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9. 통도사, 새것 만들되 옛 질서를 따르는 정신 불보사찰(佛寶寺刹 : 부처의 진신 사리를 모신 절)로 널리 알려진 통도사 중 중로전(中櫓殿)은 3채의 건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3 건물 중 대광명전은 신라시대, 용화전은 고려시대, 관음전은 조선후기에 지어질 정도로 중로전 일대가 완성되기까지에는 천년이 넘는 긴 세월이 걸렸지만, 여기에는 일정한 건축적 질서가 숨어 있다고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봉렬 교수는 말합니다. “가장 먼저 자리 잡은 대광명전은 가장 크고 높다. 용화전은 그보다 약간 작고 낮게 지어졌다. 가장 나중에 세워진 관음전은 아예 3칸으로 칸수도 줄이고, 지붕도 낮게 만들었다. 앞뒤로 나란히 서있지만, 새 건물이 옛 건물을 가리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되 결코 옛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정신, 이것이야말로 한국 건축의 위대한 윤리요, 현대가 받아들여야 할 소중한 교훈이다.”
448. 한복 바지의 대님이 소중한 까닭 사람들은 한복 바지의 대님이 잃어버릴 염려도 있고, 묶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대님 때문에 한복을 기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님의 소중함을 모르기 때문에 그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님의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먼저, 대님을 묶으면 한복의 맵시는 한층 돋보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건강입니다. 음양오행으로 볼 때 양인인 남자가 음기의 땅 위를 걸을 때 음기를 막아주기도 합니다. 또 대님으로 찬바람을 막아주는 것은 배꼽 아래를 따뜻하게 해야 건강하다는 한방의 원리에 잘 맞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님을 묶는 자리는 ‘삼음교’라는 경혈자리가 있어 그곳을 자극해주므로 간이나 비뇨기과 계통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게다가 생각할 시간이 없는 현대인이 아침, 저녁 대님을 묶고, 풀 때만이라도 하루를 계획하고 반성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요?
447. 한가위의 또 다른 세시풍속, 반보기를 아시나요? 예전엔 한가위 전후에 반보기라는 세시풍속이 있었습니다. '반보기(중로상봉:中路相逢)'는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때와 장소를 미리 정하고 만나는 것이며, 중도에서 만나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고 해서 나온 말입니다. 마음대로 친정 나들이를 할 수가 없었던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간 지점을 정하고, 음식을 장만하여 만나서 한나절 동안 회포를 푸는 것이지요. 속담에 ‘근친길이 으뜸이고 화전길이 버금이다(가까운 친척을 만나러 가는 것이 먼저이고, 꽃구경은 나중)’라고 하였으며, 한가위 앞뒤로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로 하루 동안 친정나들이를 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큰 바람이었습니다. 또 한마을의 여자들이 이웃 마을의 여자들과 경치 좋은 곳에 같이 모여 하루를 즐기는 일도 있었는데 이때 각 마을의 소녀들도 단장하고 참여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며느릿감을 고르는 기회로 삼기도 합니다.
446. 한가위의 세시풍속, 올게심니와 밭고랑 기기 한가위 앞뒤로 전라도에서는 '올게심니(올벼심리)'라 하여 잘 익은 벼, 수수 등 곡식의 이삭을 한 줌 묶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걸어 두고, 다음해에 풍년이 들게 해 달라고 비는데 이때 음식을 차려 이웃과 함께 잔치도 합니다. 올게심니한 곡식은 다음해에 씨로 쓰며, 떡을 해서 사당에 바치거나 터주에 올렸다가 먹습니다. 경상도에서는 ‘풋바심’이라 하여 채 익지 않은 곡식을 천신(薦新:새로 난 과실이나 농산물을 먼저 조상신께 올리는 일)할 목적으로 벱니다. 또 새로 거둔 햅쌀을 성주단지에 채워 넣으며 풍작을 감사하는 제를 지내기도 합니다. 전남 진도의 '밭고랑 기기'라는 세시풍속은 한가위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나이대로 밭고랑을 깁니다. 이때에 음식을 마련해서 밭둑에 놓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하면 그 아이는 몸에 부스럼이 나지 않고 밭농사도 잘된다고 믿습니다.
445. 한가위의 시절음식들은 무엇이 있을까? '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라는 말처럼 한가위 때는 곡식과 과일 등이 풍성한 때여서 여러 가지 시절 음식이 있습니다. ‘동국세시기’에는 송편, 시루떡, 인절미, 밤단자를 시절음식으로 꼽았는데, 송편은 대표적인 한가위음식입니다. 송편에 꿀송편, 밤송편, 깨송편, 콩송편, 대추송편, 모시잎 송편, 감자송편, 쑥송편, 치자송편, 호박송편, 사과송편 등이 있으며, 이때 솔잎을 까는데 솔잎에는 살균물질인 피톤치드가 다른 식물보다 10 배정도 많아 유해성분의 섭취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위장병, 고혈압, 중풍, 신경통, 천식 등에 좋다고 합니다. 햅쌀로 빚는다는 신도주(新稻酒, 다른 말로 백주), 오려(올벼)송편, 녹두나물, 박나물, 토란국, 송이국은 물론 호박, 박, 가지, 고구마 따위를 납작하거나 잘고 길게 썰어 말린 것들로 끓이는 고지국 따위도 한가위의 시절음식들입니다.
444. 한가위엔 식구들과 배꼽 잡는 윷놀이를 우리 겨레의 가장 큰 명절, 한가위가 이틀 뒤로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에 식구들을 만나 화목한 시간을 보내겠지요. 이번 한가위에는 화투보다는 윷놀이로 온 식구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윷놀이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리타분한 것이 아닌 배꼽 잡는 놀이가 됩니다. 먼저 나무토막으로 된 윷 대신에 ‘인간윷’을 씁니다. 양편에서 두 사람씩 나와 윷이 되어 엎어지고, 눕는 것에 따라 도가 되며 모가 됩니다. 윷들은 자기 편에 유리하게 하려고 다른 윷의 눈치를 보면서 늦게 행동을 취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보는 사람들이 배꼽을 잡게 합니다. 그리고 윷판에 ‘임신’과 ‘풍덩’ 자리를 만듭니다. ‘임신’은 그 자리에 들어가면 한 동을 더 얹어주며, ‘풍덩’은 그 동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합니다. 그렇게 하면 밤을 새워도 될 정도로 재미있음은 물론 운동효과도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443. 중국에서 넘어온 추석대신 토박이말 한가위로 한가위는 다른 이름으로 추석, 가배절, 중추절, 가위, 가윗날 등으로 불립니다. '한가위'라는 말은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져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입니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베짜기)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8월 보름까지 길쌈놀이를 한 뒤 강강술래와 회소곡을 부르며 흥겹게 놀았다고 합니다. 한가위의 다른 이름 중추절(仲秋節)은 초추(初秋), 중추(仲秋), 종추(終秋)의 가을철 3달 중 음력 8월 가운데에 들었으므로 붙은 이름입니다. 또 추석은 ‘예기’의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과 중국에서 말하는 중추의 추(秋)와 월석의 석(夕)을 따서 "추석(秋夕)"이라 한 것이라는 설이 있어서 어원이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중국에서 넘어온 것이기에 토박이말 ‘한가위’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442. 산소 주위에 둥글게 심은 소나무, 도래솔 명절에 성묘하러 산소에 가보면 주위에 둥글게 소나무가 심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소나무를 ‘도래솔’이라고 하는데 돌아가신 조상에 대한 후손들의 배려에서 나온 것입니다. 돌아가신 분이 휑하니 이승이 내려다보이면 후손들이 걱정되어 저승으로 가지 못할까 봐 이승이 안 보이도록 가린 것입니다. 또 다른 얘기로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도래솔을 타고 하늘로 오른다는 말도 있으며, 도래솔을 베면 집안이 망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원래 ‘도래’라는 말은 ‘둘레’에서 비롯된 말로 다른 말에 덧붙어 ‘돌아가게 되어있다’, ‘둥글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면 옛날의 혼인 때 둥글넓적하고 큼직하게 만들어서 초례상에 놓는 흰 떡을 ‘도래떡’이라고 하고, 빙 돌아서 흐르는 샘물은 ‘도래샘’이며, ‘도래상’, '도래방석‘도 있습니다. 그런 뜻으로 무덤을 둘러싸고 둥글게 늘어선 소나무를 도래솔이라고 하게 된 것입니다.
441. 절대군주 세종임금은 백성을 지극히 사랑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임금을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 없이 세종대왕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런데 위대한 세종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끔찍했습니다. 특히 훈민정음을 만든 까닭이 백성들의 쉬운 말글생활이었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온갖 병치레를 했던 세종이 치료를 위해 온천에 갈 때에도 훈민정음 창제 자료를 놓지 않았음이 그를 증명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식이 하늘의 경고라고 보고 구식례를 행하려다 중국에 맞춘 예보가 1각이 늦어 예보관이 장형을 맞자 예보관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 세종은 천문기구와 시계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또 파루를 치는 군사가 깜박 졸다가 시계를 못 봐 파루치는 시간을 놓쳐 벌을 받는 것을 보고 자명종 시계인 자격루를 만들도록 했다는 이야기는 절대 왕정시대의 왕인 세종임금의 백성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줍니다. 지금 정치인들이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440. 참살이(웰빙)를 원하시면 한복을 입으세요. 요즘 현대인들의 화두는 참살이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참살이가 진정 무엇인지 잘 모르는 듯합니다. 많은 돈을 투자해서 별장을 짓고, 공기정화기를 설치하며, 보양식을 먹고 좀 편하게 사는 것이 참살이는 아닐 것입니다. 큰돈 들이지 않으면서도 몸과 마음이 편한 것이 참살이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의생활에선 어떤 옷을 입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사람들을 구속하는 옷은 건강에 해를 끼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넥타이, 청바지, 타이트 스커트 등 몸을 조이는 옷들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에 한복은 몸을 구속하지 않고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옷이어서 참살이에 아주 걸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 입을 때는 매우 어색하고 남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참살이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런 어색함은 극복해야 합니다. 좋은 옷을 입는데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