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일하면 일옷, 잠들면 잠옷, 외출하면 나들이옷인 한복 예전에 생활한복을 입은 한 농민에게 생활한복에 대한 느낌을 물었습니다. 그는 일하면 일옷이 되고, 그대로 잠들면 잠옷인데, 외출하면 나들이옷이 되는 것이 생활한복이라며 참 좋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한복도 나들이옷과 일옷을 구분하여 입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편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라 생각합니다.몸을 조이며, 아주 불편한 청바지나 타이트스커트를 입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입는 옷을 불편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걷기도 불편한 일본의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도 자신의 옷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복은 불편한 옷인양 생각합니다. 편견이 아닐까요?전통무예를 하는 사람들은 절대 한복을 입습니다. 그보다 운동하기에 더 좋고, 편한 옷은 없다는 것입니다. 농민이 한 말과 전통무예를 하는 사람들의 믿음은 우리에게 한복이 얼마나 좋은 옷인지 역설해주고 있습니다.
114. 우리는 주위에 솔개그늘이 되어야 합니다. ‘갓밝이’는 새벽 동이 틀 무렵을 말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명(黎明)은 알지만 정작 우리의 정겨운 말 ‘갓밝이’는 모릅니다. 비를 뜻하는 우리말에는 가랑비, 달구비, 떡비, 먼지잼, 모종비, 목비, 무더기비, 보슬비, 비꽃, 여우비, 웃비, 이슬비, 자드락비, 밤비, 채찍비, 날비, 는개, 바람비, 발비, 비보라, 억수 등의 많은 정겨운 토박이말이 있답니다.또 ‘솔개그늘’이라는 말이 있는데 솔개가 날 때 땅에 생기는 작은 그림자처럼 아주 작게 지는 구름의 그늘을 말합니다. 뙤약볕이 내려쬐는 여름날, 들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다보면 솔개그늘이라도 정말 고마운 것입니다. 우리는 남에게 솔개그늘이라도 되어야 합니다.박남일님이 지으신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는 이런 아름답고 정겨운 토박이말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무심코 썼던 한자말이나 외래말의 굴레에서 이젠 벗어나야 합니다.
113. 풍물초보자가 풍물판에서 징을 치다. 언젠가 시골의 추수감사제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거방지게 풍물판은 돌아가고, 아주머니들은 양동이에 담긴 막걸리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몇 순배가 돌아가며, 사람들은 모두 흥에 겨웠습니다.그런데 한 분이 제게 와서는 징을 치라는 것입니다. 그 때까지 저는 풍물악기를 직접 쳐본 적이 없었기에 손사래를 쳤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아무나 할 수 있다며, 걱정말고 두드리라고 했습니다. 저는 술김에 풍물꾼들을 따라가며, 징을 쳤습니다. 풍물악기 중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는 징을 친 것입니다.걱정과 달리 풍물판은 깨지지 않았으며, 아무도 잘못 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마냥 흥겹게 돌아갔습니다. 이게 바로 풍물굿의 매력이며, 서양문화와는 다른 우리 문화의 매력입니다. 서양음악의 오케스트라는 한 사람만 틀려도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풍물굿은 모두가 흥겨운 모습으로 하나가 되면 되는 것입니다.
112. 국악기 중 현명악기는 무엇이 있을까요?2 국악기 중 줄을 울려 소리를 내는 현명악기(績鳴樂器)를 알아봅니다. 가야금은 오동나무를 파서 만든 공명통(울림통) 위에 안족(기러기발: 줄의 밑을 괴고, 이것을 움직여 소리를 맞춤)으로 받쳐놓은 12줄을 손가락으로 뜯거나 퉁겨서 타는데 거문고의 음색이 웅장하고 남성적인데 비해 조금 갸날픈 소리로 여성적입니다. 거문고는 오동나무(앞면)와 밤나무(뒷면)로 만든 공명통 위의 명주실을 꼬아 만든 6개의 줄을 대나무로 만든 술대로 치거나 떠서 연주합니다. 요즘 인기를 끄는 아쟁은 저음 악기로 가야금이나 거문고보다 공명통이 크고 줄도 굵은데 공명통 위에 큰 안족으로 받쳐놓은 7개의 줄을 활대로 그어 장중하고 억센 소리를 냅니다. 두 줄 사이에 말총으로 만든 활대를 꽂아 연주하며, 깡깡대는 소리가 난다고 하여 깡깡이라고 부르는 해금, 원래 회교음악에 쓰던 양금 등이 있습니다.
111. 동양철학의 오행(五行)이야기 2 오행 중 목(木)은 봄에 나무의 새싹이 굳은 땅을 뚫고 나오는 모습으로 강하게 뻗어나가는 성질을 뜻하며, 화(火)는 타오르는 불의 모양으로 양의 기운이 극에 달한 상태인데 여름에 잎이 무성하고 꽃이 활짝 핀 모습입니다. 토(土)는 후덕하고 묵묵한 흙의 형상으로 목과 화의 양기(陽氣)와 금과 수의 음기(陰氣)의 중간에서 봄, 여름의 외형적인 자람을 내부적인 성숙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지요.금(金)은 딱딱하고 서늘한 쇠의 모양인데 가을에는 봄, 여름에 이루었던 외형적 성장을 멈추고, 내부적으로 정리하여 열매를 이루는 것으로 음기의 시작입니다. 수(水)는 차갑게 얼어붙은 물의 모습입니다. 겨울에는 얼어붙은 물처럼 속에 모든 것을 간직하고 새봄을 준비합니다. 음기가 강하지만 완전히 속까지 얼어붙은 것이 아니라 다시 봄을 준비하는 양의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110. 동양철학의 오행(五行)이야기 1 오행은 음양이 걸어가는 다섯 가지 걸음인데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의 관계와 변화(行)에 대한 이론을 체계화한 것을 말하며, 행(行)은 고정되지 않고 변화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한의학에서는 오행론의 상생(相生), 상극(相剋)관계(서로 이기고, 살리는 관계)를 응용하여 병을 치료합니다. 상생관계는 “목 → 화 → 토 → 금 → 수”로 나무를 태우면 불이 나고, 불이 나면 재가 남아 흙이 되며, 흙은 굳어서 쇠가 되고, 쇠가 녹으면 물이 되는데 이 물이 다시 나무를 자라게 합니다. 또 상극관계는 “목 → 토 → 수 → 화 → 금 → 목”인데 나무는 흙을 뚫고 일어나고, 흙은 물기를 빨아들이며, 물은 불을 끄고, 불은 쇠를 녹이는데 또 이 쇠는 나무를 자릅니다.이러한 상생, 상극관계가 있어야만 오행 중의 어떤 하나만 강하거나 약한 것을 막고,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여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봅니다.
109. 자식을 유학 보낼 땐 우리땅 문화답사 먼저 어떤 부모들은 자식들을 원정출산도 하고, 유학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자식을 위하는 길일까요? 유학을 갔던 젊은이들이 성공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의 문화에 매몰되어 바보가 되거나 문화사대주의자가 되어 가슴을 치는 경우도 우리는 종종 봅니다. 또 남의 나라가 꼭 우리에게 기회의 땅만은 아닌 것입니다. 백인우월주의처럼 어느 나라든 껴안기보다는 밀어내려는 성질이 강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식들을 유학보내기 전 배낭여행으로 우리땅 문화답사를 보낼 것을 권합니다. 한동안 고생하면서 우리 땅을 골고루 밟고,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배우며, 우리 문화를 가슴 속에 새기면 틀림없이 무언가 올바른 철학을 담아내지 않을까요? 그런 다음 보낸다면 내 자식은 분명 다른 세계에서 정말 필요한 것만 받아들이며, 당당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108. 1200년 동안 썩지 않은 닥종이 불국사 석가탑 속에는 닥종이로 된 두루마리 즉 다라니경이 하나 들어 있었는데 폭은 6.7cm, 길이는 6m가 넘었습니다. 이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1200년 동안 좀벌레에 그 두루마리 일부가 침식되어 있던 것을 복원, 국보 126호로 지정되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종전까지 알려진 세계 최고의 인쇄물인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경’ 보다는 적어도 20년 빠르고, 중국의 ‘금강반야바라밀경’보다는 118년 빠릅니다.'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물이고,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이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삼국시대 때 이미 닥을 종이의 원료로 해서 현대의 기술로도 만들기 어려운 종이를 만들었습니다. 1200년을 탑 속에서 보내고도 형체를 보존하고 있는 닥종이로 만든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우리 제지 기술의 우수성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107. 추수를 하고, 추어탕을 즐기는 한로(寒露) 오늘은 24절기의 열일곱 번째인 한로(寒露)입니다. 찰 '한(寒)', 이슬 '로(露)'로 쓰는 한로는 공기가 차츰 선선해지면서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서 서리로 변하기 직전입니다. 옛 사람들은 한로 기간 중 초후에는 기러기가 모여들고, 중후에는 참새가 적어지며, 말후에는 국화가 핀다고 하였습니다. 이때는 추수를 하며, 아름다운 단풍이 짙어지고, 기러기 등 겨울새가 오는 때입니다. 이때쯤 높은 산에 올라가 수유(茱萸)열매를 머리에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는데, 이는 수유열매가 자줏빛이어서 붉은색이 귀신을 쫓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한로엔 시절음식으로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그며, 추어탕(鰍魚湯)을 즐겼습니다. 한의학책인 ‘본초강목’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운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가을(秋)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는 뜻으로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 했을 것입니다.
106. 콜라를 먹지 말아야 할 까닭 유명한 축구감독이 코카콜라 광고에 나온 것을 보고 생계수단도 아닐텐데 왜 하필 콜라를 선전해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콜라 속에 이빨을 담가 놓으면 까맣게 타버린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인스턴트식품과 탄산음료(콜라 등)가 범죄에 미치는 영향으로 유명한 일본의 오사와 히로시 박사의 말을 들어봅시다.“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밥을 잘 안 먹습니다. 또 탄산음료에는 비타민이 없어서 당분이 에너지로 변하지 못하기 때문에 몸 안의 비타민과 칼슘을 마구 쓰게 됩니다. 또 탄산음료에 많이 들어있는 당분은 오히려 피 속을 저혈당 상태를 만들어 뇌의 조절기능을 잃게 하고, 공격호르몬으로 불리는 ‘아드레날린’을 많이 내보냅니다.”아이들이 공격적이고, 신경질적이 되었다면 콜라를 많이 먹지 않았는지 의심해야 합니다. 콜라를 좋아하는 것은 몸속에 칼슘과 비타민을 부족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