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 세계문화유산이 된 조선왕조실록 조선은 기록에 관한 한 뛰어난 나라입니다. 역사를 후대에 남겨서 평가를 받겠다는 역사의식이 투철했던 조선왕조인 것입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은 조선시대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 외교, 군사, 법률, 통신, 종교 등 인간사의 모든 부분을 종합하여 기록함으로써,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정확한 기록물로 평가받습니다.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도 실록이 편찬되었지만 한 왕조가 ‘조선왕조실록’처럼 긴 시간에 걸쳐 풍부하고도 엄밀한 기록을 남긴 예가 없다고 합니다. ‘조선왕조실록’뿐 아니라 ‘일성록(日省錄)’,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도 역시 대단합니다. ‘승정원일기’는 임금의 비서실인 승정원에서 왕명 출납과 행정 사무 따위를 기록한 일기로 조선 전기부터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왕조실록’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457. 속절없이 궁궐에서 처녀로 살다가는 상궁 임금과, 왕비, 세자 가까이서 그들의 손발이 되어 주는 궁녀들은 나인과 상궁이 있는데 그 수가 600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궁녀는 ‘궁중 여자 관리’의 줄임말로 품계를 받은 여자관리 즉, 후궁과 궁녀를 통틀어 ‘내명부’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궁녀 중 임금의 눈에 띄어 승은을 입기는 하늘의 별 따기로 임금을 곁에서 모시는 ‘지밀나인’이나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걸음마를 겨우 뗐을 때부터 뽑혀 들어와 글과 예절 따위를 익히는 특별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애기나인’ 즉, 성인이 되기 전의 궁녀는 20살을 앞뒤로 신랑없는 혼인식을 겸하는 성인식을 치른 다음, 두 명씩 한 방에서 살림을 차리고, 정식 나인이 됩니다. 그렇게 둘이서 외로움을 달래며 15년 세월을 보내면 상궁이 되고, 그 뒤로도 속절없이 궁궐에 봉사하다가 처녀로 죽어가는 것이 궁녀의 숙명입니다.참고 : 한국생활사박물관 10 ‘조선생활관2’ / 사계절출판사
"최고의 국악기 제조는 내 평생 목표" [전통문화를 상품으로 빛내는 기업인 만나기 ③] (주)궁중국악기 대표 박성기 ▲ 인터뷰하는 (주)궁중국악기 박성기 대표이사 ⓒ2005 김영조 전통문화를 그냥 놔두는 것보다 올바른 계승을 통한 상품으로 빛낼 때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그 상품을 부단히 알려내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전통문화를 올바로 상업화하는 기업인들을 찾아서 그들의 철학과 기업관을 들어보고, 대중들에게 소개하려고 한다. 그 세 번째로 최고의 국악기의 개발과 보급에 평생을 건 (주)궁중국악기 박성기 대표이사를 만나본다. 성악이든 기악이든 악기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악기는 음악의 바탕이라는 것이다. 그건 국악도 마찬가지이다. 기악은 물론이지만 판소리에도 '1고수 2명창'이란 말이 있듯 북의 역할이 중요하고, 민요에는 장구가 필요하고, 풍물굿에선 바탕이 되기도 한다. 하남의 그윽한 골짜기 속에 아름답게 펼쳐진 (주)궁중국악기 본사에 다다랐다. 들머리에는 아름다운 개랑(매우 좁고 얕은 개울)이 있고, 그 뒤로 언덕 위의 하얀 건물이 보인다. 이 하얀 건물이 바로 궁중국악기의 전시장 겸 본사이다. 박 사장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456. 스파이크 신발의 원조는 삼국시대(?) 요즘 등산화나 축구화를 보면 신발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스파이크를 단 것을 봅니다. 그런 신발의 원조가 어쩌면 삼국시대일지도 모릅니다.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을 보면 신발의 바닥에 못을 촘촘히 달았습니다. 보통 9개의 못이 달렸던 것으로 보이는데 끝이 뾰족하여 위험할 정도입니다. 그렇게 신발 바닥에 못을 단 까닭을 ‘다시 찾은 백제문화(엄기표, 고래실)”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고대사회에는 전쟁이 많았는데 가장 강력한 군대는 기마병이었다. 아마도 기마병이 말을 타고 달릴 때 바닥이 평평한 신발을 신으면 벗겨지기 쉽고, 잘못하면 말에서 중심을 잃어 떨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말의 배에 달린 발걸이에 발을 든든하게 고정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또 말을 타고 달리며 싸울 때 창칼을 대신하여 발로도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455. 위대한 된장을 만들어온 우리의 어머니 좋은 된장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의 위대한 어머니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장독을 열어 놓았습니다. 그것은 항아리의 금줄로 쓰인 볏짚과 함께 장독 속에 미생물이 잘 들어가도록 하여 된장의 발효를 돕는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장독도 깨끗이 닦아주곤 합니다. 장독을 에스이엠(SEM)현미경으로 촬영해보면 곳곳에 동그란 조직, 즉 숨구멍이 보입니다. 장독을 닦아주는 것은 그 숨구멍으로 미생물이 잘 들어가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우리 어머니들은 콩의 훌륭한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것이 바로 위대한 된장의 탄생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된장의 항암효과는 이제 정설입니다. 그 정설이 된 된장의 항암효과는 바로 그렇게 우리 어머니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아침마다 정성스럽게 장독을 보살핀 까닭은 바로 우리들의 건강을 위한 어머님의 사랑입니다.
454.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만파식적 소리 “신라 제31대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을 위하여 동해변에 ‘감은사’를 지어 추모하였는데, 죽어서 해룡(海龍)이 된 문무왕과 천신(天神)이 된 김유신이 같이 용을 시켜 동해 중의 한 섬에 대나무를 보냈다. 이 대나무는 낮이면 갈라져 둘이 되고, 밤이면 합하여 하나가 되는지라 왕은 이 기이한 소식을 듣고 현장에 나가게 되었다. 이때 나타난 용이 왕에게 ‘이 대도 갈라진 것이 합한 뒤에야 소리가 난다.’라고 예언을 했다. 임금은 이 대나무를 베어서 피리를 만들어 부니, 나라의 모든 걱정 ·근심이 해결되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피리를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아마 대금의 원형일 것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는 가끔 대금 연주를 듣는데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며, 한을 노래하는 천년의 소리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대금 소리로 우리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453. 품위와 민족정신, 두루마기 차림의 국회의원들 며칠 전 신문엔 국회의원들의 한복 차림 사진이 있었습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리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국정감사 전통문화 행사’에 참석한 김원기 국회의장과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그리고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 등이 한복 차림으로 나온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죄인으로 수갑을 차거나 몸이 아팠을 때만 한복을 입었던 것을 보았던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아름다움과 함께 품위가 느껴지고, 그들에게서 민족정신이 읽혔다면 지나친 칭찬일까요? 그런데 대부분의 두루마기 차림 속에 일부의 생활한복차림은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섶, 섶코, 도련, 대님 등 전통한복의 특징이 사라져버린 생활한복이었기에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저 전통 흉내를 낸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일은 아니며, 올바른 계승과 함께 예절에 맞는 옷차림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452. ‘부부’란 말보다는 ‘가시버시’가 정감이 있다. ‘가시버시’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것은 ‘부부(夫婦)’를 낮추어 부르는 말입니다. ‘가시’는 ‘계집’, ‘마누라’ 따위와 함께 아내를 가리키는 옛말인데, 요즘에는 ‘각시’라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또 어떤 남쪽지방에서는 시집가지 않은 여자를 ‘가시내’라고도 합니다. 이것은 ‘가시’가 ‘아내’뿐만 아니라 보통 여성을 낮추어 부르는 데도 쓰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손윗사람이나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 부부를 낮추어서 말해야 할 때 “저희 부부는......”보다 “저희 가시버시는......”라고 말한다면 훨씬 좋을 것입니다. “오늘 혼인하는 저희 가시버시는 살아가면서 어떤 어려운 일을 당하더라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꿋꿋이 헤쳐나가겠습니다.”라고 결혼청첩장에 쓴다면 멋지지 않을까요? 참고로 ‘계집’의 상대말은 ‘남진’입니다. 여자를 ‘계집’이라고 낮춰 부르는 남자가 있으면 ‘남진’이라고 되불러주면 좋겠습니다. ▶ 참고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 박남일, 서해문집’
451. 오늘은 추분, 중용과 겸손을 생각하는 날 오늘은 열여섯 번째 절기인 추분(秋分)입니다. 추분점은 해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으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습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것은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는 균형의 세계입니다. 지나침과 모자람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가운데에 덕(德)이 존재한다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평상(平常)이 라는 뜻의 중용을 다시 한 번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 추분의 들녘에 서면 벼가 익어가는데 그 냄새를 향(香)이라고 합니다. 사람도 내면에 양식이 익어갈 때 향이 나겠지요. 하지만, 들판의 익어가는 수수와 조, 벼들은 강렬한 햇볕, 천둥과 폭우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의 고개를 숙입니다. 이렇게 추분에는 중용과 겸손을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때입니다. 추분과 함께 가을을 맞으며, 스스로 아름다움을 내 맘속에 꼭꼭 채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450. 감기는 인체의 개혁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환절기만 되면 감기에 잘 걸립니다. 그러면 보통 약국이나 병원에 가고, 항생제나 해열진통제를 쓰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말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인 한의사 박찬국씨는 “아이들이 홍역을 앓고 나면 정신적으로 훨씬 성장한다. 감기도 이와 같다. 열이 나고 땀이 나도록 해 감기를 잘 앓게 하면 자신의 몸을 지속적으로 개혁하게 되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감기가 마치 원수나 되는 것처럼 항생제를 마구 쓰면 감기가 진행이 되지 못하고, 잠복할 수밖에 없다. 마치 혁명군이 혁명에 실패하면 지하에 숨는 것과 같다. 만약 혁명이 명분이 없으면 차츰 혁명군이 사라지지만 명분이 뚜렷하다면 그 혁명군은 지하에 숨어서 끈질기게 항쟁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박교수는 감기뿐 아니라 아토피도 바이러스가 활동할 명분을 없애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