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9. 국악 속의 성악, 성악 중의 정가 국악에는 성악 장르가 있고, 그 성악 속에는 정악인 ‘정가’가 있는데 이에는 가곡, 가사, 시조 따위가 있습니다. 가곡(歌曲)은 소규모의 관현악 반주에 시조시(時調時)를 노래하는 성악곡인데 음높이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발성법이 일품이며, 이것이 관현악기 소리와 어우러져 가곡만의 독특한 소리를 내게 됩니다. 또 가사(歌詞)는 가사체(歌辭體)의 긴 노랫말을 일정한 선율과 장단에 얻어 노래하는 성악곡으로서, 그 감정적인 표현이 자유로운 음악입니다. 가사 음악은 담담한 속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문학적 향취가 그 맛이라고 합니다. 시조(時調)는 초·중·종장의 3장 형식으로 된 시조시(時調時)를 느리게 노래하는 음악으로 시조창(時調唱) 또는 시절가(時節歌)라고도 부릅니다. 한가롭고 꿋꿋하게 흐르는 선율 속에는 여유와 멋이 흠뻑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508. 녹차는 우리 전통차가 아닙니다. 40년 넘게 차를 덖어와 살아있는 차의 성인으로 불리는 순천 선암사 주지 지허스님은 말합니다. “우리의 전통차는 녹차와 품종부터가 다릅니다. 녹차는 일본에서 개량한 야부기다종으로 뿌리가 얕고, 잎이 무성합니다. 그래서 대량생산을 하는데 아주 좋을 것입니다. 어쩌면 저렴한 차를 마시는데 장점이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뿌리가 얕으니 비료를 주어야 하고, 그래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토종 야생차는 뿌리가 곧고 땅 위의 키보다 3~4배가 큽니다. 그래서 암반층, 석회질층에 있는 담백한 수분, 무기질을 흡수하여 겨울에 더 푸르고, 꽃이 핍니다. 그래서 녹차에 비해 우리의 전통차가 깊은 맛이 있는 것입니다.” 녹차는 쪄서 만들고, 우리면 연한 연두색을 띱니다. 그렇지만, 우리 전통차는 덖음차(솥에 불을 때고 비비듯이 하여 말림)이며, 다갈색이 됩니다. 다른 건 다르다고 해야 합니다.
507. 우리말처럼 행세하는 잘못된 외래어들 국립국어원 최용기 학예연구관은 언뜻 보기에 순수 고유어처럼 인식되는 말 중에 오래전 들어와 국어 낱말과 결합하여 우리말처럼 행세를 하고 있는 말들을 지적합니다. “우리말처럼 느껴지는 말 중에 ‘뽀록나다’는 언뜻 보기에 고유어처럼 보이지만 ‘뽀록’은 일본어 ‘보로’[ぼろ(襤褸)]에서 온 말인데, 이 말은 기본적으로 ‘넝마’, ‘누더기’의 뜻이나 지금은 ‘허술한 것’, ‘결점’ 따위의 뜻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 말이 우리말에서는 “감춘 것이 드러나다, 숨기던 사실이 드러나다”처럼 쓰이고 있으므로 ‘들통나다’, ‘드러나다’, ‘들키다’처럼 고쳐 쓰면 좋겠다.“ 이것 말고도 ‘사바사바하다·담합하다’, ‘닥상이다’, ‘비까번쩍하다’ 따위도 ‘짬짜미하다’, ‘제격이다, 충분하다’, ‘번쩍번쩍하다’로 바꿔 써야 할 말들이라고 알려줍니다. 이처럼 그 출처가 밝혀진 말들은 바꿔써 버릇해야 오염을 덜 수 있을 터입니다.
505. 김치 속 기생충알 아무 문제없다. 최근 김치 속의 기생충알 때문에 온통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한겨레신문에는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신민교 교수의 “김치속 기생충알 위험하지 않아”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신 교수는 여기서 ‘소금에 절임’, ‘날마늘 다짐’, ‘발효됨’이라는 것 때문에 김치를 익히지 않고 그대로 먹어도 몸 안에서 기생충 알이 전혀 부화될 수 없는 방어벽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김치의 부재료 중의 하나인 마늘이 면역증강과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가 속출되고 있으며, 중국 당나라 때의 식물도감인 ‘식료본초’와 ‘중약대사전’에는 이미 마늘이 ‘살충’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식약청의 섣부른 발표로 인해 문제가 커졌는데 실제로는 김치의 기생충알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훌륭한 발효음식, 김치를 절대 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504. 두 뿌리 한 몸 소나무를 아시나요? 우리 조선 소나무 중에는 특이한 것들이 있습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두우봉 기슭 '두 뿌리 한 몸' 의 소나무는 서로 다른 뿌리에서 자라난 두 나무가 높이 3m 쯤에서 합쳐져 한 몸을 이루고 있습니다. 중부지방산림관리청 보호수 1997-5호로 높이 15m, 둘레 1m 정도입니다. 그런가 하면 경북 청도 운문사 경내에 약 400년이나 된 소나무는 매년 봄, 가을로 막걸리를 한꺼번에 12말씩이나 마시는데 이 소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가지 끝이 땅을 향해서 곤두박질친다고 해서 낙락장송이라고 합니다. 또 경북 예천시에 있는 석송령이라는 이름의 소나무는 사람처럼 종합토지세를 납부하는데 이 마을에 살던 한 노인이 재산을 물려줄 후손이 없자 이 소나무에게 토지를 물려주게 되었는데 이 토지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해마다 이 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합니다.
503. 훈민정음은 철학과 과학을 조화시킨 위대한 글자 지난 10월 7일엔 파란 눈의 석학이 여주 세종임금 영릉을 참배한 일이 있었는데 그는 함부르크 대학 동양학연구소 베르너 삿세 교수입니다. 삿세교수는 월인천강지곡을 독일어로 번역해 책을 낼 정도로 한글에 대한 사랑과 학식이 대단합니다. 그는 다음처럼 훈민정음에 대한 칭찬을 했습니다. "한글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창조물이며, 철학적, 과학적 결과물이다. 모음은 음양철학을, 자음은 오행철학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어서 음운현상에 철학을 이입시켰다. 한글은 전통철학이 과학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또 한국문화는 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와 외래문화를 잘 조화시켜야 하는데 이것의 좋은 예가 훈민정음이다. 한국철학을 배경으로 현대과학에 알맞은 사고방식과 제도를 만든 것이다. 철학과 과학을 조화시킨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위대한 글자다."
502. 고종의 황룡포와 청와대 조선시대에 임금은 노란색 곤룡포(衮龍袍:임금이 입던 정복) 즉, 황룡포를 입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음향오행 사상에 따른 오방색과 중국에 대한 사대사상이 있어서입니다. 오행 철학에 따르면 동쪽은 파랑, 남쪽은 빨강, 서쪽은 흰색, 북쪽은 검정, 가운데는 노랑인데 이중 천지의 가운데인 중국만 노랑을 쓰고, 조선은 동쪽에 있으니 파랑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종은 처음으로 황룡포를 입고, 스스로 황제라 부르면서 건양(建陽), 광무(光武) 등의 독자적인 연호(年號:임금이 즉위한 해에 붙인 이름)를 쓰면서 독립국임을 선포합니다. 고종이 황룡포를 오래 입지는 못했지만 조선의 어느 임금보다도 자주정신이 강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는 푸른 기와를 얹은 집이라 해서 청와대로 부르는데 그렇다면 스스로 중국의 변방 또는 속국임을 표시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501. 멍석극장 이야기 우리의 전통문화와 함께하는 ‘신바람예술학교’에서는 지난 11월 1일부터 ‘화요멍석극장’을 엽니다. ‘신바람예술학교’는 전통문화 행사, 전시, 체험, 교육 따위를 위한 단체입니다. ‘화요멍석극장’은 “신바람 멍석극장은 코딱지만 합니다. 관객과 구분이 안 되며, 무대는 멍석 한 장입니다. 신명과 흥이 있는 누구라도 멍석 위에서 놀 수 있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특히 국악, 창작, 실험작을 환영합니다. 아마추어, 전문 예술인, 구경꾼 모두가 어우러지는 한마당입니다.”라고 소개합니다. 우리 문화는 원래 무대와 객석이 나뉘지 않는, 마당놀이가 제격인 문화입니다. 커다란 행사에 감히 끼지 못하는 민중들에게 멍석 한 장 깔고 하는 공연은 정말 훌륭합니다. 그래서 공연자와 관객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서로 입김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마당입니다. 이런 자리가 우리 주변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아리아가 흐르는 환상의 춤을 보다 아시아가무단, 한·중·일 창작무용곡 공연 ▲ '하늘다리' 공연의 한 장면 1 ⓒ2005 김영조 지난 27일, 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아시아 음악제'가 열렸다. 이 음악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창립 10돌 기념 연주회와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15돌을 기념하는 특별 연주회를 겸한 자리였다. 당시 이 연주회의 지휘자인 박범훈 중앙대학교 총장은 연주회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새겼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이웃 나라들과의 제대로 된 교류가 없었다. 하지만 10년 전 자신 있게 열고 공통된 힘, 자국의 독특한 음악들을 합하여 하나 된 관현악단을 만들자는 취지로 '아시아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그런 '아시아 오케스트라'가 10년 동안 어떤 발전을 이뤘는지 보여주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연주회를 아시아 음악인들과 함께 여는 것은 우리 국악을 외국인들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업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 '하늘다리' 공연의 한 장면 2 ⓒ2005 김영조 그런데 이런 의미를 음악이 아닌 춤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10월 31일 밤 7시 30분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500. 우리 겨레의 철학은 ‘더불어 살기’입니다. 제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라는 제목으로 우리문화에 대한 짧은 글을 써온 지 벌써 500번째가 되었습니다. 이쯤에서 저는 우리문화를 소개하고, 우리문화의 정신을 알려낸다는 이 연재의 의미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뒤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겨레의 철학은 ‘더불어 살기’입니다. 다른 민족에 비해 유달리 이웃과 더불어 사는 정신이 강한 겨레입니다. ‘까치밥 남기기’, ‘고수레’를 비롯하여 남모르게 좋은 일을 많이 해야만 한해가 행복하다는 입춘의 ‘적선공덕행’,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에게 선물을 하는 입동의 ‘치계미’, 아이들이 풍물을 쳐서 거둔 곡식을 밤중에 어려운 이웃에게 담 넘어 던져주는 세밑의 ‘담치기 풍속’ 따위의 세시풍속은 물론 각종 의식주에서도 ‘더불어’ 정신이 꼭꼭 박혀 있습니다. 현대생활에서도 이런 정신을 살리는 것이 모두가 잘 사는 길임을 계속 알려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