더 좋다고 합니다. 이때 서해에서는 조기가 많이 잡히는데 이를 '곡우살이'라 부릅니다. '곡우살이'는 아직 크지는 않았지만 연하고 맛이 있어 남해의 어선까지 모여들지요.
656. 수원 화성을 지은 내력 “아침저녁으로 사모하는 마음 다 못하고 / 오늘 또 화성에 왔구나 / 부슬부슬 묘지에 비는 내리고 / 재(齋室)에서는 마음만 오락가락하는구나.” 이는 화성성역의궤에 나오는 정조임금의 글로 비운에 세상을 뜬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정조임금의 애틋한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수원화성은 정조임금이 선왕인 영조의 둘째 왕자로 세자에 책봉되었으나 당쟁에 휘말려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뒤주 속에서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묘소)을 양주 배봉산에서 명당인 수원의 화산으로 옮기고, 화산 부근 팔달산 아래에 지은 성입니다. 이 성은 정약용이 동서양의 기술서를 참고하여 만든 ‘성화주략’을 지침서로 하여 지은 것인데 군사적 방어기능과 상업적 기능이 함께 있으며,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그리고 실용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동양 성곽 중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655. 한복의 아름다움, 회장저고리 “분홍색 회장저고리 / 남 끝동 자주 고름 / 긴 치맛자락을 / 살며시 치켜들고 / 치마 밑으로 하얀 / 외씨버선이 고와라.” 이는 신석초 시인 시 “고풍” 중 일부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회장저고리’는 어떤 것일까요? 회장(回裝)이란 저고리의 깃, 끝동, 겨드랑이, 고름 따위를 색헝겊으로 대는 것을 말하는데 회장에는 반회장(半回裝)과 삼회장(三回裝)이 있으며, 회장은 깃, 끝동, 고름을 색헝겊으로 대는 것이고, 삼회장은 거기에 곁마기(저고리의 겨드랑이 부분에 바탕감과 배색이 되게 댄 감, 또는 그 부분)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입니다. 회장은 조선 후기에 시작된 여자 저고리의 형식으로, 노랑이나 연두 바탕에 자줏빛이나 남빛 회장을 달았습니다. 주로 남편이 있는 젊은 층 여성들이 평상복으로 착용하였으나, 자녀가 있고 부부 해로하는 경우에는 70살의 노인이라도 회장저고리를 입었지요.
654. 풍수지리는 미신이 아니다. 도선 국사는 원효, 의상 대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고승으로 일컬어지는 분입니다. 나는 최근 소설가 박혜강 선생이 도선 국사를 주인공으로 쓴 장편소설 ‘도선비기’를 읽었습니다. 박혜강 선생은 “풍수지리는 미신으로 보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미신이 아니다. 풍수지리는 우리 겨레가 갖고 있는 땅의 논리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명당의 원리’란 책을 쓴 풍수지리 전문가 덕원 선생은 “현대과학으로 아직 기를 밝혀내지 못했지만, 우주 만물은 각기 특유의 기가 있다. 그 기를 찾아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풍수지리학이다. 자연의 이치를 알고, 천, 지, 인이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우친 후, 인간의 마음이 자연으로 돌아가야 땅의 이치가 보인다."라고 말합니다. 풍수지리는 묏자리를 잘 써서 후손이 출세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653.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 뭇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흘러가니 / 따라서 물의 성질은 도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위 글은 노자의 에 나오는 것입니다. 물은 흐름 속에 고임이 있고, 고임 속에 흐름이 있습니다. 바로 정중동(靜中動)인 것입니다. 그러면서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흐르며,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물은 꾸밀 줄 모릅니다.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이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물의 성질이야말로 사람이 처신해야할 근본도리를 말한다 하겠습니다. 늘 머리맡에 두고 생각해 볼 말입니다.
652. 판소리는 사설을 알고 들어야 한다. "우는 놈은 발가락 빨리고, 똥누는 놈 주저앉히고, 제주병에 오줌싸고, 소주병 비상넣고, 새 망건 편자끊고, 새갓 보면은 땀때 띠고, 앉은뱅이는 택견, 곱사동이는 되집어 놓고..." "선인(船人)들을 따라간다, 선인들을 따라간다. 끌리는 치마자락을, 거듬거듬 걷어 안고, 비같이 흐르는, 눈물 옷깃이 모두가 사무친다. 엎어지며 넘어지며, 천방지축(天方地軸) 따라 갈제..."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마도 내 사랑아 네가 무엇을 먹을랴느냐... 저리 가거라 뒷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위 맨 처음은 홍보가, 다음은 심청가, 그리고 마지막은 춘향가 사설의 일부입니다. 우리 판소리에는 위처럼 해학이, 한이, 사랑이, 그리고 교훈이 있습니다. 판소리는 이런 사설을 알고들을 때만이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