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설날의 시절음식 세배한 사람에겐 설음식(세찬:歲饌)과 설술(세주:歲酒), 떡국 등을 대접합니다. 떡국은 꿩고기를 넣고 끓이는 것이지만 꿩고기가 없을 때는 닭고기를 넣고 끓였습니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겼지요. 설날엔 반드시 떡국을 먹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떡국에 '첨세병(添歲餠:나이를 더 먹는 떡)'이라는 별명까지 붙였습니다. 설날에 술을 마실 때는 '세주불온(歲酒不溫:설술은 데우지 않는다)'이라고 하여 찬술을 한잔씩 마셨는데 이것은 옛사람들이 정초부터 봄이 든다고 보았기 때문에 봄을 맞으며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에서 생긴 풍습이었다고 합니다. 또 설에 마시는 도소주(屠蘇酒)는 옛날부터 전하여 오는 술로 육계(肉桂:한약재), 산초, 흰삽주뿌리(한약재 백출을 만드는 풀), 도라지, 방풍(한약재) 등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서 만든 술입니다. 그래서 이 술을 마시면 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225. 설날이란 말의 유래는 무엇일까요? 설날이란 말의 유래로 가장 그럴듯한 것은 '설다. 낯설다'의 '설'이라는 말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나 만나는 사람이 낯선 것처럼 설은 새해라는 정신적, 문화적 낯섦의 의미의 ‘낯 설은 날'로 생각되었고, '설은 날'이 '설날'로 바뀌었다는 말입니다. 그 밖에 '사리다'[愼:삼가다]'의 `살'에서 비롯했다 설도 있습니다. 각종 세시기(歲時記)에는 설을 신일(愼日)이라 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쓰고 있는데 몸과 마음을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뜻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섧다"라는 뜻으로도 얘기합니다. 선조 때 학자 이수광의 `여지승람'에 설날이 '달도일(怛忉日)'로 써있는데, 칼로 자르듯이 마음이 아프고 근심에 차 있다는 뜻으로 한 해가 지나서 점차 늙어가는 처지를 서글퍼하는 의미로 봅니다. 또 한 해를 새로이 세운다는 뜻의 "서다"라는 말에서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224. 까치설날에 입었던 까치두루마기 섣달 그믐날, 즉 까치설날에는 어린아이들에게 까치두루마기를 입혔습니다. 까치두루마기의 기본은 일반 두루마기와 같지만 각 부분의 색을 달리한 것이 특징입니다. 노란색을 앞 가운데의 겉섶에 썼으며, 길(몸판)은 연두색으로, 소매는 연두색이나 색동으로 했고, 안은 분홍색으로 댔습니다. 남자아이는 깃, 고름, 돌띠를 남색으로 하고, 무(양쪽 겨드랑이 아래에 대는 딴 폭)는 자주색으로 하였으며, 여자아이는 깃, 고름, 돌띠를 붉은색이나 자주색으로 하고, 무는 남색으로 했습니다. 이렇게 색동으로 아름답게 지은 까치두루마기는 까치설날 뿐 아니라 설빔으로도 입었으며, 요즘은 돌옷으로도 입힙니다. 까치두루마기는 다섯 가지 색으로 지었다고 해서 ‘오방장두루마기’라고도 불립니다. 요즘같이 어려운 때에는 아이들에게 까치두루마기를 입혀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도 좋을 것입니다.
223.구정(舊正)이 아니라 설날입니다 설날이 언제부터 우리의 명절이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중국의 역사서들과 '고려사' 등을 보면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 이후 설날을 명절로 지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총독부는 문화말살을 위해 온갖 짓을 저지르면서 겨레의 큰 명절 '설'을 '구정'이란 말로 낮추기까지 하였습니다. 해방 뒤에도 1989년까지 양력설은 공식적인 공휴일이있으며, 설날은 이중과세라면서 '민속의 날'이란 이름으로 단 하루 쉬게 했지만 우리 민족은 포기하지 않고, 명절로 꿋꿋이 지냈습니다. 그러자 1989년 정부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고쳐 설날인 음력 1월 1일을 전후한 3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설날이 완전한 민족명절로 다시 자리 잡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식민지 시절의 쓰레기라 할 수 있는 '구정'이란 말을 쓰지 말고, '설날'이라고 해야 합니다.
222. 설날에 세배하는 법 설날 아침에 차례가 끝나면 어른들을 찾아뵙고 새배를 합니다. 그런데 세배할 때 절하는 법을 모른다면 문제가 있겠지요. 절을 하는 사람이 아랫사람이라도 성년이면 그를 존중하는 대접의 표시로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좋습니다. 절을 할 때 손은 공손하게 맞잡아야 하며 손끝이 상대를 향하게 하지 않고, 누워 있는 어른에게는 절하지 않습니다. 어른에게 "앉으세요", "절 받으세요"라는 것은 명령하는 말 같아서 좋지 않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또 절을 하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등의 말을 하면 안 되며, 절을 한 뒤 일어서서 고개를 가볍게 숙인 다음 제자리에 앉습니다. 그러면 세배를 받은 이가 먼저 덕담을 들려준 뒤 이에 화답하는 얘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덕담은 덕스럽고 희망적인 얘기만 하는 게 좋으며, 지난해의 나쁜 일이나 부담스러운 말은 꺼내지 않아야 합니다.
221. 패스트푸드와 슬로우푸드 요즘 많은 사람들은 똑같은 재료, 똑같은 공정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된 '패스트푸드(fast food)'를 좋아합니다. 패스트푸드란 직역하면 ‘빠른 음식’이 되듯이 주문하면 곧 먹을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입니다. 일회용 그릇으로 환경오염을 일으키며, 조리도 간단하여 적은 사람으로도 손님의 주문에 빨리 응할 수 있는데 그런 패스트푸드엔 정성이 있을 수 없으며, 좋은 재료를 쓰지도 않습니다. 동시에 각종 화학첨가물이 들어있어 사람 몸에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응하여 생긴 것이 ‘슬로우푸드(slow food) 운동’입니다. 천천히 만들어, 천천히 먹자는 운동 즉, 정성을 들여 조리하고, 충분히 씹어 먹자는 뜻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음식을 만들어 줄 때는 온갖 정성을 쏟습니다. 우리의 전통음식은 바로 슬로우푸드이며, 그런 정성을 기본으로 합니다.
220. 남몰래 좋은 일을 해야 하는 입춘 입춘(立春)은 첫 번째 절기입니다. 이날은 각자 아홉 번씩 일을 되풀이하면 한 해 동안 복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일이 생긴다고 믿었습니다. 천자문을 아홉 번 읽고, 아홉 짐의 나무를 하며, 아홉 발의 새끼를 꼽니다. 여자아이들은 나물 아홉 바구니를, 아낙들은 빨래 아홉 가지를 합니다. 또 밥을 먹어도 아홉 번, 매를 맞아도 아홉 번을 맞았는데 아홉 번의 뜻은 우리 겨레가 ‘9’라는 숫자를 가장 좋은 양수(陽數)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가난해도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라는 뜻의 세시풍속이지요. 입춘이나 대보름날 전날 밤에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해야 일 년 내내 나쁜 일을 없다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란 풍속도 있습니다. 밤중에 몰래 냇물에 징검다리를 놓는다든지, 거친 길을 곱게 다듬어 놓는다든지, 거지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다든지 따위를 실천하는 좋은 풍습입니다.
219. 옛날이야기, ‘벼락칼이 짧아진 까닭’ “사람이 잘못헌 일이 있이면 하늘서 베락이 치고, 벌얼 주넌 것인디 부모한티도 잘못히거나 성지(형제)간에 우애가 없어도 베락 맞넌 것이 당연하것지만 밥티기(밥풀) 하나라도 시궁창에 들어간다던가 콩나물 깍대기 같은 것얼 버린다든지 허넌 하찮은 짓에도 베락얼 맞게 되니 사람덜이 맘 놓고 살 수가 없었단다. 그런디 강감찬이란 분이 사람덜이 껀듯허먼 베락 맞어 죽어서야 씨겠냐고 염려히서 일부러 시암(샘) 가상(가장자리)에 안아서 똥얼 누었다. 그렁게 당장에 하늘서 베락칼이 칠라고 힜는디 얼른 베락칼얼 잡아서 분질러버렸다. 그후부터는 베락치넌 수도 적어지고 베락칼도 도막칼이 되어서 사람이 훨씬 덜 베락 맞게 되었다.” 할아버지들이 전해준 이야기로 사투리가 그대로 살아있으며, 효도와 우애, 근검절약을 강조한 이야기입니다.(한국구전설화/전라북도편, 임석재, 평민사)
218. 토종 우리말의 맛깔스러움 박남일 지은 ‘우리말 풀이사전’에 보면 ‘낫낫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사물의 감촉이 몹시 연하고 부드럽다’는 뜻과 ‘사람의 말과 글이 감칠맛이 있고, 친절하고 부드러운 태도로 사람을 대한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또 ‘한올지다’란 말이 있는데 ‘사람의 관계가 마치 한 올의 실처럼 매우 가깝고 친밀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에 계시는 김은실님이 ‘솔아솔아푸르른솔아’ 누리집에 올려주신 글에도 아름다운 순수 우리말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성질이 부드럽고 다정하다’란 뜻의 ‘곰살궂다’, ‘그리운 남자’란 말인 ‘그린비’, ‘달콤한 여자, 사랑스러운 여자’를 말하는 ‘단미’, ‘천연덕스럽고 구수하다’란 뜻의 ‘구성지다’, ‘말썽 없이 의좋게 잘 지내다’의 ‘구순하다’, ‘보호하여 보살펴 주다’를 말하는 ‘그느르다’, 숫자 ‘100(백)’을 말하는 ‘온’ 따위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살려 쓸 만한 맛깔스러운 우리 토종말입니다.
217. 한지가 훌륭한 종이인 까닭 조선시대는 선비의 나라로 종이, 붓, 벼루, 먹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도구였는데 여기서 종이는 한지를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의 종이인 '한지'는 예로부터 주변국가에까지 널리 알려졌고, '닥'을 주원료로 하여 만들었기에 '닥종이'라고도 불려 왔으며, 손으로 뜨는 종이입니다. 한지는 중국의 선지, 일본의 화지에 비해 종이의 강도를 말하는 인열강도, 인장강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합니다. 또 다듬이질을 하는 과정을 거치는 한지는 먹색이 윤택하고 먹물이 고루 먹히면서도 많이 번지지 않아야 좋다고 하는 붓글씨와 그림용 종이로 화지, 선지에 비해 아주 좋습니다. 게다가 양지(서양에서 들여온 종이로 목재 펄프를 원료로 함)는 PH 4.0 이하의 산성지로서 50년~100년 정도면 누렇게 되면서 삭아 버리지만 한지는 PH 7.0 이상의 알칼리성 종이로 오래 될수록 결이 고와지고, 수명이 천년 이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