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 현대 의학이 인정하는 ‘엄마 손은 약손’ 어렸을 때 배가 아프면 어머니께서 “엄마 손은 약손, ~ 배는 똥배”라고 하시면서 배를 쓰다듬어 주셨고, 그러면 감쪽같이 배가 나았던 적이 있습니다. 많은 민간요법이 근거가 없다고도 하지만 이 ‘엄마 손은 약손’은 그 효과를 현대 의학에서도 인정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위나 장이 약한 사람들에게 배 부위를 둥글게 마사지하면 내장이 자극돼 장운동이 활발해져 자연스럽게 장이 좋아지면서 아픔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배가 아픈 까닭 중 많은 경우는 찬 음식을 많이 먹고, 장이 차가워져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때문입니다. 이럴 때 손으로 배를 쓰다듬는 것은 배를 따뜻하게 해 소화를 돕습니다. 또 의학자들은 이 ‘엄마 손은 약손’이 플라시보 효과(심리적 약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면서 그에 대한 기대심리로 병을 낫게 한다는 것입니다.
422. 한글운동은 국수주의가 아닙니다. 한글운동을 하는 분들은 참 힘들어 합니다. 정부도. 언론도, 교육도 외래어와 한자말에 빠진 나머지 한글을 찬밥 다루듯 하기 때문입니다. 영어마을은 앞 다투어 세워도 한글마을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또 힘들게 하는 것은 일부 사람들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영어나 한자를 없애자고 한다며 국수주의자로 깎아내리는 것입니다. 이에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회장 최기호 교수는 말합니다. “예전 ‘백양양말’이 지금은 ‘BYC'로 바뀌고, 대통령의 이름도 'YS', 'DJ'다. 양말 수준이나 대통령 수준이나 같아져 버렸다. 이렇게 우리는 본래의 이름을 잃었다. 그래서 잃어버린 걸 되찾자는 것이지 절대 국수주의가 아니다.” 한글운동은 영어나 한자를 없애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말글을 죽이고, 외래어에 빠지는 것을, 생활 속에서 쓸데없이 외래어를 쓰는 문화사대주의를 막자는 것입니다.
421. 명성황후는 조난당했다(?) 한글단체 수련회에 다녀오다가 명성황후 생가에 들렸습니다. 그리고 생가의 전시관에서 우리는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에 의해 무참히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에 치를 떨었습니다. 한 사람은 명성황후의 생각에 한동안 가슴이 아플듯 하다는 얘기를 해 모두가 숙연했습니다. 그런데 그 전시관에서 우린 기막힌 것을 보았습니다. 전시된 한 사진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것으로 “명성황후의 遭難地(조난지)”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조난’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항해나 등산 따위를 하는 도중에 재난을 만남”이란 뜻입니다. 명성황후가 배를 타고 가다가 물에 빠져 세상을 뜬 것입니까? 아니면 등산을 하다가... 이런 글을 쓴 이승만 전 대통령도 문제지만 이것을 그대로 전시관에 올린 사람들도 한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에 분노가 치미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420. 처서엔 남아있는 더위를 쫒으세요 오늘은 24절기의 14번째인 처서(處暑)입니다.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 부르지만 낱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처서 때는 여름 동안 습기에 눅눅해진 옷이나 책을 아직 남아있는 따가운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쬘 폭·포, 曬:쬘 쇄)’를 합니다. 또 극성을 부리던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해충들의 성화도 줄어듭니다. 농가에서는 음력 7월 보름 명절 백중날(百衆) 즈음 마지막 논매기를 끝내고 노는 놀이인 호미씻이(세소연:洗鋤宴)도 끝나는 무렵이라 그야말로 '어정칠월 건들팔월'로 한가한 한 때를 맞이합니다.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 감한다.'고 하여 곡식이 흉작을 면하지 못한다는 믿음이 전해지고 있으며, 또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제 가을의 높은 하늘이 다가옵니다.
419. 판소리를 쉽게 감상하는 법 많은 사람들은 판소리 듣기를 어려워하거나 지루한 음악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숙명여대 송혜진 교수는 이런 대중들에게 판소리 감상을 돕는 10 단계를 제시합니다. 맨 먼저 그냥 들어보라고 권합니다. 그런 다음 사설을 알고 듣습니다. 그리고는 장단을 살피고, 장단과 조의 관계를 알아봅니다. 그러면서 사설과 장단, 조가 그리는 ‘소리의 그림’을 마음속에 그립니다. 이어서 명창들의 소리에 있는 각각의 개성을 찾고, 같은 명창의 소리라도 공연 마다, 음반 마다의 다른 점을 비교해봅니다. 그리고는 명창과 고수의 어울림에 주목하며, 소리를 듣다가 흥이 나면 추임새를 해보고, 마지막으로 나만의 판소리 취향을 만들어 나갑니다. 이것도 좀 어렵지요? 그럼 홍보가 중 놀부 심술부리는 대목을 읽어보고, 놀부의 심술보를 생각하며 들어보세요. 그러면 배꼽을 잡게 되며, 단숨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
418. 여름의 필수품, 부채이야기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는 일찍부터 부채가 필수품이었는데 서양에선 부채를 진주, 비단 등과 함께 매우 귀중한 물건으로 여겼습니다. 한국에서는 가늘게 쪼갠 댓개비로 살을 만들고, 종이나 헝겊을 발라 부채를 만들었는데, 가장 좋은 것으로 전주와 전남의 남평, 나주 등지에서 나는 부채를 꼽습니다. 부채의 종류에는 새의 깃으로 만든 우선(羽扇), 태극선(太極扇) 등의 둥글부채, 합죽선(合竹扇:접었다 폈다 하는 부채) 등의 접선(摺扇), 햇볕을 가리기 위한 윤선(輪旋)처럼 특별한 쓰임새의 별선(別扇) 따위가 있습니다. 부채는 더위를 쫓는 것 말고도 전통혼례 때 얼굴 가리개로 쓰는 의례용, 화가 등이 부채에 그림이나 시 구절을 써 넣은 취미와 장식의 역할로도 썼습니다. 또 전통무용과 무당들이 굿을 할 때에도 씁니다. ‘가을부채’란 말이 있는데 이는 ‘철이 지나 쓸모없이 된 물건’을 말합니다.
417. 서민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옷감, 무명 목화씨에 달라붙은 털 모양의 흰 섬유질인 솜으로 만든 무명실로 짠 옷감을 말합니다. 무명은 다른 이름으로 면(綿). 면포(綿布). 목면포(木綿布). 무명베. 백목(白木) 면포(綿布), 목(木) 따위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무명을 짜는 과정은 모시를 짜는 것과 같지만 여름철용 옷감인 모시와 달리 무명은 사철 모두 쓸 수 있는 옷감입니다. 조선시대엔 무명말고도 삼베, 모시, 명주가 있었지만 목화솜을 이용한 이 무명은 다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생산도 많았고, 훨씬 많이 쓰였으며, 서민들의 옷감으로 가장 많이 사랑받았습니다. 궁중의 임금은 보통 무명이 아닌 ‘나이무명’을 썼습니다. 나이무명은 부드럽고 풀기가 없어 속옷으로 좋았다고 합니다. 특히 전남 나주시 다시면 신풍리 샛골에 이어 내려오는 무명길쌈인 ‘샛골나이’는 우리나라의 무명베를 대표하는 것으로 중요무형문화재 28호로 지정되었습니다.
416. 훈민정음 원본이 무사히 보존된 이야기 세종큰임금은 우리에게 세계 최고의 글자인 한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훈민정음 목판본 원본이 어떻게 일제의 무지막지함 속에서 무사할 수 있었는지 아시나요? 이는 우리 겨레의 문화유산을 지키는데 온 힘을 다 쏟은 간송 전형필 선생의 노력 덕분입니다. 1940년 늦여름 어느 날, 골동품 중개인에게서 경상북도 안동에 훈민정음 원본이 나타났다는 정보를 들은 간송 선생은 물건 값으로 일천 원을 불렀다는 얘기에 일만 원의 물건 값에 일천 원의 중개료를 더해 값을 치르고 비밀리에 사들였습니다. 한글을 지키던 조선어학회 학자들을 감옥에 가뒀던 일본총독부가 이를 알았다면 훈민정음 원본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 지모를 숨 막힐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일천 원에 살 수 있었을 것을 기와집 열 채 값을 스스럼없이 치른 선생의 문화유산 사랑은 진짜 애국이 아닐까요? 참고 :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 / 한상남, 샘터
415. 실바람부터 싹쓸바람까지 바람의 종류 아직 여름의 막바지 더위가 극성입니다. 이런 여름에 시원한 바람 한줌은 정말 고맙기까지 합니다. 이 바람을 불어오는 방향으로 구분한 우리말 이름을 보면 ‘샛바람(동풍)’, ‘하늬바람(서풍)’, ‘맞바람(마파람:남풍)’, ‘높바람(뒷바람:북풍)’ 따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바람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바람의 세기(보퍼트 13 등급)가 있습니다. 기상청은 이 등급에 맞춰 우리말 이름을 붙여 놓았습니다. 연기가 똑바로 올라가 바람이 거의 없는 상태(풍속 초당 0~0.2m)는 '고요', 풍향계에는 기록되지 않지만 연기가 날리는 모양으로 보아 알 수 있는 ‘실바람(0.3~1.5m)'부터 시작하여 ’남실바람‘, ‘들바람’, ‘건들바람’, ‘된바람’, ‘센바람’, ‘큰바람’, ‘큰센바람’, ‘노대바람’, ‘왕바람’이 있으며, 지상 10m 높이의 풍속이 초속 32.7m 이상으로 육지의 모든 것을 쓸어갈 만큼 피해가 아주 격심한 것을 ‘싹쓸바람’이라 합니다.
414. 냉면으로 더운 여름 마무리하세요. 더운 여름철 냉면 한번 먹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예부터 냉면은 인기가 있습니다. 냉면(冷麵)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진찬의궤(進饌儀軌)’, ‘규곤요람(閨민要覽)’, ‘부인필지(夫人必知)’ 등에 소개가 될 정도이며, 크게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나뉩니다. 평양냉면은 메밀이 많이 함유된 냉면으로 물냉면이며, 함흥냉면은 감자나 강냉이, 고구마 등의 전분 함량이 많은 냉면으로 비빔냉면입니다. '동국세시기'에는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 섞은 것을 냉면이라고 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냉면은 손의 온기에도 사리의 맛이 변한다고 하여 나온 직후 빨리 먹을수록 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호에 따라 식초, 겨자를 넣어서 먹어야 그 개운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으며, 차가운 음식인 냉면에 더운 성질의 겨자를 넣는 음양의 조화는 조상들의 슬기로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