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 하회탈 중 턱이 없는 이매탈 이야기 이매는 ‘하회 별신굿’ 넷째 마당 파계승에서 하인 탈을 쓰고, 춤추는 등장인물입니다. 남자 평민옷에 벙거지를 쓰며, 얼굴빛은 주황색으로 양반, 백정탈과 같습니다. 탈의 모양새는 코가 삐뚤어져 있으며, 가느다란 실눈은 꼬리가 아래로 길게 처지고, 이마와 볼의 주름살이 합쳐져 균형이 맞지 않아 바보같이 웃는 모습입니다. 코와 턱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하회탈을 만들던 허도령이 마지막으로 이매탈을 만들다가 그를 사모하는 처녀가 금기를 어기고, 문틈으로 엿본 때문에 급사하였다고 합니다. 급사할 때 턱을 만들어 붙이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미완성의 탈이 전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이매탈은 너무나 맑고 순박하며, 걱정 하나 없는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런 탈입니다. 지체를 안고 사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일 수도 있는데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305. 어려운 한자말 대신 우리말을 쓰면 촌스럽나요? 한국과학기술대학에 재학 중인 김용묵씨는 “한자파들은 우리말의 70%가 한자말이기 때문에 한자를 섞어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글전용으로 한자를 줄이면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그렇다고 한자를 더 배우고 쓰는 건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짓일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한자파들은 돈을 ‘갚다’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변제하다’라는 어려운 한자말을 씁니다. 잘 알아듣지 못할 어려운 한자말을 자랑스럽게 쓰면서 한자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난 체에 다름이 아닙니다. 쉬운 우리말을 쓰면서도 얼마든지 좋은 글을 쓸 수 있는데도 한자에 맹종하는 자세는 문화사대주의가 아닌지 반성해야 합니다. ‘적립금’을 ‘콩고물점수’로, ‘경매’를 ‘내가 값 매기기’로, ‘휴대전화’를 ‘손전화’로, ‘제휴’를 ‘같이하기’로 쓰면 촌스럽나요? 스스로 우리 말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때 우리는 세계에 당당할 것입니다.
304. 커피 속의 장미 3일 만에 시들다. 몇 년 전 커피, 콜라, 전통차가 담긴 컵 속에 장미를 꽂아두고 실험을 해보았습니다.결과는 놀랄만한 정도였는데 3일 만에 시들기 시작한 커피 속의 장미는 5일 뒤 완전히 고개가 숙여져 작게 쪼그라졌으며, 까맣게 타버렸습니다. 또 콜라의 장미는 꽃잎의 1/3 가량이 새카맣게 타고, 몇 군데 구멍이 나 있었으며, 콜라물 위에는 하얀 거품이 떠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전통차에 꽂아진 장미는 생생한 채로 예쁜 자태를 자랑했습니다. 커피와 콜라의 유해성 논란은 그동안 끊임없이 없었지만 우리가 그것을 확인할 재주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간단한 실험 하나만으로도 커피와 콜라엔 문제가 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에 비해 장미를 활짝 피게 만든 전통차는 사람의 몸에도 좋을 것이란 짐작을 해봅니다. 이런데도 전통차는 외면하고, 커피와 콜라에 빠진다면 스스로 건강을 해침입니다.
303. 정말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삽니까? 최근 한 양의사는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냈으며, 이를 양의계가 혈안이 되어 홍보하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의성 허준은 이미 죽었습니다. 그런 허준을 이제 무덤 속에서 다시 꺼내 죽이자고 하는 것은 역적에게나 하던 부관참시에 다름 아닙니다. 부관참시를 해야 할 정도로 허준이 역적질을 했나요? 허준이 1610년, 16년의 연구 끝에 완성한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조선 한방의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 오랫동안 우리 겨레의 건강을 보살피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18세기에는 청나라와 일본에서도 간행될 만큼 외국에서도 높이 평가되었으며,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나라와 겨레를 위해 공헌한 분을 역적으로 모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길까봐 겨레의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모습은 통탄할 지경입니다.
302. 가락지와 반지 가락지와 반지는 둘 다 손가락에 기우는 장신구이지만 이 중 반지는 하나로 된 것으로 미혼, 기혼을 가리지 않고 끼었습니다. 또 가락지는 쌍으로 된 것인데 기혼자만 끼는 것으로 원래 장식물이기보다는 신분확인을 위한 신표였으며, 나중에 남녀의 사랑에 대한 믿음과 절개를 약속하는 정표로 썼습니다. 조선시대에 가락지는 ‘이성지합(二性之合:서로 다른 두 성이 합하였다는 뜻으로, 남녀의 혼인을 이르는 말)’과 부부일신(夫婦一身:부부는 한 몸이라는 뜻)을 상징하는 표지였습니다. 가락지의 재료로 상류층에서는 비취, 칠보, 옥, 마노, 호박, 산호 따위를 썼으며, 서민들은 은이나 백동을 많이 썼습니다. 또 조선시대 가락지는 민무늬로 만들거나 무늬를 넣어 세공하기도 하였습니다. ‘월패(月佩)’라고 불렸던 옷고름에 단 가락지는 아녀자가 남편에게 자신의 생리를 알리는 수단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301. 내게 가장 행복한 향기 선비가 사는 집을 '난 향기가 나는 집'이라는 뜻의 난형지실(蘭馨之室)이라고 했으며, 또 차를 마시며, 그림을 걸고, 꽃을 꽂는 일과 함께 운치 있는 4가지 일로 향을 피우고, 즐겼습니다. 심신수양의 방법으로 방안에 향불을 피운다 하여, 분향묵좌(焚香默坐)’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향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은 여인의 머리에서 나는 향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샤넬 number9"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커피향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아카시아향을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은 어머니의 젖냄새에 행복해 합니다. 나는 어렸을 때 저녁 무렵 굴뚝에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부엌에 들어갔습니다. 그 때 어머니가 새까만 가마솥 뚜껑을 여시면 풍겨오는 구수한 밥냄새, 누룽지냄새는 나를 한없이 행복하게 했습니다. 어머니 냄새와 함께 이 누룽지냄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냄새일지도 모릅니다.
괄호 얘기 글에서 꼭 필요할 때 한자·로마자 따위를 괄호쳐서 적는다. 눈으로 그 뜻을 참고하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를 소리내어 읽거나 말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부터 우리에게 잘못 익은 버릇이 있다. “춘향이 거동 보소. 옥태화용 고운 얼굴 백모래밭에 금자라 걷듯 …” “일락서산에 해 떨어지고 월출동정에 달 떠온다” “춘래 불사춘이라, 봄은 왔으되 느낄 수가 없도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 전통적인 동어반복 문자풀이 말투다. 음수율까지 맞출 정도로 고질이던 것이 한때 벗어난 듯하다 되살아난다. 글이 말로 번진 연유가 그 하나요, 다음은 새로운 외국어 풀이 말투 탓인데, 이런 얼치기투를 흔히 방송에서 듣는다. “세계무역기구 더블유티오는 …, 경제협력개발기구 오이시디는 …, 오펙 석유수출국기구는 …, 아이엠에프 국제통화기금은 …,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 봄이면 베이징에 ‘상팡’하는 지방 사람들이 늘어난다, … ” 풀이나 번역도 없이 처음부터 “아이엠에프는, 오이시디는, 더블유티오는, 지칠은 …”으로 가는때도 적잖다. 말에서는 괄호를 쓰지 않으니 번역한 이름이든 외국어든 앞뒤로 늘어놓기만 하는데, 적어도 “세계무역
300. 심지가 좋아야 촛불이 밝다. “공주산의 밀초는 맑고 투명해서 전국에 이름 높았다. 그 투명한 밀초로 불을 밝혔는데, 정작 불빛은 환하지 않았다. 깨끗한 기름을 써서 정밀한 솜씨로 만들었지만, 나쁜 심지를 쓰는 바람에 모든 공이 빛을 바래고 말았다. 다 좋았는데 심지가 올바로 박히지 않았던 것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훌륭한 교육을 받고 남들이 부러워할 자태를 지녔다 해도 마음이 올바로 박히지 않으면 지닌바 물질이나 지위로 인해 사회의 좀이 되고, 남에게 해악을 끼친다. 아무 짝에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 손가락질을 받는다. 심지가 옳게 박혀야 한다.” 이것은 정민 교수의 책 ‘죽비소리’에 조선시대의 학자 홍길주(洪吉周)의 글을 소개한 것입니다. 요즘 그럴듯한 지도자 혹은 지식인 중에 심지가 좋지 못하여 사회의 좀이 되고, 해를 끼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가 나빠 불이 밝지 못하면 초 자체가 버려질 수 있을 것입니다.
299. ‘통지게타령’을 아시나요? 춘천을 중심으로 하는 영서지방은 바다가 멀어 해산물이 귀했습니다. 그래서 1900년대 전후 영서지역에서 수확되는 깨, 콩, 고추 등을 통지게에 지고 험준한 고개를 넘어 동해안 지방에 가서 팔고, 다시 그곳에서 해산물을 사 영서지방에 와 장사를 하는 ‘통지게선길꾼’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질꾼을 모집하여 풍물굿으로 한바탕 논 다음 장삿길에 올랐습니다. 이들은 대개 가난한 홀아비 또는 노총각들로 장사할 때에는 다리 밑이나 성황당, 헛간 등을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이 가난한 서민들인 선길꾼들이 장삿길 중에 해학과 은어, 노래가락으로 고달픈 여정을 달랜 것이 바로 ‘통지게타령’입니다. 장사가 잘 되면 홀아비는 집을 마련하고 총각들은 장가도 가서 보금자리를 만든다는 내용의 타령입니다. 조선말기 서민들의 애환이 드러나는 노래지요. (참고:강원도 전통 민속예술 춘천시편)
인생역전, 한 손으로 대금 분다 이삼 스님이 한 손으로 연주한 대금음반 나와 ▲ 한 손으로 대금을 연주하는 이삼스님 스피커에서 청아한 대금 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 음악을 들으면서 한없이 빠져든다. 그런데 이 소리는 대금산조도 아니고, 그 어려운 정악이란 느낌도 없다. 그럼 어떤 음악이고, 누가 연주했을까?음반설명서를 뒤적이던 나는 깜짝 놀란다. 분명 연주되는 이 곡은 정악 영산 회상의 일종인 '평조회상'이다. 그런데 어찌 이리도 어렵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마음을 차분하게 침잠시키는 마력을 뿜어낼까? 이 음악을 듣던 내 아내는 한이 서렸지만 그 한을 조용히 삭이는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대금을 연주한 이는 스님이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있다. 스님이 한 손으로 연주한 것이다. 어떻게 한 손으로 연주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연인즉 교통사고를 당해 한 팔을 잃은 이삼 스님이 연주를 놓을 수가 없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한 손으로 연주할 수 있는 대금을 만든 것이다 이삼 스님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연락했다. 만나보지 못하고는 밀려드는 궁금함을 어찌할 수가 없다. 경기도 광주 퇴촌에 기거하는 스님은 마침 서울에 대금 재료를 구하러 나온 길이라며 자신의 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