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보시하십시오, 그러면 다 내게 돌아옵니다.” 인사동에선 매년 5월이면 전통차 잔치가 있습니다. 햇차가 나온 다음에 열리는 행사이지요. 몇 년 전에는 보성녹차 본사의 부탁을 받고, 저희도 잔치에 참여하여 사람들에게 차 시음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차를 판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 스님이 차를 사셨는데 지나가시던 다른 스님이 자신에게도 차를 한통 사달라고 하셨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스님은 흔쾌히 사주셨습니다.그러면서 저희에게 당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남에게 많이 보시하십시오. 그러면 다 내게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남에게 내 것을 나눠주는 것이 손해가 되는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이익이란 말씀입니다. 설령 물질적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남에게 나눠준 다음에 오는 마음의 평화는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우리 겨레는 이런 “더불어 나눔”을 생활화했던 민족입니다.
78. 보약은 체질과 증상에 맞게 먹어야 합니다. 한약하면 무조건 보약만 떠올리고, 보약은 아무나 먹어도 되는 것인 줄 압니다. 하지만 보약도 체질과 증상에 맞게 처방을 받아 지어먹지 않는다면 오히려 보약이 독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보약은 크게 보기약, 보혈약, 보음약, 보양약 등 네 가지로 분류합니다. 중국 명나라의 이천이 쓴 ‘의학입문’을 보면 보약은 신중하게 먹을 필요가 있으며, 생활습관이 좋아야 양기도 좋아진다고 합니다.그리고 만약 기나 양이 부족한 사람에게 보혈약이나 보음약을 쓰면 소화불량이나 설사증세가 생기고, 살이 찔 수 있으며, 음이나 혈이 부족한 사람에게 보기약, 보양약을 쓰면 윗몸에 열이 나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보약도 증세와 체질에 맞게 반드시 한의사의 진찰과 처방에 따라 지어 먹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보약보다 평소의 좋은 식생활 등 올바른 생활습관이 더 중요합니다.
77. 일본말찌꺼기 알기 3 지율스님의 단식에 ‘뗑깡(てんかん)’이라는 일본말로 무례를 저지르는 사람을 보았습니다.이는 ‘뗑깡(てんかん)’도 아니지만 꼭 쓴다면 ‘생떼, 어거지’로 써야 합니다. ‘가께우동(かはうとんを)’은 ‘가락국수’로, ‘다대기(たたき)’는 ‘다진 양념’으로, ‘아나고(あなご)’는 ‘붕장어’라고 해야 합니다.‘조선’을 이조(李朝,りちよう)라고 써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일제가 한국을 멸시하는 뜻으로 쓴 ‘이씨(李氏)의 조선(朝鮮)’이라는 말입니다. 고종의 왕비인 "명성황후"를 일본제국이 '민비'로 부른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또 ‘들어가는 구멍’이라는 뜻의 ‘입구(入口,がせまい)’는 ‘들어가는 머리’라는 뜻인 ‘들머리’라고 하면 좋지 않을까요? 기름을 넣을 때 ‘만땅(滿-tank)’ 대신 가득 채워(가득) 달라고 해야 하며, ‘레자(leather)’는 '인조가죽’이 맞습니다.
76. 생활한복은 천연섬유로 지어야 면으로 지은 생활한복이 무겁다거나 색깔이 화려하지 않다고 꺼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볍고, 색깔이 잘 나는 합섬섬유를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합섬섬유로 된 옷을 입고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면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지요. 합섬섬유는 요즘 문제가 되는 아토피성 피부염 원인 중의 하나일 수도 있는데 피부가 숨을 쉬지 못하도록 하고,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땀을 잘 흡수하지 못합니다. 또 그렇지 않아도 생활한복을 입으면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게 돼 부담스러운데 화려한 색깔을 소화할 수 있을까요? 화려함보다는 잔잔한 아름다움과 품격이 돋보이는 그런 색깔이 부담도 적고, 오랫동안 질리지 않게 입을 수 있습니다. 생활한복은 잠깐 입고 버리는 옷이 아닙니다. 두고두고 입을 수 있어야 합니다.
75. 김치의 저장방법 일반적으로 김치의 저장방법은 시래기와 소금을 이용하여 옹기에 담아 땅 속에 묻는 것입니다. 시래기와 소금은 김치 위에 덮어두어 외부의 기온을 차단하고, 잡균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옹기는 그야말로 과학의 결정체입니다. 옹기를 플라스틱, 유리와 비교한 국립중앙과학관의 SEM현미경 촬영사진을 보면 플라스틱은 물결 모양의 치밀한 조직을 가졌고, 유리는 표면조직이 빈틈없이 매끄러운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옹기는 곳곳에 원형조직이 보이고 있습니다.바로 이 숨구멍 역할을 하는 이 원형조직이 젖산균(유산균)이나 대장균을 억제시키는 기공(공기 중에 많음)을 끌어들입니다. 김치의 상큼한 맛은 젖산과 탄산에 의해서 생기는데 이것이 지나치면 시어집니다. 그래서 끌어들인 기공이 미생물들을 시지 않도록 적당히 억제시킵니다. 이 얼마나 기막힌 과학 작품인가요?
노릇·구실론 / 최인호 사람·직업·직책들과 어울려 그 ‘본디 구실’을 일컫는 말로 ‘노릇’이 있다. 아비노릇·자식노릇·사람노릇에 교사-·농사꾼-·외교관-·경영자-·기술자-·기자-·광대-·작가-·학자-·변호사-· …처럼 ‘노릇’을 붙여 못 만들 말이 없는데, 언뜻 속되게 들릴 때도 있으나, 본디 낮잡거나 높잡는 말이 아니다. 제대로 그 ‘노릇’을 하자면 공부가 깊어야 한다. 그 공부를 뭉뚱그린다면 ‘노릇론’이나 ‘구실론’이 될 터이다. 학자가 학자노릇을, 광대가 광대노릇을 못한다면 정말 ‘못할 노릇’ 아니겠는가. 분수·인성론, 윤리학을 넘어서는 공붓거리가 될 법하다. 얼마 전 청와대 쪽에서 ‘역할 분담론’이 나왔다. 대통령노릇이 너무 ‘제왕적’이어서 그 권한·노릇을 총리나 장관들에게 좀 나눠 일을 챙기자는 말 같다. 지난해 국어연구원이 교과서·소설·신문에서 자주 쓰는 말을 조사했더니 500번째 안에, 정확히는 443번째로 이 ‘역할’(役割=아쿠와리)이 자주 쓰였고, ‘입장’(立場=다치바)도 450번째였다고 했다. 이땅 사람들이 이 일제 수입말들을 쓰지 않으면 말이 안 될 정도라니! 여기서 새끼친 말이 “역할극·역할놀이·역할모델·교수역할·성역할·부부역할·가교역할
74. 판소리에서 고수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판소리에서 '고수(鼓手)'는 소리꾼의 소리에 장단을 맞춰주는 사람입니다. 고수는 연출가인 동시에 지휘자로 북반주는 명창의 소리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부터 “1고수 2명창”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고수는 추임새를 넣어 소리꾼이 소리를 신명나게 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북장단'은 적벽가 등에서 수많은 군사들이 싸우는 장면은 북가락을 힘차면서 복잡하게 쳐주고, 심청가에서 떡방아 찧는 소리를 부를 때는 떡방아 소리처럼 들리게 쳐줍니다. 또 소리꾼의 소리가 느려진다면 고수는 약간 빨리 쳐주어 빠르게 이끌어가고, 빠르면 늦춰주면서 속도를 조절하지요. 반대로 소리꾼이 기교를 부리기 위해 속도를 늘일 때 북장단도 같이 늘어지기 (따라치기)를 하고, 소리꾼이 잘못하여 박자를 빼먹거나 늘였을 경우 얼른 이를 가늠하여 맞춰 주기도 하는데 이를 '보비위'라고 합니다.
73. 신여성의 또 다른 별명, 못된걸 조선의 여성들은 ‘규수(閨秀)’란 말처럼 엄격한 내외구분에 따라 집밖으로 나올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드러내놓고 집밖에서 활동하던 여성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최초의 서양화가 나혜석, 최초의 성악가이며, 유행가 가수인 윤심덕 등이 맨 앞에 선 사람들로 자유결혼(연예결혼)의 씨앗을 뿌린 사람들입니다.나혜석은 유부녀였지만 3.1운동 때 33인의 한 사람으로 나중에 친일파로 변절한 최린과 연애를 했었고, ‘사의 찬미’로 유명한 윤심덕은 유부남인 애인과 함께 관부연락선에서 바다에 투신자살했습니다.이 들 신여성을 ‘모던걸(modern girl)’이라 불렀는데 ‘모던걸’은 댕기를 한 구여성과 달리 머리를 짧게 잘랐기 때문에(단발) ‘모단(毛斷)걸’이라고도 불렀으며, 자유분방한 행태를 내심 못마땅하게 여기는 어른들은 ‘못된걸’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 자세한 이야기 보기 => 한국생활사박물관 11권(사계절출판사)
정체성/정통성 일몬 곧 사물의 성격을 나타내는 말이 가능성, 개성, 개연성, 독창성, 영원성, 우월성, 창의성, 탁월성 들처럼 숱하게 많지만, 요즈음 신문에 자주 보이는, 정치꾼들이 공세 용어로 쓰는 ‘정체성’은 전혀 실체가 없는 헛것이다. 정체(正體)는 글자 그대로 참된 형체, 곧 탈을 쓰거나 위장하지 않은 실체를 뜻하는 말로, “저 괴한의 정체가 궁금하다” “탁월한 학문적 권위와 고매한 인격으로 존경을 받아온 ○○○ 교수의 정체가 ×××의 지령을 받아, 활동해 온 고정간첩으로 밝혀졌다”와 같은 예문을 들 수 있다. 한편, ‘정체성’은 그 소리에 대응하는 실체를 생각할 수 없으므로, 말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정통성’은 엄연히 존재하니, 이를테면, 1910년에 대한제국이 일제에 주권을 빼앗겨, 반만년 역사의 명맥이 끊어졌지만, 19년 3·1 독립운동 끝에 세워 역사의 끊어짐을 극복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 들어선 대한민국 정부는 당당한 ‘정통성’을 지닌 것이다. 60년 3·15 부정 선거에 항거한 4·19 혁명 끝에 들어선 제2 공화국을 폭력으로 전복하고, 국민의 참정권을 박탈한 유신정권은 우리 역사의 ‘정통성’을 훼손한 세력이다. 이런 맥락에서
72. 조선시대의 개천과 현대의 청계천 지금 청계천을 조선시대엔 ‘개천’이라 불렀습니다. 이 개천은 비가 많이 오면 넘치고, 좀 가물면 말라붙었으며, 각종 쓰레기는 물론 아이의 시체까지 버려 환경오염이 말도 못했다 합니다. 그래서 1760년 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영조임금은 ‘준천(濬川)’ 즉, 개천 바닥을 파내는 큰 공사를 했습니다.그런데 영조임금은 이 공사를 하기 위해 벼슬아치뿐 아니라 개천 주변 주민들의 의견을 수십 차례 들으며 진행했기에 주민들과의 마찰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자원봉사자만도 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또 개천 주변에는 갈 곳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살았는데 이들을 쫓아내지 않고, 공사에 참여해 품삯을 받도록 했으며, 택지를 만들어 살도록 한 것은 물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지금 말썽이 끊이지 않는 청계천복원공사의 담당자들이 이 영조임금의 정책을 새겨들어 슬기롭게 진행해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