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흰 저고리 고름 날리며 / 일본 칸다구 조선기독교청년회관에 모여 칼 찬 순사 두려워 않고 / 2·8 독립의 횃불을 높이든 임이시여! 그 불씨 가슴에 고이 품고 / 현해탄 건너 경성 하늘 아래 모닥불 지피듯 독립의지 불붙이며 / 잠자는 조선여자 흔들어 깨워 스스로 불태우는 장작이 되게 하신 이여!“ 위는 이윤옥 시인의 <잠자는 조선여자 깨워 횃불 들게 한 ‘김마리아’> 시의 일부입니다. 오늘은 김마리아(1892.6.18-1944.3.13) 선생이 고문후유증으로 눈을 감은 날입니다. 지난해 6월 18일 서울 정신여고를 방문한 일본 고려박물관 이사 도다 미츠코(戶田光子) 씨는 “김마리아 열사가 생전에 입었던 흰 치마저고리를 직접 보고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특히 저고리 앞섶 길이가 서로 다른 이유를 설명 들었을 때 일제 경찰의 악랄한 고문이 얼마나 심했나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정신여고 김마리아회관 안의 전시실에 전시된 선생의 저고리 안섶과 겉섶의 길이가 다른 까닭은 일제의 고문으로 한쪽 가슴을 잃었기에 정상인들이 입는 저고리를 입을 수 없어 특별히 지은 옷이기 때문입니다. 김마리아 애국지사는 동경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돌림병 곧 전염병은 염병이라고 했던 장티푸스와 천연두, 홍역, 호열자(콜레라를 음차하여 부르던 이름) 등이 주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천연두, 곧 두창은 ‘마마’라고 하는 극존칭을 썼을 정도로 무서워하던 병이었고, 감히 두신(痘神)을 모욕할 수 없다고 해서 약을 쓰지 않기도 했습니다. 재미난 것은 호열자가 돌 때는 집 대문에 고양이 그림만 달랑 붙여 놓았다고 하는데 그 까닭은 쥐가 물어서 호열자가 생기기 때문에 쥐가 무서워하는 고양이 그림을 붙여 놓으면 호열자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요즘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14일 동안 격리한다고 하는데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조선시대에는 활인서에서 취할 수 있는 전염병 대책으로 사람들을 병막이나 피막이라 불리는 임시 건물에 격리 수용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인조실록》 인조 23년 2월 10일 기록에 보면 “양쪽 활인서에서 출막(돌림병에 걸린 사람을 따로 막을 치고 격리시킴)시킨 환자는 모두 696명인데, 죽은 사람이 8명이고, 완전히 나은 사람이 271명이며, 지금 병막에 남아 있는 사람이 413명이라고 합니다.”라는 내용이 보입니다. 《중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창토벽 紙窓土璧 흙벽에 종이창 내고 종신포의 終身布衣 평생 벼슬하지 아니하며 소영기중 嘯咏其中 시(詩)나 읊으며 살아가리 단원 김홍도의 그림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의 화제(畵題)입니다. 그림 속에는 쌓아 올린 책과 다발로 묶인 두루마리, 중국자기로 보이는 귀가 둘 달린 병, 벼루와 먹 그리고 붓과 파초 잎, 술이 들었음직한 호리병 등이 보입니다. 선비는 비파를 연주하는데 앞에는 또 다른 악기 생황도 보이지요. 특히 이 그림의 주인공 선비는 망건 위에 쓰는 네모반듯한 사방관을 썼지만, 맨발 차림을 하고 있어 초탈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 그림은 그림의 이름처럼 벼슬하지 않은 선비의 망중한을 그린 작품이라고 하며, 단원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는 평도 받습니다. 그런데 이 방 안에 있는 것들이 당시에는 여간한 사람이 가지고 있기 어려운 진귀한 물건들이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파초 잎 옆에 놓인 아가리가 나팔꽃 봉오리 모양의 도자기는 기원전 11∼12세기 중국 상나라의 청동제기로 매우 비싼 것이었습니다.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어렵게 살았으면서도 단원은 매화 화분 하나를 큰 병풍 두 개 값에 해당하는 돈으로 사들일 만큼 수집하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나라에서 불교를 믿지 않으니, 가지고 있은들 어디에 쓰겠느냐? 달라는 대로 주는 것도 괜찮으니, 그것을 의논하여서 하라.” 그러자 노사신(盧思愼)은 말하기를, “‘대장경’은 국가의 긴요한 물건이 아니니, 내려주는 것이 편하겠습니다.” 이는 성종실록 244권 21년(1490) 9월 24일 치에 나오는 ‘일본에 대장경을 퍼주라.’라는 기록으로 이대로 했었더라면 우리나라에 그 귀한 고려대장경은 남아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국의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은 목판본이 1,516종에 6,815권으로 모두 8만 1,258매이며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과 속장경(續藏經)은 몽골의 침입 때 불타버린 뒤 1236년(고종 23) 만들기 시작하여 1251년 9월에 완성되었습니다. 이는 현존하는 세계의 대장경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체재와 내용도 가장 완벽한 것으로 오자(誤字)와 탈자(脫字)가 거의 없기로 유명합니다. 그 팔만대장경은 유교나라이기에 ‘가지고 있어야 쓰일 데가 없는 물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지만 일본에서 그 가치를 일찌감치 눈치채 끈질기게 대장경을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지요. 고려 우왕 14년(1388) 포로 250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책ㆍ두루마리ㆍ옷ㆍ옷감ㆍ제사그릇 따위를 넣어 두는 길고 번듯한 큰 궤(櫃)를 우리말로 반닫이라고 합니다. 앞판의 위쪽 반만을 문짝으로 하여 아래로 잦혀 여닫기에 반닫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반닫이는 곳에 따라 철장식을 쓴 남한산성반닫이, 개구멍 여닫이문을 쓴 남원반닫이, 은입사(쇠나 구리 같은 금속에 은실을 써서 무늬를 넣는 세공기법) 되고 광두정(대가리가 둥글넙적한 장식용 못)을 쓴 통영반닫이, 숭숭이(박천) 반닫이, 제비추리 경첩을 달며 안쪽 윗부분에 세 개의 서랍이 있는 전주반닫이, 백통과 놋쇠로 조촐하게 장식한 서울반닫이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쇠판에 숭숭 구멍을 뚫어 무늬와 글자를 새긴 기하학적인 특성의 장식을 단 이름도 예쁜 ‘숭숭이반닫이’도 있지요. 평안도 박천지방에서 만들어 ‘박천반닫이’라고도 부르는데 추운 지방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단단한 나무보다는 무른 피나무를 써서 반닫이가 변형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또 장식의 변형이나 빛깔이 변하는 것을 막으려고 소피에 삶았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박천 지방의 공예기술이라고 합니다. 반닫이는 모서리를 여러 갈래로 나누어 서로 물리게 하는 사개짜임으로 맞추어 궤짝을 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코로나19 위기로 온 나라가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확진자가 자가격리를 어기는 일이 벌어져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슈퍼전자파’로 지목된 31번 확진자는 자가격리 조치를 통보받고도 다음 날 고속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경기도에 있는 딸 집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국립발레단 한 단원은 자가격리 기간 중 해외여행을 다녀왔는가 하면, 격리조치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카페 영업하다 발각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대구경북 자가격리자를 GPS로 관리하고, 위치이탈 시 경보가 울리는 대책을 내놓았지요. 또 개정된 ‘감염병 예방ㆍ관리법’에 따르면 자가격리나 입원치료 조치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확진자가 자가격리를 위반하는 일은 요즘의 일만은 아닌가 봅니다. 동아일보 1927년 7월 9일 치 “유행기에 드러가는 전염법예방법”이란 기사를 보면 위생국에서 장티푸스 보균자로 확인하여 거주제한을 명령받고도 이를 어기고 산과의원에 가서 밥을 지어주고 있던 중 그 병원에 장티푸스 환자가 끊임없이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개구리가 칩거 생활에서 풀려나며 파안대소하네 반기룡 시인의 “경칩”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셋째 ‘경칩(驚蟄)’이지요. 원래 이름은 중국 역사서 《한서(漢書)》에 열 계(啓) 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 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했었는데 뒤에 한나라 6대 황제인 경제(景帝, BC 157~141)의 휘(諱, 곧 이름)에 '啓'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어 이것을 피하려고 비슷한 뜻의 '驚(경)'으로 바꾸었습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겨울잠 자던 동물은 음력 정월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경칩에 해당하며, 음력 9월에는 겨울잠을 자기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입동(立冬)에 해당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기(禮記)》 「월령(月令)」에는 “이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라고 되어 있지요. 이는 경칩이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이므로 이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때임을 뜻합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임금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이 지난 해일(亥日)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행하도록 정하였으며,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난 2월 27일 문화재청은 약 1,500년 전 부산 복천동 고분에서 파손되지 않고 완벽한 한 짝으로 출토된 거북장식 가야도기 1건을 보물로 지정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야도기는 바로 보물 제2059호 “부산 복천동 11호분 출토 도기 거북장식 원통형 그릇받침과 목짧은항아리”로 복천동 11호분의 석실 서남쪽에서 출토되어 출토지가 명확한 5세기 유물입니다. 원통형 그릇받침은 특히 거북이 토우 한 마리가 앙증맞게 붙어있어서 눈에 띄지요. 이처럼 삼국시대 토우(土偶) 가운데 거북이 토우가 붙어있는 것은 이 도기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유물이 발굴된 부산 복천동 11호분은 1980~1981년까지 부산대학교 박물관에서 발굴한 석실분으로, 5세기 무렵 부산에 있었던 가야 세력의 수장급 인물의 무덤인데 가야 고분 가운데서는 보기 드물게 도굴되지 않은 상태로 발굴되었지요. 특히 이 그릇받침과 항아리는 규모가 크고 형태가 조화롭고 안정적인 점, 잿물이 자연스럽게 발라지고, 견고하게 제작된 점, 11단으로 나누어 단계별로 다양한 종류의 구멍을 뚫고 물결과 지그재그 등 무늬를 새겨 조형성이 우수한 점 등 여러 면에서 가야도기의 특징과 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뚫으세 뚫으세 펑펑 뚫으세 / 수정같이 맑은 우물 펑펑 뚫으세 / 조상대대 자자손손 먹고살고 먹고살고 / 뚫으세 뚫으세 펑펑 뚫으세” 이 노래는 마을 공동우물에서 우물치기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예전 사람들의 식수원은 우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마운 우물에서 물이 잘 나오도록 하고, 물이 맑아서 마을 사람들이 배탈 나지 않고 건강하게 살도록 해달라고 빌기도 했는데 그것이 바로 “우물치기”입니다. 마을에서는 동제(마을 공동의 제사)를 올리기 사흘 전 마을 공동우물을 찾아가 샘굿을 합니다. 물론 샘굿을 하기 직전에는 우물에 함부로 범접하지 못하도록 금줄을 칩니다. 그리고 우물 속에 빠져버린 끊어진 두레박이라든가 줄 따위를 말끔히 치워내고, 깨끗한 자갈을 다시 깔아 둡니다. 그런 다음 풍물패들이 우물에 다다르면 상쇠가 용왕님께 축문을 외웁니다. 축문을 외우고 난 뒤 노래를 부르고 풍물을 치며, 우물을 몇 바퀴 돕니다. 그러면 이 우물은 신성한 생명수의 원천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때부터는 금줄을 거두고 누구나 우물에서 물을 퍼 갈 수 있습니다. 수돗물을 마시는 지금 이 수돗물도 믿을 수 없다며 정수기를 들여놓거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 이하 국어원)은 ‘코호트 격리’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동일 집단 격리’를 뽑았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 질환 등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 등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 2월 24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코호트 격리’의 대체어로 ‘동일집단 격리’를 뽑았했다. 뽑은 말 외에도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른 우리말 대체어가 있다면 사용할 수 있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국어 새말이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제공하기 위해 국어 전문가 외에 외국어, 교육, 홍보ㆍ출판, 정보통신, 언론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로서,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진행됨. 문체부와 국어원은 ‘코호트 격리’처럼 어려운 용어 때문에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이러한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발 빠르게 다듬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 부처와 언론사가 ‘비말 → 침방울’, ‘진단키트 → 진단 도구(모음), 진단 (도구) 꾸러미’, ‘의사 환자 → 의심 환자’, ‘드라이브 스루 → 승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