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내가 그때 정말 목적을 달성했으면 즉시 자결했을 것이고 그랬으면 네놈들에게 욕을 보지도 않을 텐데, 일이 그렇게 안 되어버렸으니 어찌 운명이라 하지 않겠는가? 세계 대세나 동양 대국상(大局上) 조선의 독립은 가능할 뿐 아니라, 이러한 행동은 조선 국민 된 자의 당연한 의무다.” 이렇게 일제 재판정에서 외친 이는 밀양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뒤 체포되어 순국한 27살 청년 최수봉(崔壽鳳) 의사였습니다. 1920년 12월 27일 아침 경남 밀양경찰서에는 최수봉 의사가 폭탄을 던져 요란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최수봉 의사는 폭탄을 던진 직후 달아나다가 한 가정집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와 자신의 목에 칼을 꽂았습니다. 이때 최 의사는 많은 피를 흘리고 쓰러졌지만 일제는 최 의사를 살린 다음 재판에 붙였고, 3심에서 살인미수죄와 폭탄사용죄를 적용하여 사형을 확정 지었습니다. 최 의사는 확정판결 한 달 보름만인 7월 8일, 대구감옥에서 사형이 집행되어 순국의 길을 걸었습니다. 최수봉 의사의 밀양경찰서 폭탄 투척사건은 석 달 전인 9월 14일 일어난 박재혁 의사의 부산경찰서 폭탄 투척 사건과 함께 일제 경찰이 폭탄거사가 언제 또 터질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가면 국보 제40호 “경주 정혜사터 십삼층석탑”이 있습니다. 정혜사는 1933년 최준(崔浚)이 펴낸 동경(東京) 곧 경주의 지리지 《동경통지(東京通志)》에 신라 선덕왕(宣德王) 원년(元年)인 780년에 지었다는 기록이 나올 뿐 그 밖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지요. 조선 전기의 문신 하서 김인후가 “해당화가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 동백꽃이 차운 얼음 속에 오연하다.”라고 노래했던 정혜사는 1834년의 불이나 이 석탑 하나만이 덩그렇게 흔적으로 남았을 뿐입니다. 이 “정혜사터 십삼층석탑”은 흙으로 쌓은 1단의 기단(基壇) 위에 13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것으로, 남북국시대(통일신라시대)에서는 그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입니다. 비록 층수가 13층에 이르지만 높이는 어지간한 삼층석탑과 비슷한 5.9m에 지나지 않는이 정혜사터 석탑은 그 때문에 사랑스럽고 예쁘기조차 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한 1층 탑몸돌이 거대한데 견주어 2층부터는 몸돌과 지붕돌 모두가 급격히 작아져서 2층 이상은 마치 1층탑 위에 덧붙여진 머리꾸밈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1층 탑몸돌은 높이 131㎝, 폭 16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가 지금 일본의 총칼 밑에 눌려 산다고 언제나 이럴 줄 알아서는 큰 잘못이다. 나는 나이가 들었고 지금 형세로는 감옥에서나 죽게 생겼지만, 너희는 대명천지 맑은 날에 내 나라 다시 찾고 독립 국민으로 떳떳이 살 날이 꼭 올 것이다. 너희들은 틀림없이 독립을 보리라.” 이는 독립운동가며 우리말학자인 한뫼 이윤재 선생이 한 말로 김해도서관에 있는 선생의 흉상 아래에 적힌 내용입니다. 박용규 박사가 쓴 《우리말 우리역사 보급의 거목 이윤재》에 보면 “이윤재는 일제강점기 우리 말글을 가장 많이 보급한 한글운동가였다. 그는 우리말을 말살하던 일제에 맞서, 조선어학회 동지들과 함께 한반도 전역은 물론 만주까지 곳곳을 찾아다니며, 1924년에서 1937년까지 14년 동안 모두 48회 148일 동안에 걸쳐 우리 말글 강연ㆍ강습활동을 펼쳤으며 동시에 우리말 규범 수립운동에도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고 나옵니다. 한뫼 이윤재 선생은 1888년 오늘(12월 25일) 태어났고 한글보급과 우리말사전 편찬에 주력하다가, 조선어학회사건으로 동지들과 함께 붙잡혀 함흥형무소에서 복역 중 1943년 12월 8일 순국했습니다. 조선어학회에서 발표한 ‘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기쁘다 구주오셨네 / 만 백성 맞아라 / 온 - 교회여 다일어나 / 다 찬양하여라 / 다 찬양하여라 / 다 찬양 찬양 하여라.” 오늘 밤은 성탄절 전야,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도 한번은 흥얼거리는 크리스마스 캐롤입니다. 오늘 밤에 오신다는 예수 곧 구세주(救世主)는 "세상을 구원하는 분"이란 뜻으로 종교적 의미에서 신앙의 대상을 가리키는 말로 쓰지요. 기독교 신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구세주 하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지만 불교에서는 “미륵보살”, 이슬람교에서는 “마흐디”가 바로 구세주입니다. “종교”는 신(神)이나 절대적인 힘을 통하여 인간의 고민을 해결하고 삶의 근본 목적을 찾는 문화 체계이기에 어느 종교든 구세주가 있게 마련이지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부유한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헐벗고 고통 받는 사람이 있고 그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원할 구세주 사상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에는 구세주가 곧 미륵님이었습니다. 미륵신앙은 미륵보살이 사는 도솔천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것과, 말세인 세상을 구하러 미륵이 오시기를 바라는 두 가지 형태가 있지요. 기독교 신앙에서 말한다면 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겨울방학을 맞아 2019년 1월 3일(목)부터 1월 25일(금)까지 유아ㆍ초등학생 동반 가족 대상의 다양한 한글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내 친구 한글!, <즐거운 한글>, <한글아, 안녕?> ‘즐거운 한글’과 ‘한글아, 안녕?’은 6~7세 유아 동반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즐거운 한글’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놀이학습을 통해 한글 자모음 글자의 모양을 인식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 ‘한글아, 안녕?’은 국립한글박물관의 어린이 체험실인 한글놀이터 및 상설전시실과 연계한 교육으로, 다양한 체험 교구재를 활용하여 한글 자모음자의 제자 원리와 합자 원리를 흥미롭게 알아 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즐거운 한글’은 1월 3일~9일(월~금) 오후 2시부터 4시, ‘한글아, 안녕?’은 1월 8일 ~ 16일(화~목)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국립한글박물관 강의실과 한글놀이터 및 상설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즐겁게 풀어보는 한글 고전, <도란도란 고전 즐기기 흥부전ㆍ심청전ㆍ춘향전> ‘도란도란 고전 즐기기’는 초등학생 동반 가족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과 한국방송공사(이하 KBS) 아나운서실(실장 김현태)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의 언어문화 개선을 위해 ‘다문화 가정 어린이 바른 말 고운 말 교실’을 연다. 오는 12월 22일(토)에 여의도 KBS에서 열리는 이번 교육은 KBS 이선영 아나운서의 특강과 국립국어원 우리말 꿈터 전문 강사의 강의로 이루어진다. 이선영 아나운서는 꽃을 다루며 배우는 화합의 언어를 주제로 ‘꽃처럼 아름다운 우리, 우리말’ 강연을 진행한다. 또 국어원에서는 ‘내가 쓰는 언어, 나를 만드는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언어를 돌아보고 긍정적인 언어 가치관을 키우는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국립국어원과 KBS 아나운서실의 이번 교육을 이수한 어린이들에게는 수료증도 전달할 예정이다. 청소년의 언어문화 개선 및 언어 인성 함양 교육에 힘쓰고 있는 국립국어원과, 소통과 화합의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언어 교육에 힘쓰고 있는 KBS 아나운서실의 이번 협업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음기가 사라지고 양기가 되돌아오는 날 붉은 팥죽 내음이 푸른 항아리에서 떠오르네 한창 솥에서 끓을 때 처음 소금을 넣고 다시 새알심을 넣은 뒤 주걱으로 저어주네 호타(滹沲)의 보리밥보다 품이 더 들고 금곡(金谷)의 나물보다 맛이 더 뛰어나네 나 역시 가난한 살림이 갑자기 더 궁색해지는데 아 만들고 보니 동지가 된 걸 알았네 위는 태종 이방원의 스승이었던 운곡 원천석이 지은 “동짓날, 감회를 쓰다”라는 한시입니다. 내일은 24절기의 스물두째이며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동지(冬至)입니다. 운곡은 동지를 밤이 가장 길다는 것보다는 이날부터 해가 길어지기에 음기가 사라지고 양기가 되돌아오는 날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날은 해가 부활한다고 하여 “작은 설” 또는 “아세(亞歲)”라 하였지요. 그리고 팥죽을 쑤어 ‘고수레’ 하면서 짐승들에게도 나누어주고,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동짓날의 세시풍속 가운데 며느리들이 시어머니나 시할머니에게 버선을 지어 선물하는 “동지헌말(冬至獻襪)”이란 아름다운 풍속도 있었습니다. 이날 새 버선을 신고 길어지는 해 그림자를 밝으면 수명이 길어진다고도 믿었지요. 특히 지금도 이어지는 동지의 다른 세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에어 서큘레이터’는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는 가정용 전기 기구로, 실내 온도 차를 작게 하고 냉난방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공기를 순환시킴으로써 전기 소비와 실내 온도 조절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은 전기 기구지만 ‘에어 서큘레이터’라는 이름만으로는 얼른 그 대상과 기능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국립국어원은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를 알기 쉽게 다듬어 2018년 제4차 다듬은 말을 발표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10월 16일부터 10월 31일까지 ‘메이커 스페이스’, ‘세이프 가드’, ‘세컨더리 보이콧’, ‘에어 서큘레이터’, ‘오버투어리즘’, ‘쿨링 오프’, ‘플래그십 마케팅’을 갈음할 우리말을 공모하였다. 국민이 제안한 다듬을 말을 바탕으로 말다듬기위원회에서 의미의 적합성, 조어 방식, 간결성 등을 고려하여 지난 11월 21일 다듬은 말을 뽑았다. 뽑힌 7개의 다듬은 말은 2주 동안 국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최종 결정되었다. 이번에 다듬은 말들은 다음과 같이 활용할 수 있다. - 최근 전국 곳곳에 열린 제작실(←메이커 스페이스)들이 생겨나는 중이다. 이곳에서는 고가의 장비들을 무상 혹은 저렴한 비용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12월 17일(월) ‘제1차 점자발전기본계획(2019~2023)’(이하 제1차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제1차 기본계획’은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 권리를 넓히고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점자법」에 따라 수립된 것으로서, 앞으로 5년 동안 시행해 나가야 할 3대 추진과제를 제시하였다.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 환경 개선을 위한 3대 추진 과제 마련 문체부는 ‘제1차 기본계획’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점자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비시각장애인의 점자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임으로써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모두 점자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언어 환경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제1차 기본계획(2019~2023)’의 3대 추진과제는 다음과 같다. (1) 점자 규격 표준화 방안, 조례 표준안 마련 등 제도적 기반 구축 문체부는 시각장애인이 생활용품이나 공공시설을 좀 더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의약품, 화장품, 지하철 등에 적용할 점자 표기 규격(점자 크기, 높이, 간격 등)의 표준화 방안을 연구해 제시한다. 또한 점자 진흥을 위한 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유럽에서 들어온 악기 양금. 정확한 음정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음높이를 표현할 수 있어서 ‘유율타악기(有律打樂器)’라고도 하는 양금은 14현이다. 그런데 최근 43의 개량양금 연주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 개량양금으로 녹음한 첫 음반이 발매됐다. 양금의 전도사, 한국양금앙상블 윤은화 대표의 “바람의 노래(Song of wind)”가 바로 그것이다. 이 곡은 홍정의의 작곡으로 이미 전국의 국악관현악단과 수 백회의 협연을 거쳤던 곡이기도 하다. 또한 이 곡으로 인해서 개량양금이 알려지게 된 계기도 되었다. 이번 음반 “바람의 노래”를 윤은화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바람이 분다’ 어디서부터 왔는지는 모르지만 내 몸을 스치고 또 어디론가 지나간다. 바람은 모든 것을 아우르며 한없이 넓고 또 너그럽다. 국경도 인종도, 그 어느 것도 방해될 것이 없이 자유롭게 부는 바람이고 싶다. 이 곡은 알타이어족인 몽골 전통 민요선율을 중심으로 창작한 곡이며, 넓은 초원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말의 느낌과 바람의 소리에 대해 표현하고자 했다.” 이 음반은 연주자 본인이 직접 개량한 양금으로 표현하는 빠른 속도의 연주를 통한 화