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 지율스님의 단식과 이상재선생님의 응접실 84일째 생사를 걸고 초인적으로 단식중인 지율스님은 말씀하십니다. “많은 언론들이 관심이 없다. 혹 있어도 한 비구니의 목숨에만 신경을 쓸 뿐 정작 도롱뇽의 생사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도롱뇽이 무엇이기에 스님이 목숨을 걸고 계실까요? 도롱뇽은 우리 자연환경의 상징입니다. 스님은 또 말합니다. “한 마리의 도롱뇽, 또는 제 단식만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지 말고 우리 산하가 갖고 있는 아픔으로 봐주세요." 도처에서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자연이 신음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귀를 틀어막고 있습니다. 도롱뇽이 죽고, 자연이 죽어갈 때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자연을 자신들의 집 정원에 끌어들여 축소해놓고 즐기지만 우리 조상들은 그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즐겼습니다. 아름드리 소나무 밑에 돗자리를 깔고, 응접실이라고 했던 이상재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202. 건빵 도시락과 전통먹거리 최근 한 지방에서는 건빵이 있는 도시락으로 결식아동들의 급식을 해서 말썽이 있었습니다. 이는 영양가도 문제지만 정성이 전혀 들어있지 않고 단순히 돈벌기 위한 식단이란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자기 자식들이 먹을 음식이라면 그렇게 차렸겠습니까? 우리의 전통먹거리는 정성이 없으면 차림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정성이 깃들었을 때 영양과 맛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음식하는 이의 손맛이 맛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임금님께는 ‘12첩반상’을 올렸다고 하는데 만일 음식을 하는 이가 정성이 없었다면 차릴 수 있는 음식이 아닌 것입니다. 물론 바쁜 현대에서는 이것이 불합리하다고 느낄지 모릅니다. 하지만 빠름을 위해 똑 같은 재료에 똑 같은 공정으로 대량생산한 패스트푸드가 우리의 건강을 크게 해친다는 의사들의 충고를 보았을 때 역시 음식은 정성이 깃든 ‘느림의 철학’이 중요한 것입니다.
201. 일본말 찌꺼기 이야기 4 네이버 지식인에 "일본말찌꺼기”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조회수는 56,000이며, 270 여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놀라면서 모르고 썼는데 고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괜한 반일감정이라며, 이미 굳어진 말인데 좀 쓰면 어떠냐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일본인들은 명성황후를 비참하게 죽이고, ‘민비’로 바꿔 부르며, 비하했는데 그런 그들이 영어발음을 지독히 못해서 뜻도 통하지 않는 이상한 말을 만들어 썼습니다. 그것을 따라 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일까요? ‘선전지, 광고 쪽지’라고 쓸 것을 일본말 ‘찌라시(ちらし)’라고 써서는 안 됩니다. 상가에 ‘기중(忌中,きちゆう)’이라고 일본식으로 붙인 집이 있는데 ‘기(忌)’자는 '싫어하다, 미워하다'란 뜻으로 '상제가 되다'라는 뜻의 상(喪)자를 써서 상중(喪中)이라고 해야 합니다.
200.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는 ‘더불어와 여유롭게 살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가 어언 200번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글들이 저의 지식과 자료의 모자람을 드러내는 부끄러움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켜봐주시고, 댓글로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께 엎드려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더불어와 여유로움’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고수레’, ‘까치밥 남기기’, ‘담치기 풍속’, ‘두레’, ‘보시’ 따위로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살았으며, 한복을 입고, 뒷짐을 진 채로 하늘을 보며 여유롭게 살았습니다. 이 ‘더불어와 여유로움’이 남에게 무조건 퍼주거나 게으름을 피우자는 애기는 물론 아닙니다. 동양철학의 근본인 음양오행의 사상대로 자연과 이웃과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사는 것, 그리고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마음을 비우는 것이야 말로 우리 자신의 삶을 진정 풍요롭게 하는 것이란 생각을 드리는 것입니다.
199. ‘닭에게 절하기’ 등 닭과 관련된 세시풍속 닭의 해를 맞아 닭과 관련한 풍속들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닭삵이 놀이’. ‘닭싸움’, ‘닭에게 절하기’, ‘닭울음점’, ‘닭잡기’, ‘달 잡아먹는 날’, ‘닭잽이’ 등 다양합니다. 그 중 ‘닭에게 절하기’는 아이들이 밤에 자다가 뒷간에 가는 버릇을 고치기 위한 풍습입니다. 밤에 닭장 앞에서 “닭아, 닭아! 닭이 밤에 똥 싸지 사람도 밤에 똥 사나?”라고 세 번 반복하면서 절을 합니다. 그러면 밤중에 똥이 마렵지 않게 된다고 믿습니다. 또 ‘닭울음점’은 정월대보름 새벽에 첫 닭의 울음소리가 열 번 이상이면 그해는 풍년이 든다고 생각하며, ‘계명점년(鷄鳴占年)’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는 음력 6월 20일을 ‘닭 잡아먹는 날’이라고 하는데 그 날 여자는 수탉을, 남자는 암탉을 잡아먹으면 몸보신에 좋다고 합니다.
198. 고구려 귀족이 입던 폭넓은 바지, 대구고 북한 용강군에 있는 고구려시대의 벽화고분인 쌍영총(雙楹塚)의 주실(主室) 동벽에는 점무늬가 있는 통이 넓은 바지, ‘대구고(大口袴)’를 입은 남자들의 그림이 있었고, 대구고와 함께 소매폭이 넓은 ‘대수삼(大袖衫)’을 입었습니다. 고구려는 용맹을 자랑하던 시대여서 사람들도 대단히 활동적이었을 것이라 짐작되는데 이때의 귀족들이 현재의 한복과 조금 다르지만 소매가 넓은 저고리와 통이 넓은 바지를 입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매가 넓고, 통이 넓은 바지가 결코 활동성이 떨어지는 옷이 아니라는 반증이 아닐까요? 힙합바지를 입는 활동적인 젊은이들은 폭이 넓은 힙합바지가 불편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통무예을 하는 사람들은 풍성한 한복을 입으면 너무 편해 무예를 하는데 참 좋다고 합니다. 넉넉한 옷이 몸을 조이지 않음으로 훨씬 편해지는 것입니다. 잘못된 편견으로 한복을 보지 말아야 합니다.
197. 건강하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것 내가 전에 만났던 한 다단계회사의 판매원은 의학공부를 한 적이 없는데도 마치 의사처럼 말했습니다. “건강하게 살려면 밥과 함께 건강보조식품을 먹어야만 한다.” 나는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밥은 언제까지 먹느냐면서 일생을 먹어야 한다는 투로 대답했습니다. 과연 그의 말이 맞을까요? 건강보조식품은 보통 온 식구가 먹으려면 몇 십만 원씩 합니다. 그렇다면 그걸 먹을 수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밥만 먹고 살았던 사람들은 병이 들었거나 일찍 죽었단 말인가요? 하지만 적어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건강보조식품을 먹지 않고서도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건강보조식품이나 보양식, 보약이 아니라 좋은 전통먹거리를 골고루 먹고, 몸을 조이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하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적당한 운동을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196. 호박풀때기를 아십니까? 가을철에 시장에서 누렇게 익은 늙은 호박을 보면 고향생각이 납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늙은 호박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해먹었습니다. 어떤 음식점에서는 ‘호박수제비’나 ‘호박죽’을 팔기도 하며, ‘호박김치’도 있고, ‘호박떡’, ‘호박범벅’도 별미입니다. 그런가 하면 충북 영동에서는 ‘호박풀때기’라는 걸 해먹습니다. 늙은 호박을 푹 삶아 체에 걸러서 고구마, 팥, 콩 따위를 함께 넣어 끓이다가 찹쌀을 넣어서 끈기있게 합니다. 되직하게 되면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추어 먹습니다. 음력 섣달 초닷새에 ‘호박풀때기’를 해먹으면 다음 해 농사가 잘된다고 믿습니다. 호박에는 머리를 좋게하는 레시틴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두뇌발달에 좋다고 하며, 혈압강하작용, 바이러스와 발암물질 억제작용, 항산화 작용, 이뇨 작용, 담석증 예방, 감기 예방에 좋고, 몸을 따뜻하게 하므로 냉증이 있는 사람에게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 (참고:‘한국민속종합보고서’,문화재관리국)
195. 뇌물먹은 관리의 인명록, 장오인록안 최근 사퇴한 교육부총리는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 등 많은 도덕성 시비로 문제가 되었습니다. 또 최근 경기도의 한 국회의원과 시장은 뇌물을 먹었다는 의심을 받고 구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도 뇌물은 먹었던 관리들이 많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조선시대ㅔ 뇌물을 먹은 관리들의 이름을 적은 ‘장오인록안(臟汚人錄案)’이란 책이 있었습니다. 조정에서는 뇌물을 받은 관리를 엄중히 다스리기 위하여 이 책에 이름을 적어놓고, 본인 뿐 아니라 자손까지 좋은 자리에 앉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의정부, 육조, 한성부, 승정원, 관찰사, 수령 따위엔 오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요즘도 현대판 ‘장오인록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인터넷에 공개되면 함부로 뇌물을 받는 풍조가 없어지겠지요. 언제나 관리들이 국민의 공복이란 생각으로 양심껏 일해 ‘장오인록안’에 오를 사람이 없는 세상이 올까요?
194. 연말연시를 맞아 했던 우금해제를 아시나요? 조선시대에는 백성을 잘 가르쳐 이끌 목적으로 세 가지 금지사항을 두었습니다. 그것은 함부로 술을 빚지 못하게 하는 주금(酒禁), 소나무를 마음대로 베지 못하게 하는 송금(松禁), 소를 마구 잡지 못하게 하는 우금(牛禁)입니다. 이중 소나무는 궁궐과 집을 지을 때, 배를 만들 때 쓰는 귀한 나무이기 때문인데 속이 누런 소나무를 '황장목(黃腸木)'이라 하여 '황장금표' 세우고 보호했으며, 정조 때에는 ‘송목금벌(松木禁伐)’이라 해서 소나무 베는 것 자체를 못하도록 했습니다. 또 소는 농사의 중요한 수단이어서 마구 잡으면 농사일에 지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잡지 못하게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연말연시가 되면 고기의 수요가 늘어나게 되므로 임시 우금을 푼 것을 ‘우금해제(牛禁解除)’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채식 위주의 식생활이지만 연말연시에는 특별히 고기를 먹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참고 : 서울의 전통문화,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