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2. 더불어 사는 세시풍속을 되살리자. 지난해 을유년, 이웃의 불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욕심이 세상을 지배한 해였는지도 모릅니다. 연천 지피(GP) 총기 난사, '연예인 엑스파일'과 불법도청 파문, 부실 도시락 파문 따위의 국내 사건은 물론 일본의 계속적인 역사왜곡, 초대형 허리케인 미 강타, 런던 연쇄 테러 참사, 파리 이민자 폭등 등의 나라밖 사건들도 모두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이웃의 불행을 마다 않았기에 일어난 사건들이라 생각합니다. 자연과 이웃에 칼을 던지면 그 칼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2006년 병술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올 한해는 우리 겨레의 ‘더불어 살기’를 생활화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까치밥 남기기, 고수레, 세밑의 담치기 풍속, 입춘날의 적선공덕행 따위의 아름다운 세시풍속을 되살려 보는 한해를 기원합니다.
551. 병술년 개 이야기 사람들은 오랜 세월 같이 살아온 개를 헌신적으로 따르는 동물로 생각합니다. 특히 설화 속의 개는 충성과 의리, 그리고 희생을 보여줍니다. 충성스런 개에 대한 설화와 무덤 따위의 다양한 이야기는 온 나라에 전해 내려옵니다. 그런가 하면 속담과 욕에 나오는 서당개, 맹견, 똥개, 천덕꾸러기 개는 천함의 상징입니다. 개는 동물 가운데 우리 속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데 개살구, 개맨드라미 등 명칭 앞에 '개'가 붙으면 낮춤의 뜻이 있습니다. 집에서 기르던 개가 슬피 울면 집안에 초상이 난다 하여 개를 팔아 버리기도 하는데 삼국유사에는 백제가 멸망하기 전 사비성의 개들이 궁궐을 향해 슬피 울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개가 까닭없이 땅을 파면 무덤을 파는 뜻이라 하여 개를 없애고, 집안이 무사하기를 천지신명에게 빌며 몸가짐을 다시 합니다. 병술년 한해 개와 함께 밝은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550. 을유년에 있었던 전통문화의 큰일들 2005년 을유년 한해엔 우리 전통문화에 큰일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우리 문화의 자존심인 한글날이 15년의 기념일 시대를 접고 드디어 국경일이 된 일입니다. 그리고 국보와 보물 150여 점 등 총 1만 1000여 점의 문화재가 전시된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서울 용산에 10월 28일 개관했습니다. 또 임진왜란 때 정문부 장군과 3천 의병이 2만 2천의 왜군을 물리친 전공비인 ‘북관대첩비’가 100년 만에 돌아온 일입니다. 이 밖에도 청계천 복원, 강릉 단오제 세계무형문화유산 선정 따위의 좋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유네스코에서는 각 나라 문화다양성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문화다양성협약’이 채택되었다는 기쁜 소식도 있었구요. 물론 보물인 낙산사 동종이 화재로 불타 안타깝기도 했었고, 광화문 현판 교체로 논란이 되었던 씁쓸한 일들도 있었습니다. 내년 병술년에는 우리 전통문화계에 더욱 기쁜 일만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한글은 조선시대 지배층의 공식 글자" [서평] ▲ '조선시대 언문의 제도적 사용연구' 책 표지 ⓒ 한국문화사 그동안 훈민정음(언문)은 조선시대 양반이나 지배층들은 철저히 무시하고, 여성이나 피지배 계층에 의해 발달해 왔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그리고 언문 완성 448년인 고종 31년 1894년에 '법률, 칙령은 모두 국문(國文)을 기본으로 하고 한문으로 번역을 붙이거나 혹은 국한문(國漢文)을 섞어 쓴다'고 한 것은 고종의 혁명적인 정책이라고 여겨져 왔다. 국사편찬위원회가 펴낸 (1996)도 문자, 생활, 기술 분야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한글은 한자에 의한 문자 생활을 대신하지 못했다. 공적인 문자 생활은 여전히 한자로만 행해졌다. 공적이 아닌 문자 생활에 국한하여 한글이 사용되었다."그러나 을 통해 조선시대 한글 어문정책을 연구해 온 김슬옹(43) 목원대 겸임교수는 이에 대해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다. 최근 펴낸 '조선시대 언문의 제도적 사용 연구'(한국문화사, 2005)에서 김슬옹 교수는 '조선시대 언문 창제 이후 언문은 국가가 제정한 다중 공용문자 중의 하나'였다고 주장한다. 언문은 전체적으로 보면 한문에 비해 공용문자로서의 비중은 낮았지만 교화
▲ 세종임금 탄신일에 세종임금 동상 앞에 바쳐진 꽃들 ⓒ 김한빛나리 한글이 우리 문화유산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임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한글은 세계의 글자 중 만든 때, 만든 사람, 만든 목적을 아는 유일한 것이며 가장 과학적이고, 철학이 반영된 글자임은 물론 백성을 사랑하는 세종임금의 마음이 가득 담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한 유일한 글자인 것이다. 이 한글이 15년 동안 일반 기념일에서 헤매다가 드디어 12월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경일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의안번호 173572)'로 통과되어 내년부터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축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법률안의 통과과정을 보면 먼저 제254회 국회(임시회) 제2차 행정자치위원회(2005. 6. 14)에서 2004년 7월15일 신기남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경일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과 2004년 11월18일 이규택 의원이 발의한 '국경일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을 일괄 상정하여 대체토론 후 소위로 회부하였다. 그 뒤 제256회 국회(정기회) 제10차 행정자치위원회(2005. 12. 1)는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사결과를 받아들여 '국경일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
549. 판소리에서 ‘아니리’의 매력 “아이고 내 못 살것다. 이애 방자야 너와 나와 우리 결의 형제허자. 야 방자 형님아 사람 좀 살려라.” / “도련님 대관절 어쩌란 말씀이오.” / “여보게 방자형님. 편지나 한 장 전하여 주게.” / 존귀허신 도련님이 형님이라고까지 허여놓니 방자놈이 조가 살짝 났든 것이였다. / “도련님 처분이 정 그러시면 편지나 한 장 써 줘보시오. 일되고 안되기는 도련님 연분이옵고 말듣고 안듣기는 춘향의 마음이옵고 편지 전하고 안전하기는 소인놈 생각이오니 편지나 써 줘보시오.” 이것은 판소리 춘향가 중 이도령이 춘향에게 편지 써보내는 장면의 아니리입니다. 이렇게 아니리는 판소리를 한층 구수하고, 매력있게 만듭니다. ‘아니리’는 판소리의 구성요소 중 북은 치게 놓아두면서 말로 하는 부분인데, 시간의 흐름, 장면의 전환 등 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구실을 하고, 특히 해학적인 대목은 ‘아니리’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548. 문풍지만 달삭해도 짖는 개 "개야 개야 삽살개야 / 개야 개야 삽살개야 / 개야 개야 백설개야 / 개야 개야 백설개야 / 문풍지만 달삭해도 짖는 개야 / 밤중 밤중 야밤중아 / 우리임이 오시거든 / 개야 개야 백설개야 / 짖지를 마라 짖지를 마라 / 멍멍멍멍 짖지를 마라" 위 노래는 통영 지방에서 전승되는 ‘개타령’의 일부입니다. 남몰래 애절한 사랑을 나눌 님이 밤에 오시는데 그때마다 짖어 대는 개를 나무라고 있습니다. “문풍지만 달삭해도 짖는다.”라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내년은 병술년 개띠 해입니다. 예로부터 개는 집지키기, 사냥, 맹인 안내, 수호신 등의 역할뿐만 아니라, 잡귀와 병도깨비, 요귀 등 재앙을 물리치고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병술년은 우리의 믿음처럼 우리의 삽살개가 재앙을 물리쳐주고, 우리 모두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547. 조선시대 선술집 이야기 ‘선술집’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술청(다른 말 목로:주로 선술집에서 술잔을 놓기 위하여 쓰는, 널빤지로 좁고 기다랗게 만든 상) 앞에 선 채로 술을 마시게 된 술집’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선술집에서 막걸리를 한잔 걸쳤다.”라는 글들이 소설에서 나오곤 하지요. 양반이 아닌 양인들이 드나들며 술을 마시던 이 선술집을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생활사박물관 10’에서는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서울의 한 선술집. 붉은 옷을 입은 별감과 친구들이 선 채로 술을 마시고 있다. ‘선술집’에서는 술을 앉아서 마실 수 없다. 그랬다가는 버르장머리없는 놈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니까. 국자로 단지에서 술을 떠서 옆에 있는 ‘푼주’(국자 앞에 있는 그릇)에 붓고 있는 여인은 주모, 왼쪽에 서서 술값을 계산하고 있는 총각은 술잔을 나르거나 아궁이에 불을 때는 따위의 허드렛일을 하는 ‘중노미’”
546. 한자말을 정겨운 토박이말로 말이나 글은 남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어려운 한자말이나 외래어를 쓰면 말을 듣고, 글을 읽는 사람이 잘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쉽고 정감있는 토박이말을 쓰는 것이 듣고 읽는 사람이 훨씬 쉬우며, 좋은 느낌이 들게 됩니다. ‘곡해(曲解)하다’ 대신 ‘곱새기다’를, ‘미풍’ 대신 ‘가만한 바람’을, ‘미인’ 대신 ‘고운매’를, ‘서약서’ 대신 ‘다짐글’을, ‘왜곡’ 대신‘ ’거짓꾸미기‘를 쓰면 좋을 것입니다. 또 ‘연인’보다는 ‘그린내’, ‘액세서리’보다는 ‘꾸미개’, ‘퇴고’보다는 ‘다듬어쓰기’, ‘횡단보도’보다는 ‘건늠길’이 더 정겹지 않습니까? 누리집에서 ‘마일리지’나 ‘적립금’ 대신 ‘콩고물’이란 말을 쓰고, ‘이벤트’를 쓰기보다는 ‘잔치마당’, ‘help'가 아닌 ‘도움마당’을 써도 좋을 일입니다. ‘알림마당’, ‘사랑방’, ‘내가 값 매기기’는 어떨까요? 처음엔 어색할지 모르지만 곰비임비(자꾸자꾸) 들으면 좋아질 것입니다.
545. 한복과 서양옷, 진동의 차이 서양옷이나 한복이나 저고리를 보면 팔과 몸판이 붙는 곳을 진동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저고리의 어깨 선부터 겨드랑이까지의 폭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양옷의 진동과 한복의 진동은 다릅니다. 그래서 이 진동을 한복과 서양옷의 차이를 말할 때 씁니다. 서양옷은 몸쪽으로 약간 들어가게 곡선으로 팝니다. 그것은 입체재단의 방법으로 몸에 맞추는 옷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몸을 드러내기 위한 서양옷의 특징을 잘 나타냅니다. 하지만, 한복은 평면재단이라 하여 진동을 직선으로 합니다. 그러면 어깨와 가슴 사이가 넉넉하게 되어 주름이 잡힙니다. 그래서 몸을 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 몸을 감춰주는 한복의 특성이 잘 드러납니다. 그런데 요즘 일부 한복엔 주름을 없앤다 하여 서양옷처럼 몸쪽으로 판 진동을 보기도 합니다. 그건 한복의 특성을 없애버리는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