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재테크는 잘못된 말입니다. ‘우리말 살리기 겨레모임’ 공동대표 이대로님은 한 신문에 “기업들 재테크 열중"이라는 기사의 제목을 보고, 신문사에 전화를 했답니다. “이게 무슨 뜻이고 어디 말인가?, 꼭 이렇게 써야만 하는가?, 다른 신문에는 같은 내용의 기사인데 ‘기업들 돈 굴리기 열중’이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었다. 이게 좋은 말 아닌가?” 그 말에 기자는 “'재'는 한문 財자, ‘테크'는 영어 테크닉에서 머리글자를 따다가 일본인이 만든 말로 보이나 우리말로는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겠다. 기업이 생산에 투자하지 않고, 부동산 투기나 돈놀이에 투자하는 걸 뜻하는 말로 보인다. 정부기관에서 나온 보도자료를 보고 급히 기사를 쓰다 보니 그대로 쓰게 되었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같은 뜻의 우리말을 두고도 한문과 영어가 섞인 엉터리말을 쓰는 것이 세련된 것일까요? 이대로님의 이런 행동이 진정한 애국으로 보이는 아침입니다.
165. 사랑하는 사람끼리 문신하는 풍속, 연비문신 얼마 전 드라마 ‘장길산’이 방영되었는데 장길산이 그의 연인인 묘옥의 가슴에 문신을 새기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 뒤 묘옥은 다른 사람의 여인이 되었으면서도 장길산을 잊지 못합니다. 실제 조선시대엔 사랑의 문신을 새기는 ‘연비문신(聯臂文身)’의 풍속이 있었답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규경(李圭景)의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역사, 경학(經學), 천문, 지리, 불교, 서학(西學), 예제(禮制:상례에 관한 제도), 재이(災異:재앙이 되는 괴이한 일), 문학, 음악, 병법, 초목, 의학 등이 있는데 그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동방 여염(閭閻:백성의 살림집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의 방탕한 사람들은 뜻을 정하여 바늘로 서로의 팔뚝을 찌른 다음 먹칠을 하여 색을 넣는다. 그러면 멍든 것처럼 푸른데 그것을 연비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연비로 평생 잊지 말자고 약속한다.”
편한 생활한복이란 무엇일까?한복의 편함에 대한 올바른 인식며칠 전 나는 한 사람에게서 참 이상한 편지를 받는다. 한 업체의 생활한복을 선물 받았는데 참 편하고 좋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게 시장조사가 필요할 것이라 조언(?)을 한다. 그런데 그는 무엇이 왜 편하고, 좋은지에 대한 말은 하지 않는다. 그가 정말 무엇이 편하고, 무엇이 좋은 것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한복의 특징이나 장점을 물으면 대뜸 ‘아름다움’, ‘품위’와 함께 ‘편함’을 말한다. 그러면서 또 한복은 불편하다고도 한다. 이게 무슨 앞뒤 안 맞는 논리인가?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은 왜 그럴까를 한번 따져보자.현대의 젊은이들은 청바지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면서 왜 청바지를 즐기는지 물으면 한결같이 “편하다”이다. 그래서 다시 정말 편한가를 물으면 자신있는 대답을 못한다. 실제 청바지는 처음 입을 때는 참 쉽게 입을 수 있다. 그리고 질긴 옷감으로 인해 아무데나 앉을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하지만 몸에 끼는 청바지를 입고 몇 번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청바지를 입고 운전을 하면 불편
그가 그의 아내를 …? “그가 그의 아내를 사랑한다.” 보통 영어 시간에는 그렇게 공부한다. 그리고 그렇게 알아듣는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어떤가? 손가락질과 억양을 덧붙이면 이 문장은 “그(제동이)가 그(호동이)의 아내를 사랑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불륜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 때 우리는 흔히 “그는 지[제] 마누라밖에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영어 시간에도 이것은 “그는 제 아내를 사랑한다”로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말에 대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여러 미신들이 널리 퍼져 있다. 그 가운데서 으뜸가는 미신이 “한국 사람은 한국말을 잘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절반은 맞다. 한국 사람은 누구나 한국말을 하고 사니까. 그러나 실제로 잘하는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아파트나 관공서 게시판에 한국말로 나붙은 공고를 보고 그 내용을 단번에 이해하는 한국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공고문 바로 옆에 서서 거기 설명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묻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젊은이들도 있다. 왜 그런가? 그런 미신에서 다음과 같은 잘못된 결론이 쉽게 나온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164. 겨레문화의 통길을 만들어 갑니다. 안치환의 노래 ‘수풀을 헤치며’엔 다음의 가사가 나옵니다.“수풀을 헤치며 물길을 건너 아무도 가려하지 않던 / 이 길을 왔는데 아무도 없네 보이질 않네 / 함께 꿈꾸던 참 세상은 아직도 머네”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겨레문화의 길은 대부분 가려하지 않습니다. 서양문화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겨레문화는 거들 떠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머언 이 길을 가는 사람들은 참 힘듭니다. 하지만 가야 합니다. 통길을 내며 가야합니다. 통길은 본디 길이 없던 곳인데 많은 사람이 지나가서 생긴 길을 말합니다. 모든 길의 뿌리는 통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다듬고 고쳐서 오늘의 큰 길이 납니다. 힘들지만 우리는 가시밭길도 헤치며, 가고 또 가고, 겨레문화의 통길을 만들어 나갑니다. 한 사람이라도 앞서서 길을 내가면 많은 사람들이 뒤따라 통길을 만드는데 동참하겠지요.
163. 요강과 매화틀 옛날엔 뒷간이 실내가 아닌 바깥에 있어서 요강은 실내용 간이 화장실이었겠지요. 어렸을 때 귀신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우리는 요강을 가지러 마루에 나가는 일이 참 무서웠습니다. 요강은 놋쇠나 사기로 만들어졌으며, 신부의 혼수감으로 반드시 가지고 갈 물건이었습니다. 특히 혼례를 치르러 가는 가마에는 필수품이었지요. 정력이 센 사람은 사기요강에 오줌을 누면 요강이 깨진다는 우스개도 있었습니다.그런가 하면 임금과 왕비는 뒷간이 아닌 침전의 방 하나에 매화틀(梅花틀)에 놓고 용변을 보았습니다. 매화틀은 굽 없는 나막신 모양과 비슷하며, 도자기로 굽고, 푸른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임금의 용변은 그냥 똥이 아니라 매화꽃이라고 거룩하게(?) 표현해야 했나 봅니다.“요강 뚜껑으로 물 떠먹은 셈”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뜻은 별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하면서도 꺼림칙함을 비유한 말이지요.
162. 조끼와 마고자는 수입품(?) 우리가 지금 흔히 입는 전통한복 중에는 전통옷이 아니라 수입품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조끼와 마고자입니다.‘마고자(麻古子)’는 저고리 위에 입는 덧옷으로 깃, 고름이 없습니다. 이 마고자는 원래 만주옷인데 추운지방의 덧저고리입니다. 1887년 대원군이 만주 보정부에서 풀려나 귀국할 때 만주옷 ‘마괘(馬褂)’를 입고와 이것이 변형되어 널리 퍼진 것이지요. ‘조끼’는 저고리 위에 덧입는 소매 없는 옷으로 양복이 들어오면서 양복의 조끼를 변형하여 입은 것입니다. 따라서 이 마고자와 조끼는 순수 우리 전통옷은 아니고, 조선말기 이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옷의 토착화입니다. 한복 중에는 ‘배자(背子, 褙子)’가 있는데 이것도 저고리 위에 덧입는 것이며, 소매와 섶, 고름은 없지만 조끼나 마고자와는 달리 깃이 있습니다. 이 배자가 순수 전통옷이라 할 수 있습니다.
161. 메주 쑤는 대설 (大雪) 오늘은 24절기의 스물한 번째인 눈이 많이 내린다는 대설입니다. 대설기간 중 초후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에는 범이 교미하여 새끼를 낳고, 말후에는 여주(박과의 한해살이 풀)가 돋아난다고 하였습니다. 이날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들고, 푸근한 겨울이 된다고 믿습니다.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란 말처럼 눈이 많이 내리면 보리를 따뜻하게 덮어 추위로 입는 피해를 줄입니다. “부네야 네 할 일 메주 쑬 일 남았도다 /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두소”‘농가월령가’ 중 십일월령의 노래입니다. 농사일이 끝나고 한가해지면 콩을 쑤어 메주를 만듭니다. 예전에 서양인들은 메주에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이 있다고 비웃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메주로 만든 된장을 훌륭한 항암식품으로 평가합니다. 씻는 과정에서 아플라톡신은 남아있을 수 없고, 나중에 발효과정에서 항암성분이 생기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160. 소라 껍데기로 만든 국악기, 나각(螺角)을 아십니까? 국악기에는 자연물을 그대로 써서 만든 나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나각은 큰 소라를 살을 빼내고, 꽁무니 뾰족한 끝부분을 갈아 취구(吹口:나팔 따위에 입김을 불어 넣는 구멍)를 끼워서 만듭니다. 소라를 원형 그대로 쓰기도 하고, 천으로 거죽을 씌우기도 하며, 속에 붉은 칠을 하여 모양을 내거나 노리개를 달기도 합니다. 이 악기는 낮은 외마디 소리이지만 "뿌우 - "하는 웅장하고 우렁찬 소리를 냅니다. 궁중의 잔치와 군악에 사용되었고, 종묘제례악에도 사용됩니다. 지금은 장고, 북, 징, 태평소, 나발, 자바라 따위와 함께 대취타(주로 문을 크게 여닫을 때, 군대가 행진하거나 개선할 때, 임금이 성문을 나갈 때에 연주하는 군악)에 편성되어 연주되는 악기입니다.나각은 관악기의 하나로 "나" 또는 "소라"라고도 하는데 고려 의종 때 취라군(吹螺軍:소라로 만든 악기를 부는 군인)이 나각을 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59. 아들 낳기 위한 소금뜸질을 아시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도 아들 선호사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들을 낳기 위해 갖가지 비방을 썼든가 봅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소금뜸질’입니다. ‘소금뜸질’은 배꼽에 뜨겁게 볶은 소금을 놓고, 그 위에 쑥뜸질을 하는 것이지요. 명나라 의서(醫書)인 ‘의학강목(醫學綱目)’에는 이 소금뜸질을 200~300번 한 끝에 부부간에 합방을 하면 아들을 낳는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 방법은 불임의 한 원인으로 보는 뱃속의 차가움(냉:冷)을 없앤다는 뜻으로 했던 아들 낳기를 기원하는 ‘기자(祈子)풍속’의 하나입니다.옛날에도 뱃속이 차가운 것은 몸에 여러 가지 문제를 가져온다고 보았습니다. 기림산방의 김종수 원장은 뱃속을 따뜻하게 하면 갖가지 병들을 예방하거나 낫게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뱃속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만병통치는 아니겠지만 큰 도움을 주는 것은 틀림없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