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 김치에 고춧가루를 쓰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부터 17세기 한글로 쓴 최초의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보면 ‘산갓김치’ 담그는 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거기엔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19세기 초 백과사전인 ’규합총서‘에는 고춧가루를 쓰고 있습니다. 16세기 말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고추가 18세기부터 김치와 각종 음식에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부터 김치의 역사가 바뀌어 소금, 후추, 천초 따위로 담백하게 담그던 김치가 매운맛으로 변한 것입니다. 동시에 고춧가루는 고추장이라는 새로운 저장식품도 만들어냈습니다. 조선 후기의 농가풍습을 노래한 ‘시월령’은 저장식품의 백미인 김장김치를 담는 이야기를 합니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간을 맞게 하고, 마늘, 생강, 파에 젓김치, 장아찌라. 큰 독에 작은 독, 바탕에는 항아리라. 양지쪽에 헛간 짓고, 짚에 싸서 깊이 묻고, 무도 얼지 않게 간수하소.” 참고 :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한국역사연구회, 청년사)
498. 조선시대는 화장실을 뭐라고 불렀을까? 우리가 아침마다 볼일을 보는 곳을 화장실이라고 부르지만 시골의 푸세식인 경우는 변소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모두 화장실로 같이 부릅니다. 이 화장실을 조선시대에는 뭐라고 불렀을까요? 화장실의 우리말 이름은 뒷간입니다. 순천 선암사에 가면 아담한 작은 집에 ‘뒤’라고 쓰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무얼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예전엔 글씨를 오른쪽에부터 썼기에 요즘 식으로 바꾸면 ‘뒤’이 되고, 그러면 ‘뒷간’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 뒷간은 한자 이름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절의 ‘해우소(解憂所)’인데 바로 근심을 푸는 곳이란 말입니다. 또 서각(西閣), 정방(淨房), 청측(靑厠), 측간(厠間), 측실(厠室), 측청(厠靑), 회치장(灰治粧) 따위가 있습니다. 궁궐 내인들은 ‘급한 데’, ‘부정한 데’, ‘작은 집’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참고 :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한국역사연구회, 청년사)
497. 양로원 할머니들과 함께 한 풍물잔치 지난 6일은 24절기 입동의 하루 전날로 차를 타고 지나는 길은 노오랗게 물든 은행잎하며, 붉게 타는 단풍잎으로 세상은 불타고 있었습니다. 그런 날 나는 ‘희망세상’이란 한 전통문화단체가 간 양로원 공연봉사에 따라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기엔 어른풍물패, 어린이풍물패와 소리꾼들이 함께했으며, 그날 행사는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풍물, 탈춤, 민요 한마당이었지요. 50 여명의 공연단들이 온 힘을 다하고, 이에 할머니들은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터뜨린 기쁜 잔치였습니다. 이 행사를 한 희망세상은 이 양로원에 10년을 한결같이 그리고 조용히 다니고 있어 큰 손뼉을 받고 있습니다. 예전 ‘치계미’라 하여 입동 날 행해졌던,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에게 십시일반 걷어 선물을 주었던 아름다운 세시풍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습니다. 차가움이 더해지는 이 늦은 가을날 우리는 헐벗은 이웃은 없는지 살펴 볼 일입니다.
496. 나이 드신 노인들에게 선물하는 입동 내일(11월 7일)은 24절기의 열아홉 번째인 입동(立冬)인데 이 날부터 '겨울(冬)에 들어 선다(立)‘라는 뜻에서 입동이라 부릅니다. 옛사람들은 입동기간 중 초후엔 물이 얼기 시작하고, 중후는 땅이 처음으로 얼어붙으며, 말후엔 꿩은 드물어지고 조개가 잡힌다고 하였습니다. 조선시대의 향약(권선징악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만든 향촌의 자치규약)을 보면 봄가을로 양로잔치를 베풀었는데, 특히 입동, 동지, 섣달 그믐날 밤에 나이가 드신 노인들에게는 치계미(雉鷄米)라 하여 선물을 드리는 일이 보통이었습니다. 논밭 한 뙈기도 없는 가난한 집에서도 한 해에 한 번은 마을 노인들을 위해 기꺼이 금품을 내놓았지요. 이제 추운 겨울로 들어가는데 그럴수록 주위에 어려운 사람은 없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많이 베풀수록 모두 다시 내게 돌아온다는 ‘보시의 정신’이 중요한 것입니다.
495. 허준의 ‘동의보감’, 동아시아 의학 관통한다. 한의학을 중국의 중의학을 본뜬 별볼일 없는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의 뿌리를 이룬 허준의 ‘동의보감’이 중국과 일본에서 어떻게 대우받았는가를 알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11월 4일자 한겨레신문에는 신동원 카이스트 연구교수가 쓴 “동아시아 의학 관통하는 ‘지도’”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거기엔 ‘동의보감’이 중국 황제에게 바쳐진 책으로 처음엔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귀한 책이었으며, 중국에서 ‘동의보감’은 의서로서는 드물게 무려 30여 차례 인쇄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이 책이 쇼군(일본 도쿠가와 막 부의 우두머리)의 명으로 편찬되었는데, ‘동의보감’을 의학의 표준으로 삼겠다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또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규모의 한의학 대학으로 평가되는 중국 상하이 중의약대 교정 한복판에 허준 선생의 동상이 세워졌음도 알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494. 김치사건에 김치를 잃지 마세요. 최근 판매되는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와 온통 난리가 났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김치를 잘 먹지 않던 아이들이 김치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하지만, 기생충 알이 아무리 걱정이 되어도 서양에서 들어온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의사들은 햄버거와 콜라가 아이들의 소아 성인병, 비만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를 합니다. 기생충 알은 건강에 큰 문제가 없고, 실제 성충으로 자란다 해도 구충제만 먹으면 간단하게 나을 수 있지만, 성인병, 비만 등은 만병의 근원으로 심각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김치에 들어있는 유산균음료보다 100배나 더 많은 유산균, 고춧가루 속에 들어있는 캡사이틴의 항암효과 등 우리 몸에 아주 유익한 것들입니다. 잠깐 벌어지는 어이없는 사건 때문에 우리에게 소중한 그리고 자랑스러운 음식을 잃으면 안 됩니다.
493. ‘고드름장아찌’란 말을 아십니까? 우리 토박이말 중에는 참 재미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 ‘고드름장아찌’는 언행이 싱거운 사람을 말합니다. 장아찌는 간장에 절이거나 담근 것인데 고드름을 간장에 절였다는 것으로 비유하여 맹물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검정새치’는 새치이면서 마치 검은 머리카락인 척하는 것처럼 같은 편인 체하면서 남의 염탐꾼 노릇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또 ‘윤똑똑이’란 말이 있는데 음력의 윤달처럼 가짜로 만들어진 것을 빗댄 것으로 저 혼자만 잘난 체하는 사람을 홀하게 이르는 말입니다. ‘치마양반’도 있습니다. 이는 출신이나 능력이 별로인 남자가 지체 높은 집안과 혼인하여 덩달아 행세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골초는 ‘용고뚜리’, ‘철록어미’라고 합니다. 후원자는 토박이말 ‘벗바리’로 쓰면 좋습니다. 그리고 거리낌없이 상말을 마구 하는 입이 더러운 사람은 ‘사복개천’입니다. 참고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서해문집
11월 3일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선생의 서거한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이에 윤이상 선생에 생전에 아끼던 제자 윤인숙 교수가 11월 17일 단국대학교 난파음악관에서 '추모음악제'를 합니다.이날은 윤이상 선생이 작곡하신 '고풍의상', '나그네' 등의 성악곡과 기악곡 등이 연주됩니다.추모음악제에 관심있는 분은 연락주시면 초대권을 보내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492. 얻고 잃음에 마음을 두지 말아라. “비록 작은 재주라도 잊은 바가 있은 뒤에야 능히 이룰 수 있다. 하물며 큰 도는 말할 것이 없다. 최흥효는 나라에서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다. 일찍이 과거에 나아가 답안지를 쓰는데, 한 글자가 왕희지의 글씨와 비슷하게 써졌다. 앉아서 하루종일 살펴보다가 차마 버릴 수가 없어 답안지를 품에 넣고 돌아왔다. 이는 얻고 잃음을 마음에 두지 않은 것이라 말할 것이다.” 위 글은 조선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쓴 ‘형언도필첩서’에 나오는 것입니다. 몇 년에 한번 열리는 과거 시험장에서 글씨 하나에 미쳐서 차마 답안지를 제출하지 못하고 품에 안고 나온 명필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얻고 잃음에 마음을 두지 않았기에 명필이 되었다는 이야기지요. 남들이 하는 대로 해서는 희망이 없습니다. ‘적당히’가 아닌 한 가지에 미치는 것과 얻고 잃음에 초연하는 것이야말로 성공하는 길일 것입니다. 참고 : “죽비소리"(정민. 마음산책)
대고구려의 기상 판소리로 옮기다 박성환씨, 창작판소리 완창발표회 열어 ▲ 창작 판소리 '대고구려'를 소리하는 박성환과 고수 성우경 ⓒ2005 김영조 "어화 여러 동포님네 백의민족 우리 겨레 지혜 있고 용맹 있어 반만년 유구하니 우리 조상 고구려를 꿈엔들 잊힐런가. 늠름한 기상 배달겨레 힘 모아 뜻을 모아 민족정기 되살려 평화로운 통일세상 우리 힘으로 이룩하세. 적토마 말을 타고 너른 들 중원 들판 고려 강산 노래하세. 금수강산 좋을시고 평화통일 그 날이 오면 남남북녀 손을 잡고 떡쿵 장단치며 원앙 쌍쌍 사랑 맺어 아껴주고 보살피고 땀 흘려 일을 하고 딸아들 많이 낳아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세."이것은 10월 21일 밤 7시 30분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있었던 박성환씨의 창작 판소리 '대고구려' 완창발표회에 나온 사설의 한 대목이다. 우리에게 판소리는 귀중한 전통문화이다. 아니 세계 무형문화유산의 하나이다. ▲ 창작 판소리 '대고구려' ⓒ2005 박성환 판소리는 원래 12바탕이었지만 지금 남아 불리는 건 다섯 바탕뿐이다. 그 다섯 바탕에는 해학과 슬픔, 사랑과 교훈이 고루 들어있는 위대한 것들이 분명한데 하지만 그것들을 고집하는 우직함 속에서는 더 이상의 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