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4. 북관대첩비, 사무라이를 제압한 선비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처음 문을 연 날 가보신 분들은 한가운데 있던 커다란 비석에 많은 사람이 둘러싸고 있는 걸 보셨을 것입니다. 그것은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되어 있다가 도쿄 한국연구원 원장 최서면 선생이 밝혀내어 비문에 이름이 있는 의병의 후손들과 정부의 노력으로 반환받은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입니다. 이 비는 2006년 비석이 원래 있던 북한으로 전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때 선비 출신의 정문부를 대장으로 한 함경도 의병 3천 명이 일본의 2만 2천 대군을 물리친 전공비인데 높이 187cm, 너비 66cm, 두께 13cm이지요. 그 비석을 1905년 러·일 전쟁 때 함경지방에 진출한 일본군 제2예비사단 여단장 이케다 소장이 주민들을 협박해서 비석을 파내 가져간 것입니다. 이 비는 한국의 선비가 일본의 사무라이를 제압했다는 큰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543. 서양엔 예수신앙과 한국엔 미륵신앙 내일은 구세주 예수가 오신 성탄절인데 우리나라에는 오랜 세월 구세주 미륵이 오실 거라고 믿었습니다. 미륵신앙은 미륵보살이 사는 도솔천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것과, 말세인 세상을 구하러 미륵이 오시기를 바라는 것의 2가지인데 서양의 기독교 신앙과 비슷합니다. 신라와 백제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이념으로 나타난 미륵신앙은 후삼국시대 궁예가 흉흉한 민심을 타고 자신이 미륵이라 하기도 했습니다. 또 근세에 생긴 증산교 및 용화교 등도 미륵신앙을 믿습니다. 고려말 향나무를 갯벌에 묻으며 미륵이 오시기를 기다렸던 침향의식이나 드라마 장길산에서 나온 미륵신앙을 보면 예전에 서민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으며 살았는지를 짐작하게 됩니다. 요즘도 어려운 이들은 곳곳에 있는데 이분들에게 예수님이 오시고, 미륵님이 오셔서 모두에게 복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542. 신윤복이 스스로 감격에 겨워 한 그림, ‘미인도’ “이 조그만 가슴에 서리고 서려 있는 여인의 봄볕 같은 정을. 붓끝으로 어떻게 그 마음까지 고스란히 옮겨 놓았느뇨?“ 우리가 익히 아는 미인도는 조선 후기의 화가 신윤복이 그렸는데 화가는 그림을 그려놓고 스스로 감격에 겨워 그림에 이런 글을 적어 놉니다.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생활사박물관 10’에 보면 ‘다리(가체)를 구름처럼 얹은 머리에 동그랗고 자그마한 얼굴, 둥근 아래 턱, 다소곳이 솟은 콧날과 좁고 긴 코, 귀밑으로 하늘거리는 잔털’이라는 표현으로 이 여인은 우리 전통미인의 전형이자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 그 자체라고 평가합니다. 이 미인도는 비단천 먹 채색으로 그린 것이며, 사실적 기법으로 정통초상기법을 따라 머리털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또 윤곽선(쌍선)을 그린 후 그 안에 채색하는 구륵법의 그림이라고 합니다. (간송미술관 소장, 113.9cm x 45.6cm)
541. 토박이말 속에 들어있는 ‘더불어 삶’ 우리 겨레는 유난히 자연, 이웃과 더불어 살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그것은 우리 토박이말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반기’와 ‘담치기’입니다. 먼저 ‘반기’는 잔치나 제사 뒤에 몫몫이 챙겨서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음식을 말합니다. 잔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음식을 이웃과 더불어 하려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가게 하는 서양의 잔치에 비하면 거지에게도 한 상 차려주던 우리 겨레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담치기’는 세밑의 세시풍속인데 여기에도 ‘더불어’가 들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집집이 돌아다니며 풍물을 치면(애기풍장) 어른들은 쌀이나 잡곡을 내줍니다. 이를 자루에 모아 밤중에 노인들만 계신 집, 환자가 있거나, 쌀이 없어 떡도 못하는 집들을 찾아다니며, 담 너머로 던져주곤 합니다. 누가 던져 넣었는지 아무도 몰랐고, 알고도 모른 체했습니다.
540. 올해는 노동지여서 팥죽을 먹습니다. 내일(12. 22)은 24절기의 하나이며, 명절이기도 한 ‘동지’입니다.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먹는데 그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에 있습니다. 공공씨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 죽어서 전염병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소에 팥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전염병귀신을 쫓기 위해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동지가 동짓달 초승에 들면 애동지, 중순이면 중동지, 그믐께면 노동지라고 합니다.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 시루떡을 쪄서 먹었는데 올해는 노동지여서 팥죽을 쑤어 먹습니다. 팥죽을 쑤면 먼저 사당에 차례를 지낸 다음 방과 장독, 헛간 등에 한 그릇씩 떠다 놓고, 대문이나 벽에다 죽을 뿌립니다. 붉은 팥죽으로 악귀를 쫓는 의식이지만 한편으론 겨울에 먹을 것이 부족한 짐승들을 배려한 것입니다. 그런 다음 식구들이 팥죽을 먹는데 마음을 깨끗이 씻고, 새해를 맞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539. 네모 얼굴과 달걀형 얼굴 우리 겨레의 얼굴형태가 옛 사람들과 현대인이 다릅니다. 조선시대 우리 선비들의 초상화에 보이는 얼굴 형태는 보통 눈꼬리가 올라가고, 광대뼈와 턱뼈가 튀어나와서 얼굴이 넓고 네모꼴이 많은 데 비해 요즈음은 서양인들처럼 눈꼬리가 쳐지며, 머리부분이 커지고, 광대뼈와 턱뼈가 부드러워진 달걀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식생활이 바뀐 것이 주된 이유라 합니다. 옛날에는 주로 딱딱하거나 질긴 탄수화물(식이섬유) 중심의 밥 등을 먹었지만 요즈음은 부드러운 서양음식을 자주 먹는데서 오는 몸 구조의 변화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 달걀형이 되는 데에는 비만이 되거나, 턱관절이 약해지고, 뇌 발달에 문제가 되는 따위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의사들은 말합니다. 서양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라 할 것입니다.
538. 한복 입고 등산하는 할머니 서울방송 ‘세상에 이런 일이’엔 70살의 한복 입는 할머니가 나왔습니다. 그분은 고운 한복을 입고 등산합니다. 하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고 너무 좋다며,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더 힘차게 산을 오릅니다. 또 일을 할 때도 역시 한복 차림입니다. 찜질방에서도 할머니는 모시 흰 한복을 고집하십니다. 그뿐만 아니라 할머니는 늘 한복에 버선과 고무신 차림입니다. 그렇게 365일을 한복만 입습니다. 저고리만 35벌, 치마는 무려 50벌이 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가난하여 입고 싶던 한복을 입을 수가 없었는데 시집간 곳이 좀 넉넉한 집이어서 한복을 맘대로 입을 수 있었고, 이후 한 번도 한복을 벗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은 한복이 불편한 옷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할머니가 있다는 것을 보면 결코 한복을 불편한 옷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요?
537. 구들은 불을 다스린 우리 겨레의 지혜입니다. 우리 배달겨레는 불을 잘 다루어 하늘로 올라가는 불을 고래 속을 기어 들어가게 함으로써 결국 불을 밟고 서고, 불을 깔고 앉고, 불을 베고 잘 수 있는 구들에서 살았습니다. 또 방에 요를 깔고 누우면 구들의 열을 요에 모아서 혈액순환이 안 좋은 등, 허리, 다리 등 몸의 많은 부분은 직접 따뜻하게 하여줍니다. 그리고 요보다 더 넓은 이불로 덮어 구들에서 나는 열을 모아서 바닥에 닿지 않는 가슴, 배, 무릎, 발 따위 몸의 다른 부분을 따뜻하게 하여 자는 동안에도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합니다. 또 아궁이에서 구새(굴뚝)까지 불(열)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구들구조로 열이 오랫동안 구들에 머물게 하여 불을 넣지 않는 시간에도 구들을 늘 따뜻하게 하는 열 모으기 기술로 몸의 아랫부분의 체온을 유지시키는 가장 과학적이며 위생적인 난방입니다. 참고 : “우리 민족 최고의 발명품-온돌” 김준봉 / 국제구들학회장
536. 한방의 치료법, ‘뜸’ 이야기 뜸은 쑥을 살갗 위에 직접 놓고 태워 섭씨 약 60∼70° 도의 가벼운 화상으로 경혈을 자극해 증상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뜸이 무조건 뜨거워야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크기, 열이 필요하고, 적절한 경혈자리를 찾아 뜨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뜸의 효과는 신경통이나, 관절염, 타박상 따위의 통증이 가라앉고, 염증을 삭이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 속을 따뜻하게 하여 냉증을 없앤다고 하며, 기혈이 잘 통하게 되어 신경마비, 운동기능장애 등에 좋다고 전해집니다. 뜸의 장점은 한의사의 지도를 한번 받고 나면 한의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편리한 시간에 스스로 할 수도 있으며, 부작용이 없고, 값이 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뜸은 오랫동안 해야 효과가 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요즘은 쑥을 담배처럼 피워서 뜸을 대신하며, 담배를 끊게 하는 제품도 나옵니다.
535. 스스로 태워 주위를 맑게 하는 향이 되기를 우리 선조는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거문고를 탈 때엔 늘 향을 피웠습니다. 또 여름철의 모깃불도, 한가위에 먹는 솔잎 향기가 밴 송편과 이른봄의 쑥과 한증막 속의 쑥냄새, 그리고 단오날 머리를 감는 창포물도 또한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향기의 하나였지요. 그리고 장롱 안에 향을 피워 향냄새를 옷에 배이게 하고(훈의:薰衣), 옷을 손질하는 풀에 향료를 넣어 옷에서 절로 향기가 스며 나오게 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화로 베개를 만들어 사용하면 머리와 눈을 맑게 할 수 있고, 탁한 기운을 없앤다고 생각했습니다. “향을 피우며 차를 마신다. 먹을 갈고 흰 종이에 글씨를 쓴다. 그 마음에도 차의 향기와 먹의 내음 그리고 글씨에 담기는 향기로운 뜻이 말없이 어울릴 것이다. 향을 피우는 사람 또한 스스로를 태워 주위를 맑게 하는 향을 닮기를 꿈꾼다." ‘향기를 찾는 사람들’ 박희준 대표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