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 한국음식에 담긴 철학사상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한국음식에 나타난 전통을 분석해 줍니다. 섞임의 미학 즉 공동체의식을 보여주는 ‘비빔밥’, 뜸들이기 과정의 극치인 화해의 음식 ‘탕평채(청포묵무침)’, 정성이 들어가 약이 되는 음식 ‘약고추장’, 식물성과 동물성의 조화와 오색(파랑, 빨강, 노랑, 하양, 검정)과 오미(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 짠맛)의 조화인 음양오행의 음식 ‘구절판’, 이가 부실한 노인들이 먹기 좋게 요리한 노인공경의 음식 ‘타락죽, 숙깍두기, 섭산적’,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오래 묵어서 좋은 음식 ‘간장, 된장’을 말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단순히 맛과 영양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음식 속에 녹아있는 철학을 말하는 것입니다. 음식을 먹을 때 식도락만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전통음식을 즐기는 것은 이 훌륭한 철학을 삶 속에 담아내는 일일 것입니다.
349. 하나가 아니라 다양성이 진정한 삶입니다. 세계화에 따라 온 지구상의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갑니다. 서양은 물론 아시아도, 아프리카도, 남미도 온통 양복과 청바지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햄버거, 피자를 먹고, 커피와 콜라를 마십니다. 그런가 하면 성냥갑처럼 하나같이 비슷한 아파트에서 살며, 심지어는 영어가 공용화되어 갑니다. 힘이 강한 미국의 문화에 점령되어 갑니다. 문화는 무엇인가요? 이렇게 하나로 통합되고, 모두가 똑 같아지는 것이 문화인가요? 아니 그것은 군사독재에서나 가능한 것입니다. 예전 군사정권 때처럼 장발 단속을 하고, 퇴폐가요라 해서 방송금지하며, 온 나라 사람들을 아침마다 불러내어 새마을체조를 하는 것으로 다시 돌아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문화의 진정한 의미는 다양성입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의미가 있으며, 그것이 평등입니다. 우리가 남과 다른 겨레문화를 살려야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을 것입니다.
348. 전통 민속놀이, 씨름이야기 단오에 즐겼던 씨름은 '왼씨름', '오른씨름', '띠씨름'으로 나뉩니다.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허리를 쥐고 왼손으로 상대방의 샅바를 잡고 하는 것을 바른 씨름(오른 씨름)이라고 하며, 경기도와 전라도 지방에서 주로 했습니다. 손잡는 것이 반대인 것을 왼씨름이라고 하는데 함경, 평안, 황해, 경상, 강원도 등에서 했고, 띠씨름은 허리에다 띠를 매어 그것을 잡고 하는 씨름인데 '허리씨름(통씨름)'으로도 불리었으며, 주로 충청도에서 한 씨름입니다. 이렇게 따로 치르던 씨름은 1931년 제2회 전조선 씨름대회부터 ‘왼씨름’으로 통일되었으며, 현재 대한 씨름 협회가 주관하는 모든 씨름 경기와 각 학교에서 가르치는 씨름은 ‘왼씨름’이지요. 씨름 기술은 크게 공격 기술인 '메치기(둘러메어서 바닥에 내리치는 기술)'와 방어 기술인 ' 되치기(상대방이 기술을 걸어왔을 때 움직임을 그대로 되받아 메치는 기술)'로 나눕니다.
347. 오늘은 4대 명절의 하나인 단오입니다. "장장채승(長長彩繩) 그넷줄 휘느러진 벽도(碧桃)까지 휘휘 칭칭 감어 매고 섬섬옥수(纖纖玉手) 번듯 들어 양 그네줄을 갈라 잡고 선뜻 올라 발 굴러 한번을 툭 구르니 앞이 번 듯 높았네 두 번을 구르니 뒤가 점점 멀었다."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춘향이가 그네 타는 대목입니다. 오늘은 4대 명절의 하나인 단오로 예부터 여성들은 그네를 즐겨 탔고, 남성들은 씨름을 했으며, 여성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단오절에 '단오제'나 '단오굿' 등의 행사를 하면서 크게 즐겼는데 일본 제국주의의 문화 말살정책과 서양문화, 그리고 상업적인 서양 기념일에 밀려 이제 명맥이 끊길 지경이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고스톱이나 컴퓨터 게임같은 부정적인 놀이가 아니라 전통놀이인 그네나 씨름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원한 여름나기를 위해 부채를 선물하면 좋겠습니다.
346. 단오의 세시풍속 단오에 여성들은 창포뿌리로 비녀를 만들어 머리에 꽂아 두통과 나쁜 일을 막고,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아 윤기를 내는 '단오장(端午粧)'을 합니다. 또 단오날 새벽 상추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 분을 개어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고와진다고 생각했으며, 남자들은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니는데, ‘귀신을 물리친다’는 믿음을 가졌었습니다. 또 올해도 더위를 타지 말고 건강하라는 뜻으로 부채를 선물하기도 했으며, 단오날 정오에 대추나무 가지를 치거나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놓아 더 많은 열매가 열리기를 기원하는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풍습도 있습니다. 단오의 시절음식으로는 수레바퀴 모양으로 빚어서 먹는 수리떡과 전날 밤이슬을 맞혀 두었던 여러 가지 풀을 가지고 단오날 아침에 떡을 해 먹는 약떡도 있지요. 앵두가 제철이어서 앵두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345. ‘단오’란 이름의 뜻 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단오절, 단옷날, 천중절(天中節), 포절(蒲節:창포의 날), 단양(端陽), 중오절(重五節)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우리말로는 수릿날이라고 합니다. 단오의 '단(端)'자는 첫 번째를 뜻하고, '오(午)'는 다섯의 뜻으로 단오는 '초닷새'를 뜻하지요. 음양사상에 따르면 홀수를 '양(陽)의 수' 라 하고, 짝수를 '음(陰)의 수' 라 하여 '양의 수'를 좋은 수로 여겼는데 이 양의 수가 중복된 날 즉 설(1월 1일), 삼짇날(3월 3일), 칠석(7월 7일), 중구(9월 9일)를 명절로 지냅니다. 마찬가지로 5가 겹치는 5월 5일을 뜻하는 단오도 명절인 것이지요. 조선 후기에 펴낸 ‘동국세시기’ 5월조에 보면 단오를 우리말로 ‘수릿날’이라고 했는데 이 날 쑥떡을 해 먹었고, 쑥떡의 모양이 수레바퀴처럼 만들어졌기에 '수리'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또 '신의 날', '최고의 날'이란 뜻에서 수리로 불렀다는 말도 있습니다.
344. 갑옷도 만든 우리의 닥종이 우리나라는 닥나무로 닥종이(한지)를 만들어 썼는데 쓰임에 따른 구분으로 신년을 축복하는 뜻으로 그림을 그리는 종이인‘ 세화지’, 얇고 깨끗하며 매끄러운 것으로 부채나 연을 만들 때 사용된 ‘편자지’, 장판의 유지나 창문에 쓰인 ‘후지’, 온돌장판용인 ‘온돌지’가 있고, 또 창호지, 계목지, 백지, 창지, 견양지, 공물지, 대산지 따위가 있었습니다. 특히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갑의지(甲衣紙)’는 전쟁터에서 화살을 막던 갑옷에 쓰인 종이입니다. 화살을 막기 위해서는 물론 철판을 써야 하지만 철판은 무겁기 때문에 대신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철판 못지않은 갑의지를 썼던 것입니다. 한국방송(KBS)의 실험을 보면 두께 1mm인 갑의지를 10m 거리에서 쏜 국궁 화살이 뚫지 못하고, 부러져 버렸습니다. 이 갑의지는 옷칠을 해서 불에도 강했는데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움이 돋보입니다.
343. 심각하게 내닫는 한양방 싸움 지금 한방과 양방 사이에 다툼이 심각합니다. 한의사협회가 '감기는 한방으로'라는 홍보활동을 하자 양방 내과의사들이 '한약 복용에 따른 피해 줄이기 캠페인'을 펼치면서 싸움이 시작됐는데 급기야 한 양방의사는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까지 펴내고, 마치 한약의 부작용이 심각한 듯 한방을 공격했습니다. 최근엔 한양방간에 ‘경근침자법(IMS)'에 대한 다툼이 대한한의사협회장의 사표제출까지 몰고 왔습니다. 양방이든 한방이든 의사들이 진정 국민보건을 걱정한다면 이런 감정싸움, 밥그릇싸움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양쪽 학문은 분명 바탕이 다르기 때문에 무리하게 통합하려 하거나 상대를 죽이려 해서는 안 되며, 각자의 특징을 살려 따로 발전하면서 서로의 좋은 점을 찾아 보완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힘있는 양방의 한방죽이기는 자신들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342. 일본 사람의 옷과 관(구전설화) “옛날으넌 일본 사람언 옷도 히 입을 줄도 모르고 관(冠)얼 씰 줄도 몰랐다. 그리서 일본 사람이 조선 사람이 옷얼 입고, 관얼 씬 것이 좋아 비서, 옷 맨드넌(만드는) 법과 관 히 씨넌(쓰는) 법얼 갈치돌라고(가르쳐달라고) 힜다. 그리서 조선 사람언 니까짓 놈덜이 예사 옷이랑 관얼 히서 입고 씨고 히서야 씨겄냐 허고 옷언 상복얼 주고, 관으로넌 보선짝(버선)얼 주었다. 그렁께 일본 사람언 그것도 좋다고 그대로 맨들어서 입고 씨고 힜다. 그리서 시방 일본 사람덜이 입고 댕기넌 옷언 우리 상복과 똑같고, 머리에 씨넌 관언 우리나라의 보신짝과 똑같게 됐다고 헌다.” 위 이야기는 전북 정읍군 소성면 두암리 이씨 할아버지가 들려준 것으로 임석재의 ‘한국구전설화’ 7집(평민사)에 나온 설화입니다. 감정적인 설화이긴 하지만 일본인들의 몰상식한 행동이 잇다는 지금 한번 쯤 생각해볼 이야기입니다.
341. 발등에 오줌 쌀 만큼 바쁜 망종(芒種) 오늘은 24절기의 아홉 번째인 망종으로 농촌에서는 '발등에 오줌싼다'고 할 만큼 보리베기 와 모내기로 년중 제일 바쁜 때입니다. 벼, 보리 등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芒) 곡식의 종자(種)를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으로 망종이라고 합니다. 망종날 풋보리 이삭을 뜯어와 손으로 비벼 보리알을 만든 뒤 솥에 볶아서 맷돌에 갈아 채로 쳐 그 보릿가루로 죽을 끓여 먹는 풍습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여름에 보리밥을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는 합니다. 이때 오랜 가뭄이 들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부채질을 하거나 양산을 받는 일을 하지 않았고, 양반은 관(冠)을 쓰지 않았습니다. 또 가뭄은 임금이 나라를 잘못 다스려 하늘의 벌을 받은 것이라 하여 임금 스스로 심신을 깨끗이 하고 몸소 기우제를 지내며, 음식을 전폐하였고, 거처도 초가로 옮겼습니다. 요즘의 위정자들이 그런 철학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