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 휘어진 기둥으로 오랜 세월 당당한 건축물 1995년엔 우리의 기억에도 생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었습니다. 준공된 지 5년도 채 안된 삼풍백화점은 사망 501명, 부상 937명, 실종 6명의 대참사를 일으키며 무너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1970년에 붕괴된 와우아파트는 심지어 준공 4달 만에 사고가 나 33명이 죽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조사 결과 와우아파트 받침기둥이 건물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여 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래 1265년(고려 원종 6년) 명본 스님이 창건한 경기도 안성군에 있는 청룡사 대웅전(보물 824호)의 옆을 돌아가면 구불구불하고, 곧 쓰러질 것 같은 심하게 휘어진 소나무 기둥들이 보입니다. 보통의 건축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이 휘어진 기둥의 건물은 오랜 세월을 굳건하게 견디고 서 있습니다. 건축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현대의 건물 붕괴사고는 옛 목수들이 가졌던 지혜와 정성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368. 정부는 세계문화전쟁에 당당하라 현대 세계는 무력전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무역전쟁도 벌어지고, 기후온난화현상을 막기 위한 싸움과 영화를 위한 스크린쿼터 전쟁도 여전합니다. 이 때 세계는 또 ‘문화다양성협약’ 싸움을 벌입니다. ‘문화다양성협약’ 싸움의 한쪽에서는 “문화상품도 일반 상품처럼 자유경쟁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또 한 쪽에선 “문화상품은 한 지역, 민족, 나라의 정체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책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외칩니다. 이 싸움에서 미국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문화면에서 아무래도 자신이 없는 나라들이 자유경쟁 주장을 하며, 유렵연합을 비롯 중국, 인도 등 대다수의 나라들이 보호 주장을 합니다. 이 싸움에서 한국은 미국이 반대하면 실익이 없다며 어정쩡한 자세입니다. 우리나라의 문화는 세계에 자랑스럽습니다. 그러기에 미국의 식민지가 아닌 이상 당당하게 문화상품 보호를 주장해야 합니다.
367. 생활한복 만드는 사람들이 꼭 생각해야 할 것 “옛것을 본받는 사람은 자취에 얽매이는 것이 문제다. 새것을 만드는 사람은 이치에 합당치 않은 것이 걱정이다. 진실로 능히 옛것을 본받으면서 변화할 줄 알고, 새것을 만들면서 법도에 맞을 수만 있다면 지금 글이 옛글과 같다.” 박지원의 ‘초정집서(楚亭集序)’에 있는 말입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전통한복의 장인이란 사람이 나와서 "생활한복은 국적불명의 옷입니다.”란 말을 쉽게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대통령 한복을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전통한복을 서양옷처럼 만든 생활한복들이 있어 비판을 받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변화를 무조건 부정하는 모습이 아집으로 보였습니다. “진실로 능히 옛것을 본받으면서 변화할 줄 알고, 새것을 만들면서 법도에 맞는 것”이야말로 생활한복을 만드는 사람들이 깊이 생각해야할 철학입니다. 또 옛것과 조금 다르다고 무조건 비하하는 모습도 없었으면 합니다.
366. 1년을 달려 온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고객에게 작은 보답을 드리기 위해 시작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를 써 온지 1년을 마무리 했습니다. 365개의 글에는 “겨레문화의 통길을 만들어 갑니다.” 등 전통문화의 철학을 비롯, “남몰래 좋은 일을 해야 하는 입춘” 등의 명절과 24절기의 세시풍속, “입고, 입고 또 입고, 여자 속옷” 등의 한복, “한국음식에 담긴 철학사상” 등의 먹거리, "일본인을 두렵게 한 이상재 선생의 소나무" 등의 살림살이, “천상의 음악 ‘수제천(壽齊天)’을 아시나요?” 등의 굿거리, “‘好老자식?’이란 광고를 한 얼간이“ 등의 말글문화, ”배꼽티,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 것은 자해행위(?)“ 등의 민족의학까지 8개 분야 골고루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이 내용들은 많이 부족한 것들이지만 겨레문화를 쉽게 알리려고 한 것들입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365. 식용유 대신 들깨기름을 쓰자 우리의 인기 먹거리 중 튀김은 보통 식용유를 써서 만듭니다. 바른식생활실천연대는 말합니다. “식용유에 들어있는 ‘오메가-6’은 많이 섭취하면 뇌졸중, 노인성 치매, 각종 퇴행성 뇌질환, 기억력 감퇴가 생길 확률이 500%나 증가한다고 한다. 성인들에게 많은 퇴행성관절염, 류마치스염을 비롯한 모든 만성 질환과 아이들의 아토피성 피부염,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학업능률 저하 등은 잘못된 지방산의 섭취와 무관하지 않다.” 식용유는 우리에게 좋은 먹거리 재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또 식용유의 원료인 옥수수가 유전자조작식품일 수도 있습니다. 대신 우리의 전통식품인 들깨기름을 쓰면 어떨까요? 들깨의 성분인 리놀렌산은 혈관의 노화를 막고 동맥경화와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며, 뇌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을 활성화시켜 수험생에게도 좋은 것은 물론 변비해소와 자양강장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364. 영어에 몸부림치는 자치단체는 사대주의 전파단체인가? 온 나라에 ‘영어마을’의 인기가 굉장합니다. 경기도청이 최초로 문을 연 경기 안산에 이어 서울시청과 강원도청이 영어마을을 만들었으며,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전남, 전북, 제주 등의 광역자치단체와 수많은 기초자치단체가 영어마을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각 자치단체들은 영어로 구호를 만들어 홍보하는데 지나칠 정도로 열심입니다. 서울은 ‘HI Seoul', 부산은 ’Dynamic Busan', 대구는 ‘New Start New Daegu', 울산은 ’Ulsan for you', 인천은 'POWER OF INCHEON', 광주는 ‘Your Partner Gwangju'로, 충청북도는 영어를 한글로 써서 ’바이토피아 충북‘을 자랑합니다. 지자체들이 한글에 대한 관심은 없고, 공교육을 살려서 영어를 공부시키는 대신 앞장서서 영어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면 혹시 지자체는 사대주의 전파단체가 아닌지 모릅니다. 과연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지요?
363. 마음속의 시름을 달래주는 젓대(대금)소리 대금은 국악기 중 죽부(竹部:대나무로 만든 대금, 피리, 단소 등의 악기)에 속하는 공명악기(공기를 진동시켜 소리 내는 악기)이며, ‘저’ 또는 ‘젓대’라고도 합니다. 정악만을 연주하는 정악대금(正樂大笒:풍류대금)과 민속악인 산조만을 연주하는 산조대금(散調大笒:시나위젓대)의 두 종류가 있고, 살이 두껍고 단단하며, 양쪽 줄기에 홈이 깊이 팬 병든 대나무인 쌍골죽(雙骨竹)으로 만든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삼국유사에 이것을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병이 나으며, 바람과 파도가 자는 등 만 가지의 모든 나쁜 일이 물러 난다하여 '만파식적(萬波息笛)'으로 부른 악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 악기가 대금일 것으로 봅니다. “한 가락 젓대를 불어 일만파도 다 눕히면/한라도 구름을 열고 달을 띄워 이더라.”(정완영님의 ‘한라의 달’이란 시 일부) 우리도 젓대소리를 듣고 마음속의 시름을 떨쳐버렸으면 합니다.
362. 전통한옥의 ‘맞배지붕’ 이야기 우리 전통한옥의 지붕에는 ‘맞배지붕’, ‘우진각지붕’, 팔작지붕‘의 3가지 기본형이 있습니다. 이중 ‘맞배지붕’은 책을 반쯤 펴놓은 것처럼 지붕의 앞면과 뒷면을 사람 인(人)자 모양으로 배를 맞댄 것인데 수덕사 대웅전에서 볼 수 있고, ‘우진각지붕’은 남대문처럼 맞배지붕의 양 옆면을 다시 세모꼴 모양으로 끌어내린 것을 말하며, 지붕 앞에서는 네모꼴로 옆에서는 세모꼴로 보입니다. 또 ‘팔작지붕’은 부석사 무량수전처럼 우진각지붕의 세모꼴 옆면에 다시 여덟 팔(八)자 모양을 덧붙여 마치 부챗살이 퍼지는 듯합니다. 이 외에 창덕궁 애련정처럼 처마에서부터 가운데로 지붕이 모아지는 모임지붕(사모지붕, 육모지붕, 팔모지붕)과 통도사 대웅전과 같은 T자형지붕이 있고, 전주 송광사 범종루 같이 십자형지붕 등도 있습니다. 문화유산 답사를 할 때 이런 지식을 갖추고 보면 재미있을 것입니다.
361. 한국전쟁 직후에 생겨난 부대찌개의 유래 6.25, 가슴 아픈 한국전쟁날을 맞아 ‘부대찌개’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니다. 어떤 이는 부대찌개를 ‘최고의 퓨전음식’이라고 극찬합니다. 부대찌개를 좋아하고 먹을 수야 있겠지만 부대찌개의 유래를 아신다면 그런 극찬은 문제가 있습니다. 전쟁 직후 먹을 것이 턱없이 모자랐으며, 특히 고기를 거의 먹을 수 없었던 우리에겐 미군이 버린 햄과 소시지는 그야말로 소중한 음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미군부대에서 나온 식품으로 만든 '부대찌개'가 생겨났으며, 미군부대 주변에서는 존슨탕(Johnson탕)으로 불린 적이 있었습니다. 전쟁직후야 정말 어려운 때여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일부 가난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식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의 주둔군(일부는 점령군이란 표현을 쓴다)이 내다버린 것으로 만든 사생아음식에 ‘최고’란 꾸밈말을 붙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360. ‘개구멍바지’를 아시나요? ‘개구멍’이란 말이 있었습니다. “개구멍”은 담이나 울타리 또는 대문 밑에 개가 드나들도록 터진 작은 구멍을 말합입니다. 그런데 이 “개구멍”과 덧붙여진 “개구멍바지, 개구멍받이, 개구멍서방” 등의 재미있는 말이 있었음을 아시나요? 이중 “개구멍바지”는 오줌이나 똥을 누기에 편하도록 밑을 터서 만든 5~6살 어린 아이들이 입던 한복바지를 이르는 말입니다. 튼 구멍을 “개구멍”에 비유한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또 이 ‘개구멍바지’와 비슷한 ‘풍차바지’도 있습니다. 이 ‘풍차바지’는 뒤가 길게 터지고, 그 터진 자리에 풍차(좌우로 길게 대는 헝겊 조각)를 달아 만든 바지입니다. 이 밖에 갓난아이가 입는 ‘두렁이’와 ‘봇뒤창옷’, ‘배냇저고리(깃저고리)’란 옷들도 있었는데 이런 정겨운 옷들이 안타깝게도 서양문화에 밀려 이젠 이름조차도 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