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단오는 부채를 선물하는 명절입니다. 단오(端午)의 '단(端)'자는 첫번째를 뜻하고, '오(午)'는 다섯의 뜻으로 단오는 '초닷새'를 뜻합니다. 다른 말로는 천중절(天中節), 포절(蒲節:창포의 날), 단양(端陽), 중오절(重午節, 重五節)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우리말로는 수릿날이라고 합니다. 중오는 오(五)의 수가 겹치는 5월 5일을 뜻하는 것으로 양기가 왕성한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양사상에 따르면 홀수를 '양(陽)의 수' 라 하여 좋은 수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이 양의 수가 중복된 날은 명절로 지내는데 설, 삼짇날, 칠석, 중구(9월 9일) 등이 있습니다. 또 음력 5월은 무더위가 시작되는 무렵이어서 올해도 더위 타지 말고, 건강하라는 뜻으로 이웃에게 부채를 선물했습니다. 우리도 이웃에게 부채를 선물하는 따듯한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17. 오늘은 하지(夏至)입니다. 하지는 24절기의 열 번째로 망종과 소서 사이에 들며, 양력으로 6월 21일 쯤이 됩니다. 옛 사람들은 하지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나눠서, 초후(初候)에는 사슴의 뿔이 떨어지고, 중후(中候)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侯)에는 반하(半夏:여러해살이풀로 한약재로 쓰인다)의 알(덩이줄기)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예전엔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충청북도 중원군 엄정면 목계리는 한강 물줄기의 웅덩이 속에 있는 용바위에 소피를 칠하고, 소머리만 웅덩이 속에 넣으며, 키로 물을 까불어서 비가 내리는 것 같은 모양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비가 오지 않으면 임금이 목욕제계하고 기우제를 지내며, 식음을 전페했다고 하는데 오늘의 위정자들도 그런 마음 자세였으면 좋겠습니다.
16. 내일, 국립민속박물관의 단오잔치에 가봅시다. 오는 22일은 단오 명절입니다. 하루 전날인 내일(21일) 오전 10시부터 국립민속박물관은 '창포물에 머리감고 단오부채로 여름을 준비하며'란 이름의 단오잔치를 합니다. '창포물에 머리 감기', '수리취떡 빚기와 제호탕 시식', '단오부채 나누기와 단오부적 찍기', '봉선화물 들이기' 등의 다채로운 내용을 한 데 엮은 '푸른 여름을 준비하는 수릿날' 행사를 박물관 앞마당에서 엽니다. 단오 명절에 그냥 지나치지 말고, 국립민속박물관의 '단오민속잔치'에 가족이 함께 참가하여 좀더 쉽고 가깝게 우리 문화를 배우고, 더불어 여름의 무더위와 액운을 막는 좋은 추억까지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단오명절은 혼자 즐기는 날이 아니라 주위 가까운 사람들에게 부채를 선물하면서 더불어 즐기는 그런 명절입니다. 문의 : ☎(02)3704-3114,
15. 판소리, 소리꾼과 청중이 함께하는 극적인 음악② 판소리는 18 세기 초에 발생했고, 옛날이야기(설화)를 바탕으로 하여 구전가요, 무가, 공연 현장에서의 흥을 위한 재담 등 여러 문화적 요인들이 첨가돼 발전되었습니다. 유파로는 감정을 절제하는 창법을 구사하며, 소리가 웅장하고 힘이 들어 있는 ‘동편제(東便制)’, 소리의 색깔이 부드러우며 구성지고 애절한 느낌을 주는 ‘서편제(西便制)’, 경기도 남부와 충청도지역에 전승된 소리로 동편제도 서편제도 아닌 것으로 표현되는 ‘중고제(中高制)’, 서편제에서 시작했으며, 애절한 것을 점잖은 분위기로 이끈 ‘강산제(岡山制)’가 있습니다. 요즘엔 ‘춘향가’, ‘심청가’, ‘홍보가’, ‘수궁가’, ‘적벽가’가만 불리지만 원래 ‘변강쇠타령’, ‘옹고집타령’, ‘무숙이타령’, ‘강릉매화타령’, ‘장끼타령’, ‘배비장타령’, ‘가짜 신선타령’ 등 12마당이 있었습니다.
14. 판소리, 소리꾼과 청중이 함께하는 극적인 음악① “우는 놈은 발가락 빨리고, 똥누는 놈 주저앉히고, 제주병에 오줌싸고, 소주병 비상넣고, 새망건 편자끊고, 새갓 보면은 땀때 띠고, 앉은뱅이는 택견, 곱사동이는 되집어 놓고, 봉사는 똥칠허고, 애밴 부인은 배를 차고..." 이 대목은 판소리 홍보가 중에서 놀부 심술부리는 부분입니다. 판소리는 부채를 든 한 사람의 소리꾼이 고수(鼓手:북치는 사람)의 북장단에 맞춰 창(소리), 아니리(말), 너름새(몸짓)를 섞어 이야기를 엮어가며, 이에 청중이 적극 호응하여 추임새를 넣는 극적인 음악입니다. 이 중 청중이 하는 추임새는 소리꾼이 소리를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구성요소입니다. 이것도 서양성악과 분명히 다른 점입니다.
13. 1200년 동안 썩지 않은 닥종이(한지) 경주 불국사 석가탑 해체 공사를 하자 금동제 사리함이 안치되어 있었고, 그 둘레에는 동경, 비단 등과 함께 닥종이로 된 두루마리 즉 다라니경이 하나 들어 있었는데 폭은 6.7cm, 길이는 6m가 넘었다고 합니다. 이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은 좀벌레에 그 두루마리 일부가 침식되었을 뿐 1200년 동안이나 썩지 않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로 국보 126호로 지정되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종전까지 알려진 세계 최고의 인쇄물은 서기 770년에 새긴 것으로 다라니경보다 적어도 20년 이상 뒤진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경]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삼국시대 때 이미 닥을 종이의 원료로 해서 현대의 기술로도 만들기 어려운 종이를 제조했는데 우리 제지 기술의 우수성은 정말 대단합니다.
12. 북한에서도 패션쇼를 할까? 물론 북한에서도 패션쇼를 합니다. 다만 그 이름은 ‘조선옷품평회’이며, 2000년 3월 평양시 낙랑구역 피복연구소 옷전시회장에서 열린 ‘조선옷품평회’엔 치마저고리를 비롯해 양복, 달린옷(원피스), 나뉜옷(투피스), 셔츠, 반외투, 긴외투 등 92점의 여성 옷작품이 선보였다고 합니다. “경쾌하고 발랄한 음악에 맞춰 아름답고 화려한 옷을 맵시입게 차려입은 모델들이 등장하자 관중들 속에서는 연이어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올해 작품들은 종래의 옷 형태를 일신해 여성의 부드러운 곡선미를 살린 것과, 댕기와 무늬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옷들이 많았다.”고 조선신보는 전합니다.
11. 조선사람은 소나무와 함께 살았다② 소나무는 '솔'과 '나무'가 합쳐진 말로 '솔'은 '으뜸' '우두머리'를 뜻하는 '수리'가 변화한 것입니다. 그래서 소나무는 나무의 으뜸이 됩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월남 이상재 선생은 일본의 거물 정치인 오자키가 선생의 초가집을 찾아왔을 때, 뒷산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편 뒤 '우리 응접실'에 앉을 것을 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오자키는 일본으로 돌아가 “조선에 가서 무서운 영감을 만났다. 그는 세속적인 인간이 아니라 몇 백 년 된 소나무와 한 몸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적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 겨레의 나무인 소나무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소나무를 먼저 소개하여 세계에는 '재패니즈 레드 파인(Japanese red pine)' 즉 '일본 소나무'라고 알려져 있어 안타까운 일입니다.
10. 조선사람은 소나무와 함께 살았다① 우리 겨레는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태어나고, 태어난 아기를 위해 솔가지를 매단 금줄을 쳤으며, 소나무 장작불로 밥을 해 먹었고, 아궁이에 불을 때서 잠을 잤습니다. 가구를 만들고, 송편을 해 먹었으며, 솔잎주와 송화주, 송순주를 빚었습니다. 송홧가루로 다식(茶食)을 만들어 먹고,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복령(茯笭)은 약제로 쓰이며, 송이버섯은 좋은 음식재료입니다. 흔들리는 소나무의 운치 있는 맑은 소리를 즐겼으며, 소나무 그림 병풍을 펼쳐 두고 즐겼고, 죽을 때는 소나무로 짠 관에 묻혀 자연으로 돌아감으로써 마지막 순간까지도 소나무에게 신세를 진 소나무와 함께 산 겨레입니다.
9. 풍물굿과 사물놀이는 다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풍물굿을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자막은 ‘사물놀이’였습니다. 풍물굿은 선반이라고 하여 서서 연주를 하며, 무동과 잡색이 있어 놀이(연희)도 중요한 한 부분이 됩니다. 하지만 ‘사물놀이’는 앉은반인데 무대에서 앉아서 사물(꽹과리, 장구, 징, 북)로 연주를 하며, 놀이과정은 없습니다. '풍물굿’은 연주자와 청중이 따로 없이 연주자가 청중이 되기도 하며, 청중이 연주자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모두가 ‘하나되기’를 즐기는 예술이자 놀이인데, 이것을 서양무대화한 것이 ‘사물놀이’입니다. ‘사물놀이’는 좁은 장소에서도 쉽게 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그 속에 우리 문화의 기본 철학인 ‘더불어 나누는 것’이 녹아 있지는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