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7. 한복차림은 외국인과의 만남에 당연한 일 한글날 행사에 참석하러온 외국학자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자리에 곱게 한복을 차려입으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글이 없는 민족에게 훈민정음으로 글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시는 ‘훈민정음ㆍ세종연구소 이기남 이사장님이었습니다. 그 자리엔 생활한복을 입었던 나 외에는 모든 참석자가 서양옷 차림이었지요. 그래서 치마저고리 차림의 이사장님은 정말 고왔으며, 우아한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사장님에게 예의상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이사장님은 “외국 학자들이 오신다는데 신경써서 한복을 입고 왔습니다. 외국인과의 정중한 자리에 한국여성으로 한복을 입는 게 당연할 거라는 생각입니다.” 이사장님의 한국문화 사랑은 모든 한국인이 본받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466. 국화술, 추어탕 그리고 한로(寒露) 오늘은 24절기의 열일곱 번째인 한로입니다. 한로는 찰 '한(寒)', 이슬 '로(露)'로 써서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서 서리로 변하기 직전이고, 세시명절인 중양절(重陽節, 음력 9월 9일)과 비슷한 때이지요. 이때는 오곡백과를 수확하고, 타작이 한창이며, 단풍이 짙어지고, 여름새 대신에 기러기 등 겨울새가 오는 때입니다. 한로를 전후하여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그며, 온갖 모임이나 놀이가 벌어집니다. 또 높은 산에 올라가 수유열매를 머리에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는데, 이는 수유열매가 붉은 자줏빛으로 붉은색이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한로와 상강에는 시절음식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습니다. ‘본초강목’에는 미꾸라지가 양기를 돋우는데 좋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는 뜻으로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465. 한의학은 많은 사람이 올랐던 등산로와 같다. 어떤 사람들은 한의학을 미신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광주의 한의사 문찬기씨는 어떤 등산로를 알려면 직접 올라봐야 하는 것처럼 한의학도 올라보지 못하면 모른다고 말합니다. “유명한 등산로는 남다른 데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이용을 하는 거죠. 한의학도 수 천 년 동안 많은 사람이 이용해온 남다른 데가 있는 등산로 중의 하나입니다. 그 등산로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알려면 그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올라가 봐야 합니다. 다른 등산로를 통해 올라가 본 경험은 그 등산로를 이해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처음 오르는 길은 반드시 그 등산로에 익숙한 안내인을 따라 올라야 합니다.” 그는 특히 한의학 같은 실용학문일 경우 그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세상과 부대껴본 경험이 없으면 그 학문을 충분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464. 청자, 백자, 분청사기는 어떻게 다를까? 우리의 도자기는 크게 청자, 백자, 분청사기가 있는데 그것이 어떻게 다를까요? 먼저 청자(靑瓷/靑磁)는 푸른 빛깔의 자기를 말합니다. 특히 고려 시대에 만든 청자는 기술과 무늬가 독창적이고 섬세한데 흔히 ‘비색(翡色)’으로 불리는 그 푸른 빛깔의 아름다움은 세계가 인정합니다. 백자(白瓷)는 주로 조선에 와서 유행된 자기로 순백색의 바탕흙 위에 투명한 유약을 발라 구워 만든 순백색의 자기입니다. 청자에 비하여 깨끗하고 담백하며, 검소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것인데 성리학의 정신이 깔려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분청사기(粉靑沙器)는 회색 바탕흙 위에 백토진흙을 바른 다음 유약을 입혀서 구워냅니다. 분청사기의 특징은 자유스러우면서 실용적인 형태와 다양한 분장기법(粉粧技法), 그리고 의미와 특성을 살리면서도 때로는 대담하게 생략, 변형시킨 무늬라 할 수 있습니다.
463. 소주는 고려 후기에 밖에서 들어온 술 소주란 곡류를 발효시켜 증류하거나, 알코올에 물을 타서(희석식) 만든 술입니다. 증류식은 1960년대에 이르러 원료 대체 조치로 인해 희석식이 갑자기 발달하면서 지금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원래 우리의 전통술은 막걸리와 청주인데 소주는 페르시아에서 발달한 증류법이 원(元) 나라와 만주를 거쳐 고려 후기에 들어와 3대 술로 자리 잡은 것이라 합니다. 특히 안동소주는 원나라가 일본을 정벌할 계획으로 안동에 병참기지를 만들면서 전파시킨 것입니다. 이렇게 굴러들어온 소주가 인기를 끌었는데 1375년(우왕 원년)에는 소주 금주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일본에서는 소주가 급격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원나라가 정벌하려 했던 일본을 이제 우리의 소주가 정렴해가고 있음입니다. 일본의 제국주의와는 다른 우리는 한류열풍과 더불어 일본을 문화로 점령해 갑니다. 참고 : “고려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 한국역사연구회, 청년사
462. ‘뉘’란 말을 아시나요? ‘뉘’란 우리 토박이말에는 5가지가 있습니다. ‘누구’의 준말이 ‘뉘’이며, 살아가는 한 세상을 뜻하기도 합니다. 또 ‘뉘누리’의 준말로 소용돌이를 이야기하기도 하며, 자손에게 받는 덕을 말하는데 ‘뉘를 보다’라고 씁니다. 그런가 하면 방아를 찧은 쌀 속에 섞인 겨가 벗겨지지 아니한 벼 알갱이를 뜻하는 말도 됩니다. ‘조선가요집’ 중 시집살이엔 “아가 아가 새아가야 / 밥에 ‘뉘’도 너무 많다 / 밥에 ‘뉘’를 ‘뉘’라 합나’라는 노래도 있습니다. 세상의 사물 중에도 ‘뉘’가 있지만 사람들 속에도 ‘뉘’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 ‘뉘’를 우리는 잘 가려내지 못합니다. 그것은 검정새치(같은 편인 체하면서 남의 염탐꾼인 사람, 검정머리가 흰 새치인 척한다는 뜻)로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뉘’는 쌀만이 아닌 세상 속에서도 가려내야할 것입니다. 또 혹시 내가 세상의 '뉘‘는 아닌지 뒤돌아봅니다. 참고 : “살려 쓸 만한 토박이말 5000” / 최기호, 한국문화사
461. 담배는 기호품이기 이전에 불행의 씨앗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사망원인 결과’을 보면 사망자 중 26%가 암이었습니다. 사망 1위인 암의 증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산업화로 인한 잘못된 생활습관과 식사습관, 노인인구의 증가’ 따위를 꼽습니다. 특히 암 사망자 중 1위는 폐암인데 남성이 폐암 사망률이 높은 것은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아직도 50%일 정도로 높은 것’이 그 까닭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애연가들은 “담배는 개인의 자유인 기호품인데 막을 까닭이 없다.”라고 외칩니다. 하지만, 그 기호품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 자신의 불행일뿐더러 온 식구의 불행, 사회의 비극이 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개인의 기호품이기에 필 자유가 있다고 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 아닐까요? 취미건 기호품이건 ‘더불어 사는 삶’에 해를 주는 것이라면 가까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460. 안 보이는 속을 채워나가는 정신 얼마 전 궁중국악기라는 회사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회사는 업계 1위를 다투는 회사로 얼려졌는데 그곳 박성기 사장님과 오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떻게 차별화된 악기를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지요. “악기를 만드는데 여러 가지 공정이 있다. 그냥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린 그 공정을 하나라도 생략하는 법이 없다. 하지만, 어떤 악기사는 원가를 줄인다는 생각에 몇 공정을 빠뜨리기도 한다. 이것은 결국 소리의 차이를 가지고 온다." 고객에게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정 하나하나를 생략하는 법이 없다는 박사장님의 철학은 우리 모두에게 주는 말이란 생각이 듭니다. 보이는 것만 충실하려는 것은 결국 뭔가 일을 그르치게 될 것입니다. 안보이지만 속을 채워나가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459. 뒷짐지고 하늘 바라보면 건강한 삶이 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사망원인을 보면 사망자의 5%가 당뇨로 인한 것임은 물론,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뇨로 인한 사망증가의 원인을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현대인의 바쁜 생활습관이 당뇨병의 중요한 원인이다.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할 수 없는데다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등 식사습관의 변화, 운동부족, 업무나 생활 속에서의 스트레스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산업화 이후 ‘빨리빨리병’이 도져 무엇이든 빨리해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느린 것은 따돌림받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나는 조선 선비들처럼 뒷짐지고 하늘을 보기를 권합니다. 바쁜 세상에 느긋하게 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잠시 틈을 내 자연을 바라보며, 세속에서 찌든 때를 씻어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하는 것입니다. 패스트푸드 대신 슬로우푸드가 돋보이는 느림의 미학을 상상해 봅니다.
청계천 복원 축하하는 전통문화 행사 열린다 궁중의상과 음식축제, 과거제와 민속놀이 등 행사 푸짐 오는 10월 1일을 기해 청계천이 본격적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이를 기념하는 각종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져, 가을과 함께 문화의 향기를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 궁중의상 나들이 1 ⓒ2005 서울시청 ▲ 궁중의상 나들이 2 ⓒ2005 서울시청 궁중의상 패션쇼와 국악한마당청계천 복원의 기쁨을 서울시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살아있는 우리 전통문화 한마당 행사인 궁중의상 패션쇼와 국악한마당이 10월 2일(일) 늦은 6시부터 9시까지 서울시 주최로 서울광장에서 열린다.궁중의상 패션쇼는 화려한 궁중복식을 한자리에 선보이는 ‘궁중의상 가을 나들이’를 6시에 먼저 여는데, 철종 어진에 나와 있는 왕의 구군복이 최초로 고증되어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며, 궁중의상에 대한 전문가의 해설을 곁들인다.이어서 7시부터 열리는 국악한마당의 첫 번째 마당은 뿌리패의 타악연주와 벽사춤무용단의 ‘기원무’, 전남도립 사물놀이패와 벽사춤무용단의 전통의 가락과 춤사위가 펼쳐지는 ‘하늘열림(開天) ’이다. 이어서 두 번째 마당 ‘땅의 열림(開川)’은, 다사랑예술단의 반주로 청계천 창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